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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 방구석 주부 Jul 25. 2022

헤어짐을 슬퍼하는 가족과 도리를 강요하는 가족

D-7

이제 미국으로 떠나는 날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 가족이 어떻게 미국에 가게 되었는지는 다른 매거진 “와이프 따라 미국 간 남편​”에서 보는 것으로 하시고, 이 매거진에는 실시간으로 우리 가족과 나에게 벌어지는 실시간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지난주 불꽃같고 전쟁 같았던 비자 인터뷰가 끝나자, 갑자기 미국 출국일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한 한 달 반 여 전이 구매한 미국행 비행기는 8월 1일! 5월 말에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에 출국할 준비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조금 못되었고, 정확히 두 달이 되는 날, 미국으로 출국한다.


이젠 준비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여기에 남겨놓고 가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모든 걸 다 갖고 가거나, 아니면 다 버리고 가야 한다. 그래서 지난 수요일 이후 주말까지 집을 차지하고 있는 가구와 잡동사니를 버리는데 온 힘을 대 쏟았다. 이렇게 버리는 게 많은 걸 보면서, 절대 미국 가서는 잔뜩 물건을 늘이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어제(일요일)부터는 처가에 왔다. 아내의 외할머니가 살아계신데, 찾아뵙고 인사드리러 멀리 고향집까지 내려왔다.


분명 합격했을 때 할머니께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잊으신 모양이다. 어젠 차마 말씀도 못 드리다가 오늘 오후가 되어서야 말씀드렸다.


갑자기 눈물을 뚜욱뚝 흘리신다. 당황한 아내와 처제는 좋은 일이니 울지 말라고 평소보다 톤을 더 올리며 오버해서 할머니를 달랜다. 얼마나 좋은 일이냐며. 할머니는 이제 우리 가족은 못 보신다며 울먹이신다. 나와 아내는 우리 결혼하고 처음 미국 갈 때도 그러셨는데 우리 아이가 열 살 된 지금도 보지 않으셨냐며, 분명 다시 볼 거라고 안심시켜드린다.


내 본가였다면 온갖 잔소리만 들었을 거다. 가서 자주 연락하라는 둥, 경조사 때는 반드시 한국에 들어오라는 둥, 게으른 생활을 하지 말라는 둥.. 난 그저 의레 가족은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처가의 풍경은 완전히 다르다.

오후에는 아마존과 이케아 앱을 오가며 미국에서 바로 주문할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집은 구했지만 가구는 하나도 없는 데다 이삿짐도 거의 보내지 못하니,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넣다 보니, 지난주 물건 버리면서 결심했던 미니멀리스트 다짐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듯했다.


다행인 건 미국도 온라인 구매가 활발해지면서 2~3일 내에 거의 모든 물건들이 배송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장바구니에 천불 단위로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서 이게 가능한가 싶기는 하지만.. 이케어 배송은 한국보다도 빠르다. 익일 배송 수준이다. 생각보다 적응은 빠를 것 같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미니멀리스트로 살아야지.


이제 일주일 남았다. 내일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 짐 싸고 정리하고 버리고 해야 한다. 모레부턴 은행이나 관공서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갈 길이 멀구나.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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