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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부장의 직장일기

정년퇴직이냐? 희망퇴직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by 늘부장

25년 2월 초 어느날 인사팀 담당자에게서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서두는 아주 점잖게 시작되었다. "31년 동안 한결같이 회사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해주신 선배님의 노력에 감사를 드립니다."라고 이어서 이젠 "선배님 스스로 제2의 삶을 개척하시는데 회사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퇴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지원을 한번 고려해 보시는 게 어떠신지요?"


B부장이 아닌 다른 삼자가 보면 참 회사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는구나 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B부장 또한 인사팀에서 보내준 메일에 담겨져 있는 단순 금액만 보면 정년퇴직보다 희망퇴직이 금액적으로 좀 더 이익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B부장은 31년 동안 다닌 회사를 한순간에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주위에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는 직원들에게 물어보았다. 단순 수치로 보면 정년퇴직보다 희망퇴직이 좋아 보였기에... 그러나 좀더 상세하게 분석하고 주위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금액적으로도 정년퇴직이 희망퇴직보다 유리했다.


한가지 예를 들면 요즘 수익이 나는 대기업들은 성과급을 작게는 100% 많게는 1,000%까지 주는 경우가 있다. B부장 회사는 작게는 50% 많게는 700%까지 주곤 했다. 만약 기본급이 500만 원이면 B부장이 500%의 성과급을 받는다면 세전기준으로 2,500만 원을 수령할 수 있다. 이런 금액은 인사팀에서 수식에서 제외했다.


명색이 국내 10대 기업 안에 드는 회사의 인사팀의 로직을 보니 한편으론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단순한 로직을 갖고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권하니 대부분 희망퇴직을 희망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람은 이성의 동물보다 감정의 동물에 더 가까움을 몸소 많이 느끼고 있다. 이점을 B부장 회사 인사 담당자는 알아야 한다. 때가 되면 어련히 알아서 나갈 것이고 그때에 회사에서 어느 정도 대우를 해주면서 희망퇴직을 권하면 많은 이들이 희망퇴직에 사인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회사 직원의 입장보다 회사의 손익 입장에서 로직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권하니 어느 직원도 쉽게 희망퇴직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에.. 퇴직을 고민하고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좀 더 진정성을 가지고 권유를 한다면 30년 이상 근무한 직원도 본인이 이제 때가 되었음을 이미 공감하고 있기에 순순히 응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떠밀다시피 내보내려고 하면 오히려 반대 심리가 작동하여 더 나가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한 회사에서 30년 이상을 근무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분들은 그 회사에 사 하나같이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떠날 때를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회사를 떠나서 당장 경제적인 부분도 있지만 심적인 충격이 더 커기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그분들에게 그런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 경제적으로 좀 더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어 내보내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B부장의 회사의 대표는 24년 연봉이 40억을 넘었다. 이분이야 이돈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없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1억 정도의 연봉으로 네 가족의 살림을 빠듯하게 꾸려가는 일반 평민(?)들의 삶은 녹녹지 않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너도 열심히 해서 연봉 40억을 받으면 되지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개인적인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주위에 몇몇 직원들이 정년퇴직 2년을 앞두고 희망퇴직을 하는 것을 보니 왠지 기분이 꿀꿀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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