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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벤리 Sep 06. 2021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진심으로 좋아하면 잘하게 됩니다. (예체능 빼고)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잘하는 것은 직업으로"

유대인들은 자녀가 진로를 고민할 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나도 이 말에 여지껏 동의하며 살았지만, 이제는 동의하지 않는다.




청소년기에는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저 영어를 좋아하고 수학, 과학을 싫어했으니 문과라는 확신속에서 살았다.

그렇게 문과를 선택하고 수능점수에 맞추어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을 다니며 고민했던 것은 하나였다.

'인간을 위한 삶을 살 것인가', '돈을 위한 삶을 살 것인가'

돈 버는 재주가 없는 것 같으니, 인간을 위해 살기로 하고 청소년지도학과를 선택했다.


그 당시에는 인간을 위한 삶을 살려면 꼭 그와 관련된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인간을 위한 삶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직업은 됐지만,

인간을 위한 삶을 살기위해 인간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부터인가 이 직업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30대 후반 정도의 직장인이 되면 나타나는 매너리즘 같은 것인가?

인생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ENTP 인간이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이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4살배기 아들, 2살배기 딸을 키워야 하기에 감내해야 하는

가장의 책임감 때문에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이 직장에 다니고 있다.

물론, 이 세상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보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좋아하면 궁금하고,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닥치는대로 공부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료를 찾고 분석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 낸다.

모든 사람에게 일반화 되기는 어렵겠지만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럭비 국가대표 선수 안드레 진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줬던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비인기 종목인 럭비를 하려면 일과 운동을 병행해야 하지만,

안드레 진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나는 자동차 만지는 일을 좋아한다.

전공도 아닌데 눈 떠서 눈 감을 때까지 자동차가 궁금하고 재밌다.

영상과 책을 통해 배우고 내 차를 직접 뜯어 고치며 원리를 이해한다.


아이들을 재우고 밤 늦은 시간 주차장에서 차를 뜯고 작업하는 것이 행복하다.

허리가 아프고 손에는 상처가 생기고 때가 끼지만,

내 차를 직접 만지는 것 만큼 신나는 일도 없다.


내 차를 만지는 것은 이렇게 즐겁지만,

"다른 사람의 차를 만지며 돈을 벌어야 한다면 과연 행복할까?"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 20대 나에게 던진 이 질문에 "No"라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Yes"라고 대답할 수 있다.

20대의 나와 30대의 나는 자동차를 대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

20대에는 나의 열정이 내가 소유한 차량에만 쏟아져 있었다면,

30대에는 이 세상 모든 자동차가 나의 관심사가 되었다.


차종 상관없이 내가 타고 싶은 차를 다 타보는 것이 목표고,

일생 동안 소형차 2대만 가져보신 우리 아버지께 S클래스도 선물해드리고 싶다.


또한.

내 주변 사람들이 좋은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내 주변 사람들이 자동차 고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내 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가족들과 안전하게 자동차를 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언젠가는 청소년지도사라는 타이틀 대신 자동차정비사 타이틀을 가질 때가 올 거라 믿는다.

4년제 대학 나와서 석사까지 했는데 기름밥을 먹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건 일종의 고정관념이자 편협한 시각일 뿐이다.

평양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이다.


인간을 위해 사는 삶이란.

꼭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을 가지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일 속에서 나의 중심이 인간을 향해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예체능이 아닌 이상.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잘하게 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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