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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부장의 직장일기

20대 통근버스기사 이야기

by 늘부장 Mar 24. 2025

31년째 매일 아침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고 있다. 수원에서 회사가 있는 평택까지 통근버스로 평균 1시간 걸린다. 아침 6시 30분에 출발한 버스는 어김없이 7시 30분이 되면 회사 정문 앞에 도착한다. 통근버스 기사분은 통근버스 관리하는 회사의 규정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거의 1년을 한 지역에서 운행을 하면 변경이 되곤 한다. 즉 수원에서 회사까지 통근버스를 1년 정도 운행하면 그 기사분은 다른 지역 예를 들면 서울에서 혹은 분당에서 출발하는 통근버스로 배치되곤 한다.


지금까지 거의 30여분의 기사분이 변경되었는데 한 가지 공통점은 나이대가 평균 60대 중반이었다. 나이가 얼마냐고 물어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통밥(?)으로 그 정도 나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B부장보다 기사분이 연장자이기에 통근버스 탈 때마다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항상 인사를 건넸다. 그럼 그분들도 예외 없이 인사를 잘 받아주곤 했다. 그렇게 통근버스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지난주 월요일 통근버스를 타면서 한순간 당황했었다.


통근버스 기사분이 60대 중반의 머리 희끗한 분이 아니고 흰 티에 청바지를 입은 20대 중반 혹은 20대 후반의 앳되보이는 기사분이 앉아 있었다. 그래서 통근버스를 타면서 잠시 멈칫했다. 매일 타던 그 통근버스가 맞는지 잠시 멈추어 버스 외관을 확인했다. 버스 외관과 회사 로고 표기가 되어 있기에 맞겠거니 하고 다시 탔다.  젊은 기사분에게 물어보니 평택 가는 버스가 맞다라고 얘기 했다.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통근버스 타고 가는 중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보통 통근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분은 오랫동안 운전을 하신 분들 특히 젊은 시절부터 시내버스 혹은 화물차를 운전하고서 나이 들어 안정적으로 운전이 가능한 회사 소속 통근버스를 몰기에 대부분 60대 중반의 나이대였다. 그런데 오늘 통근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분은 그분들의 자식뻘 되는 나이의 기사분이었다. 이 상황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아 여러 가지로 생각을 했다.


첫 번째 든 생각은 요즘 대학 졸업하고도 워낙 취업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보니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에 대형운전기사 자격증을 따고 우연히 기회가 되어 잠시 거쳐가는 일자리의 하나라는 것이다. 둘째는 소위 말하는 스카이 출신 졸업생도 취업하기 힘든  상황에서  큰돈을 벌 수는 없지만 안정된 통근버스 기사를 평생 업으로 생각하고 이 직업을 택했을 것이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복잡한 생각을 하는 이유는 이것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B부장의 아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름 열심히 해서 소위 말하는 서울소재 괜찮은 대학을 다니고 있다고 하지만 취업 환경이 현재처럼 어려운 여건하에서 과연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부모로서의 걱정이라. 물론 혹자는 괜한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라고 하지만 왠지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요즘 언론에서 종종 캥거루족이라는 단어를 심심치 않게 본다.


이 말은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독립하기보다 부모에게 경제력을 기대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아침에 젊은 20대 통근버스 기사를  보면서 왠지 마음이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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