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용 자동차 벤순이의 전손처리
2022년 6월.
즐거운 금요일 퇴근길 '퍽' 소리와 함께 아반떼XD가 고장이 났다.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아반떼와 이별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싸부님과 함께 수원에 있는 중고차 매장을 방문했다.
23만7천키로를 달린 Mercedes-Benz의 W204 C220 CDI 모델이었다.
예산이 넉넉치 않았던 당시 환경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정비에 대해서는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아반떼XD와 비슷한 은색, 크기도 비슷해서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W212 E300을 이미 소유중이었고 벤돌이라는 이름을 붙여놨기에 이 친구는 벤순이라 부르기로 했다.
둘째가 벤순이 벤순이 부르면서 참 좋아했던 것 같다.
키로수는 많았지만 무사고 차량 하나만 보고 구매를 했기에 실내 상태는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앞유리도 정품이 아니었고, 블로우모터에서는 소리가 났으며, 썬팅도 우주 최저가의 필름이었다.
자동차 만지는 것을 좋아하기에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내 스타일대로 바꿔나갔다.
물론, 정비는 싸부님께서 완벽하게 해주셨다.
정비비용은 좀 들었으나, 훌륭한 연비(출퇴근 42km, 약 16km/L)로 연료비가 절약되었다.
차가 작고 토크는 좋으니 달리는 맛도 일품이었다.
고속에서 매우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한 벤츠.
그래서 난 BMW보다 벤츠를 선호한다.
4월 1일 토요일 외부세차를 열심히 하고.
4월 2일 일요일 내부세차와 분진으로 쩌든 휠을 열심히 닦았다.
4월 3일 월요일 깨끗해진 벤순이를 타고 상쾌하게 출근을 했다.
오전 11시경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제가 선생님 차를 좀 박았는데요...."
회사 지하주차장이 넓지 않았기 때문에 범퍼 정도 긁었나보다 하고 내려갔더니!
얼마나 세게 박으셨는지 벤순이가 이지경이 되어버렸다.
이런 경우는 세상 살면서 처음이라 어떻게 처리를 해야할지 몰랐다.
일단 아주머니께서는 보험접수를 해주셨고, 몸이 많이 안좋으신 것 같아보여서 병원에 가시라고 했다.
일단 수리가 가능한지 파악하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벤츠서비스센터로 차량을 보냈다.
렉카 기사님께서는 전손을 확신하며 벤순이를 가지고 가셨다.
그리고 이제 보험회사와의 분쟁이 시작된다.
누군가 가만히 주차되어있는 나의 차량을 파손했다.
이로인해 나는 차가 없어지는 불편함이 생겼고,
수리를 하든 새로운 차량을 구매하든 신경써야할 일들이 생겼다.
센터에서는 1,500만원의 견적이 나올 것 같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보험회사에서는 그들의 대물배상 약관대로 내 차의 중고차 시세대로 보상을 해준다고 했다.
그들이 제시한 금액은 750만원. 수리액은 120%까지 보상하여 900만원까지란다.
결국 센터에서는 수리를 진행할 수 없다는 뜻이며 수리가능한 공업사도 피해자인 내가 알아봐야 한다.
전손처리를 하면 렌트카 or 교통비 10일 제공.
수리를 하면 수리를 시작한 시점부터 렌트카 or 교통비 25일 제공.
미수선 처리하면 렌트카 or 교통비 없음.
나는 이미 렌트카를 타고 있는데?
합의는 쉽게 진행되지 않았고, 나는 렌트카를 반납했다.
억울한 마음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다. 차량은 카센터로 이동을 시켰다.
의문점1
내 보험사에서 측정한 벤순이의 차량가액은 1,020만원인데 이들은 왜 750만원이라 하는걸까?
보험 가입할 때는 1,020만원으로 책정해서 그만큼 자차보험료 더 챙길 것이고,
상대방에게 보상을 해줄 때는 중고차 시세로 책정하여 보상한다?
상당히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문점2
나는 자차보험을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자차보험 처리를 하면 나에게 1,020만원이 입금된다.
그리고 내 보험사에서 상대방 보험사에 구상권을 청구하여 그 금액을 받아낸다.
보험사가 청구하면 주고, 개인이 내 차량가액 이만큼 이니 이만큼 주세요 하면 안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 또한 상당히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감독원 민원으로 보험사 직원은 20만키로를 운운하며 750만원에서 650만원으로 합의금을 깎았다.
어차피 같은 차량을 구하지도 못하는데, 100만원을 깎는건 이미 나에게 의미가 없었다.
나는 금감원에 민원을 넣으면 보험사 담당자가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모른다.
나의 억울함을 민원으로 하소연 할 수 있는 곳은 금감원 밖에는 없지 않은가?
나에게 보상 담당자가 "고객님 너무하셨어요" 라고 하는거 보면 곤란해지긴 하는가 보다.
1년간의 소송을 통해 모든 비용을 다 받아냈다는 사람도 있었고,
100% 대물피해는 원상복구가 원칙이라며 무조건 센터에서 수리하라는 사람도 있었다.
어차피 보험사에서는 750만원 이상 줄 생각도 없어보였다.
담당자는 650만원이 최종금액이라고 말하며,
개인적으로 시세조회를 하든, 법원에 소송을 하든, 금감원에 민원을 또 넣든 알아서 하라고 했다.
직장인이 개인적으로 시간이 오래걸리는 소송을 진행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변호사를 선임해서 위임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일이다.
몇 천만원짜리 금액이라면 소송을 불사할 수도 있겠지만,
일이백만원 가지고 보험사와 싸운다는 것은 내 황금같은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 와중에 적당한 매물은 또 시장에 나와있었고,
보상을 받기도 전에 나는 이미 더 좋은차를 구매하여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벤순이를 보내기 전날.
벤순이 보내는 날.
가져가는 것도 참 범상치 않게 가져가네.
잘가~ 벤순아~ 1년도 안됐지만 고마웠어~
지금 나는 또 다른 벤츠를 구매하여 만족스럽게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친구가 벤순이의 이름을 이어받았다.
우리 아이들은 새로운 벤순이를 좋아한다.
유투브를 비롯한 다양한 온라인 매체에 보험처리와 관련된 정보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모든 정보들을 내 상황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내가 아끼는 차는 이미 개작살이 났고, 내 차와 같은 매물을 구하기는 어렵다.
내가 아끼는 차량에 투자한 많은 것들도 보상받기 어렵다.
결론은 내가 100% 피해자라 할지라도 전손이라면 100% 보상이 어렵다는 것이다.
비록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났지만,
다친 사람이 없다는 것으로 감사하다.
또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나를 걱정해주고 위로의 말을 전해줘서 감사하다.
이전 벤순이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들이 새로운 벤순이로 갈아타며 모두 해결된 것도 감사하다.
같은 상황에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나는 불평을 할 수도 있고, 감사할 수도 있었다.
처리되는 2주동안 마음고생이 많았지만,
글을 쓰는 지금은 감사하는 마음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