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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혁 Nov 22. 2021

 지구를 살리는 환경노래

[작곡 에세이]  환경강사가 만든 노래 '초록해요' 

 

 작곡가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지난 2017년, 나는 환경노래공작소라는 창작 워크숍을 기획했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작사, 작곡하는 법을 알려드리면 이를 바탕으로 참여자들이 직접 환경을 주제로 하는 노래를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NPO지원센터의 공익활동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부족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10여 명이 워크숍에 접수했다. 나는 환경문제에 대해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눈 후 5회 차에 걸쳐 기초적인 작사‧작곡법을 가르쳐드렸다. 전문 지식이 없는 분들이 과연 짧은 학습 만으로 작곡을 해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와 달리 워크숍 멤버들은 대부분 멋진 노래들을 창작해냈다.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환경단체 활동가인 참가자는 맹꽁이를 위한 노래를 작곡했다. 음악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직업의 참가자는 실험으로 고통받는 동물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냈다. 철창에 갇혀 살아가야 하는 동물들의 해방을 꿈꾸는 노랫말도 나왔고, 제주 곶자왈의 아름다움을 선율로 녹여낸 참가자도 있었다.



환경노래창작곡 발표 공연 (서울시청 지하 바스락홀. 2017년 11월)



 이들의 자작곡으로 발표공연을 준비하면서 나는 꽤 흥미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참가자들이 음악적으로 초보이긴 했으나, 서로에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도 각자 조금씩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타를 칠 수 있는 참가자와 피아노를 어린 시절에 쳤던 참가자가 있었기에 공연의 반주를 구성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집에 젬베, 에그쉐이커, 실로폰 등 다양한 교육용 악기들이 있어서 이를 가져온 덕분에 반주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었다. 다루는 악기가 없던 참가자 중 두 명은 자신이 일하는 공간을 공연 연습실로 내어주기도 했다.



 부족한 서로였지만 작은 힘들이 합쳐지면서 음악은 점점 더 아름다운 사운드를 일구어 나갔다. 그리고 환경노래 발표공연 연습 막바지의 어느 날, 나는 합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참여자들의 열의를 보며 떠오른 생각의 이파리로 환경노래 한 곡을 지었다.



 환경노래공작소의 창작곡 발표공연은 서울시청 지하 공연장인 바스락홀에서 그 해 11월에 열렸다. 나는 ‘초록해요’라고 제목을 붙인 이파리 같은 노래를 직접 그 자리에서 초연했다. 나의 목소리는 이파리처럼 파르르 떨렸다.



https://youtu.be/7vo-cTZuKmE



 그로부터 정확히 4년이 지났다. 기후위기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고 멸종위기종은 더욱 늘어났으며 각종 ‘환경 지뢰’들은 도처에 즐비하다. 



 나는 음악 활동과 병행하여 환경 활동에도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으로 올해 초에 사회환경교육지도사가 되었고 현재 제주도에 있는 환경교육 기관에서 일하는 중이다. 그리고 나처럼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도 누구나 즐겁게 부를 수 있는 환경노래가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초록해요’를 완성했다. 



 내가 ‘예혁’이라는 활동명으로 작사‧작곡한 노래인 ‘초록해요’는 지난 11월 18일에 각 음원 사이트들을 통해 발표되었다. 



 이번 노래의 가수는 나의 부족한 보컬을 대신하여, 제주에 사는 은둔고수 강지연 님이 담당해주었다. 반주는 나의 부족한 편곡을 대신하여, 환경음악에 기여하고 있는 ‘밴드 마루’의 기타리스트 넌(Non) 님이 맡아주었다. 녹음은 나의 부족한 주머니 사정을 덜어주려는 듯이 마침 작년에 개관한 공공 스튜디오 ‘제주음악창작소 제뮤’에서 무료로 진행했다.



 ‘초록해요’는 환경재앙이 흔한 뉴스가 되어버린 우리의 현재를 표현하면서도 경쾌한 멜로디를 통해 희망을 주문하는 곡이다. 초록한 세상을 향해 가는 길은 쉽지 않다. 보통의 우리들은 힘이 부족하다. 하지만 기후가 바뀌는 게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사람들은 서로의 작은 힘을 합쳐 나아가고 있다. ‘초록해요’가 그 곁에 재생에너지 같은 노래가 되길 바란다.


<초록해요>  가수 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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