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여행 Tip 4] ICTA 리그 참가하는 법
첫 홈스테이
이사를 마음먹고 나서 바로 집을 보러 다녔다. 처음 갔던 홈스테이는 퀸 사이즈 침대가 있고, 집주인이 친절하고, 사진에 나온 방보다 큰 방을 준다고 해서 결정한 곳이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날 보니, 보내준 사진과 같은 방에 침대마저 싱글 사이즈로 바뀌어 있었다. 침대가 왜 바뀌었냐고 물어보니깐 이전에 학생이 나가고 나서 확인하니 스프링이 많이 망가져서 바꿨다고 했다.
갈 곳도 없고, 침대가 작으면 방을 넓게 쓸 수 있으니 일단 알겠다고는 했는데, 마음은 좀 상했다. 게다가 창문형 에어컨이 달려있어서 문을 열 수가 없었다. 아침에 창문 여는 습관이 있는 나에게 치명적이었다. 가족들은 정말 좋았다. 필리핀 음식도 먹을 만했다. 그래도 이사는 해야겠다 싶었다.
"City gearing up for busiest construction season ever with more than $1B in work planned"
- STARMETRO -
캐나다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네를 기대했는데, 다운타운은 물론이고 집 근처도 온통 공사장 투성이다. 신문을 보니 토론토 전체가 역대급 공사 중이라고 한다. 그러던 중 테니스샵을 찾으러 갔던 동네가 너무 조용하고 깨끗해서 놀랬다. 다운타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조용한 게 당연할 수도 있었지만, 캐나다에서 지내는 동안 이런 동네에서 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으로 적당한 위치, 적당한 집을 스크랩하기 시작했다. 맘에 드는 집이 올라올 때마다 바로 약속을 잡고 방을 보러 다녔다. 직접 찾아간 곳은 총 세 곳이었다.
1. 좋은 동네에 정말 예쁜 집이었지만 방이 작고, 더러운 곳 (게다가 내가 가기 직전에 다른 사람이 계약을 하고 갔다.)
2. 학원에서는 멀지만 근처에 맥도널드랑 한인마트가 있는 곳 (집주인은 장기간 거주할 사람을 원해서 나랑 계약하기 싫은 것 같았다.)
3.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집
바로 이 집이다!
이곳은 지하철 끝 역에서 버스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데, 날씨가 좋으면 걸어서 지하철 타러 가도 될 것 같았다. 내가 가고 싶은 언덕클럽은 전보다 가까워지지만, 학원에서는 살짝 멀어지는 지역에 있다. 가격은 구경한 집 중에 가장 쌌고, 방은 제일 넓었고, 주인분은 친절했고, 창문도 열리고, 심지어 발코니도 있는 방이었다!
게다가 테니스를 좋아한다고 얘기했더니 걸어서 2분 거리에 테니스 클럽이 있다고 하셨다.
집을 보고 곧바로 테니스장을 찾아갔다. 2분은 아니고, 5분 정도 걸은 것 같다. 아직 시즌이 아니어서 사람도 없고, 문도 닫혀 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예쁘지도 않았다.)
다음날 바로 룸렌트 계약금을 보내고, 이후로 운동하러 한 시간씩 대중교통을 탈 때마다 이사 날만 기다렸다.
첫 번째 언덕클럽_트라이아웃 실패
하지만 머리 아픈 고민도 시작됐다. 이사 전에 가입할 클럽을 정하고 싶었다. 라켓동생이 있는 클럽, 한인이 많이 있는 클럽, 그리고 집 앞 클럽. 세 개 중 하나를 가입하려고 하는데, 뭐가 제일 좋은 선택인지 알 수가 없었다. 라켓동생이 있는 클럽은 실력이 있는 클럽인 것 같아서 가고 싶었고, 집 앞에 클럽은 가기가 편해서 좋을 것 같았다.
라켓동생이 있는 클럽의 C팀 트라이아웃을 하는 날이 되었다. 비가 와서 운동을 할 수 없는 날씨였지만, 홈페이지에 공지도 안 올라오고, 날씨도 변덕이 심해서 일단 코트에 갔다.
이런, 코트엔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코트 구경하러 기웃거리다가 동양 여자분을 만났는데, 그분도 C팀에 들어오고 싶어서 왔는데 코트에 아무도 없어서 당황스럽다고 하고 갔다. 뭔가 잘 칠 것 같은 아우라가 느껴졌고, 자신감을 상실하고 말았다.
