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종합 검사 안내 톡을 받은 건 한 달 전쯤이었다. 이런 연락을 받으면 뒤로 미루지 않고 곧바로 예약 접수를 하는 편이 낫다. 예약된 날짜가 지난주 목요일이었다. 자동차 검사소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이동하기 편했다. 검사를 기다리는 차량들이 늘어선 줄이 보였다. 10분쯤 대기했을까.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안내에 따라 정비소 안에 차를 세우고 완료될 때까지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점검이 끝나자 직원분이 차량 상태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을 해주셨다. 다른 건 다 이상이 없는데 신속하게 엔진 오일은 보충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곧바로 정비소를 찾아 엔진 오일을 교체했다.
2년 간격으로 자동차 정기 검사를 하라는 안내에 따라 차량을 점검한 후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안심이 된다. 이런 공적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안전 불감증과 만성 게으름증이 있는 나 같은 사람이 스스로 점검을 받으러 나올 일은 만무할 테니. 자동차 말고도 정기적으로 검사받는 것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건강 검진 덕분에 내 신체 상태도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내가 사는 아파트는 일정한 주기로 가스, 승강기 점검을 하고, 세대 소독, 저수조 청소도 한다(공동 주택의 의무사항이다). 내가 낸 세금, 관리비 때문에 받는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일상화된 점검 덕에 안전한 환경 안에 머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내 삶도 이런 정기 점검이 있으면 어떨까. 내 삶은 괜찮은지, 별 문제는 없는지 점검해 주는 그런 시스템 말이다. 예전에 일했던 곳에서 3년마다 정기적인 평가를 받았다. 부담되고 시리고 맘이 어려웠다. 그러나 그런 정기적인 평가들은 타인의 시선을 빌어 나를 객관화하고, 자신을 성찰하고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내 몸, 자동차, 주거 공간을 점검해 주는 곳은 있지만 내 삶을 점검해 줄 곳은 없다는 게 아쉽다. 물론 셀프 점검도 가능하겠지만,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다정소감>이란 책에서 김혼비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남에게 충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것. 나는 이게 반복해서 말해도 부족할 만큼 두렵다. 내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입맛에 맞는 것들로만 만들어낸, 투명해서 갇힌 줄도 모르는 유리 상자 안에 갇혀 있을 때, 누군가 이제 거기서 잠깐 나와 보라고, 여기가 바로 출구라고 문을 두드려주길 바란다. 때로는 거센 두드림이 유리벽에 균열을 내길 바란다. 내가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와 위로로 만들어진 평온하고 따듯한 방 안에서 지나치게 오래 쉬고 있을 때, 누군가 ‘환기 타임!’을 외치며 창문을 열고 매섭고 차가운 바깥공기를 흘려보내주기를 바란다. 때로는 거센 돌풍이 방 전체를 흔들어대길 바란다. 누군가 없이 내가 먼저 알아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나만을 믿을 수는 없어서, 나만을 믿고 살 수는 없어서”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어리석은 삶이 되고 싶지 않다는, 닫힌 창문을 열고 환기시켜줄 타인에게 자신을 개방하겠다는 작가의 말이 맘에 와닿는다.
서로에게 이런 점검을 해 줄 동료들이 있다면 어떨지 생각하다 몇몇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것만으로 큰 위안이 되었다. 솔직하게 나를 열어 보이며 살고 싶은데. 수세적, 방어적으로 살고 싶지 않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에. 내가 만든 유리벽이 더 두터워지기 전 거세게 두드려 줄 친구들을 찾아 나서려 한다. ‘나만을 믿을 수는 없어서’, ‘나만을 믿고 살 수는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