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책을 고르게 된 계기
마음에 떠오른 생각은 마음이 지나는 풍경의 한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는 일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기보다는 어딘가를 지나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직립보행이 인간성이라는 무언가에 찍힌 최초의 도장이라는 것만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 책 이야기
진 리스로부터 나는 스스로를 낭만화하지 않는 고통의 미학을 배웠다. 그건 리스가 지닌 중요한 차별점이었다.
나는 x가 여기에 파견되었기 때문에, 그가 계속 여기 머무르려고 하기 때문에 x를 원망했다. 하지만 같이 살기로 한 이상은 원망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는 대신 일본을 원망했다.
<자기만의 방>에는 조용하고 분리된 개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만 나오는 게 아니다. 이 글은 여자가 방 밖으로 나갔다가 부딪히게 되는 경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르다는 페미니스트의 첫 번째 행위는 바라보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시선의 대상이지만 또 나는 볼 수 있다." 바르다의 영화가 하는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세상과 세상 안의 우리 자리를 비스듬한 눈으로 보는 것.
2. 옮긴이의 말
그래서 우리는 길 위에 있어야 한다. 광장과 집 사이에. 길 위에서 사라지고 시은 충동과 싸워야 한다. 그렇게 길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발로 나의 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곳을 탐구하고 적대적인 공간을 비스듬히 걸어 나가고 긴장과 해방, 저항과 자유 사이에서 내가 선택한 길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