두 번째 북쪽클럽_우연히 코트장 비번 획득
한인이 많다고 한 클럽은 라켓동생이 있는 클럽보다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나온다. 트라이아웃은 결국 못하고, 구경삼아 한인이 많은 클럽을 찾아가 봤다. 어떤 할아버지가 문 앞을 서성이다 말을 걸어왔다. 테니스장을 보러 왔다고 했더니 여름엔 바비큐 파티도 하고, 다같이 윔블던 구경도 하고, 좋은 클럽이라고 홍보를 하신다. 엄청 오래돼 보이는 폴더 폰을 열어서 사진도 보여주셨다.
내가 흥미를 보이자 집에 가는 길이면 같이 걸어가자고 하셨다. 할아버지가 적극적인 게 무섭기도 하고, 안 좋은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코트를 더 구경하다 가겠다고 했다.(지금 생각해 보니 마리화나 냄새였던 것 같다.) 할아버지는 갑자기 코트장 문 앞으로 가더니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문을 열더니, 나갈 때 잠그고 가라고 하고는 쿨하게 가버렸다. 갑자기 남의 클럽 비밀번호 하나 알게 되었다.
세 번째 농장클럽_트라이아웃 성공
집 앞 클럽은 이름에 '농장'이 들어가는데, 이름이랑 어울리게 홈페이지도 촌스럽고, 코치도 나이가 엄청 많아 보였다. 사진도 오래돼 보이는 사진들만 있었다. 한국인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도 역시나 알 수 없었고. 그래도 혹시 몰라 메일을 보냈는데, 다음날 답장이 왔다. 너의 플레이를 보기 전까지 팀원이 될 수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약속을 잡고 만나자고 했다.
농장클럽 캡틴을 만난 날 엄청 열심히 뛰었다. 나 말고 어떤 아저씨도 한 명 더 왔었는데, 엄청난 초보여서 상대적으로 내가 잘해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클럽에 가입하면, 팀원으로 뛸 수 있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다. 여자 멤버가 부족하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클럽 가입을 하고, 신발 끈에 다는 클럽 네임택을 받았다. 한편으론 정말 사람이 없는 클럽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디냐가 아니라 누구랑
라켓동생이 있는 클럽에 트라이아웃을 포기했던 날, 미련이 남아서 그 친구에게 물어봤었다.
"팀 활동하면 재밌어?"
"팀에 누구 있느냐에 따라?"
아! 맞다!
앞으로 누구와 칠 지, 어떻게 칠 지 전혀 모르지만 같은 팀 사람이 나랑 잘 맞기를 바래 본다.
[테니스 여행 Tip 4] ICTA 리그 참가하는 법
1. ICTA 홈페이지 확인하기
https://intercountytennis.com/
홈페이지 상단 메뉴에서
[ABOUT US] > [ICTA Member Clubs]에 들어가면
그 해의 ICTA 리그에 참여하는 테니스 클럽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명단은 아직 완성이 안되었는지, 2023년 기준 클럽 명단이 최신 버전인데, 매년 거의 비슷하다.
2. 가고 싶은 클럽 홈페이지 방문하기
가고 싶은 클럽 혹은 집에서 가까운 클럽을 찾으면 구글에서 해당 클럽을 검색해 홈페이지를 찾아본다.
홈페이지에는 시즌은 언제 시작하는지, ICTA 리그 중 어떤 부분에 대한 팀을 운영할지 등을 안내해 준다.
시즌 초반에 클럽 회원 모집 및 팀 결성을 하므로 4~5월 중에 트라이아웃 일정이 있을 것이다.
모든 종류의 팀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 클럽의 상황에 따라 운영하는 팀의 종류가 다를 수 있다.
트라이아웃 일정과 담당자 이메일 주소를 확인한다.
3. 클럽에 연락하기
트라이아웃 일정이 있더라도 미리 문의해 보고 가는 것이 좋다. 이메일로 문의하면 연락을 줄 것이다.
클럽 멤버가 다 차거나 팀원 구성이 끝났다는 안내가 있더라도, 혹시 모를 결원이 생길 수 있으니 문의를 해보는 것이 좋다.
4. 트라이아웃
거창한 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다.
팀의 리더와 공을 쳐보기도 하고, 트라이아웃을 신청한 사람들끼리 공을 치기도 한다.
누가 이기고, 지는지를 따지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실력인지 가늠해서 적절한 수준의 팀(A, B, 혹은 C팀)으로 보내는 절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너무 못 치면 C팀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