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내일은 어떤 색깔일까?

by 윤혜경


*2018 06.06 현충일에 유기견 쉼터에서 말티스 3살 수컷인 나 '수리'를 입양해 준 큰누나가 찍어준 사진 (2020. 11)



* 프롤로그 (Prologue)


나는 대한민국에서 유기견종으로 1위를 기록한다는 하얀 모발의 수컷 말티스종입니다. 유기견센터에서 '흰돌이'로 이름 지어지고, 영특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개로 뽑혀 '심리치료도우미견' 훈련을 받았습니다.


아. 동물매개심리치료(animal -assisted therapy)는 요즈음은 축산과학원에서 정한 명칭인 '동물교감치유'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희고 귀여운 저의 치명적 약점은 '분리불안' 증세입니다. 혼자 남겨지면 여우 울음소리를 심하게 낸다는 비난을 받던 저는 이로 인해 몇 번 입양을 거절당하고 유기견센터에서 8개월째 머물면서 눈치가 보이던 참이었습니다.


딱 3살 즈음인 2018년 6월 6일 큰누나네 식구들이 총동원하여 우리 도우미견센터를 방문합니다. 이미 유기견 임시보호 자원봉사를 하며, 유기견을 입양한 작은누나의 권유 덕분입니다.


현충일에 유기견센터를 방문한 큰누나와의 눈 맞춤 덕분에 2마리 경쟁자를 물리치고 입양된 저는 마법사의 주문 '수리수리 마수리'에서 따온 '수리'로 개명됩니다. 사실 마법은 1도 모르고 대소변도 기분 날 때만 가리는데 이번에 받은 내 이름은 마법의 주문이니 좀 멋집니다.


아주 작은 암수술 후 기대와 달리 병원출입이 잦아진 큰누나가 오직 나의 불안증세 줄이기에 지극정성을 쏟아서 나 수리는 1년여 만에 분리불안이 줄어들었습니다. 사실 누나 입원기간을 제외하고는 통원치료 때도 따라가서 아빠랑 차에 머물며 누나를 기다리니 24시간 누군가랑 함께 있는 거잖아요. 분리불안이 줄어들 수밖에요. 그리고 한국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의 "동물매개심리치료견" 자격증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나 ‘수리’는 2019년 후반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Covid 19' (코로나 19)가 널뛰는 와중에 서울시의 '멈추다, 가다'를 반복하는 '동물교감치유프로그램'에 당당히 참여했습니다.


저의 몸집은 방송이나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도우미견인 레트리버 종에는 비교도 안되게 작지만, 초등학교 일반아동부터 특수아동, 조현병을 앓는 성인을 대상으로 인기 높은 "동물교감치유견 (therapy dog)"(국립축산원 표현)으로 활동 중입니다.


우리 가족은 은퇴를 한 아빠와 엄마 그리고 큰누나와 나 '수리'입니다. 작은 누나는 결혼을 하여 분가하였습니다.


브런치 글쓰기는 큰누나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갑상선암 수술 후유증으로 갑자기 겪게 된 경련과 의식소실, 칼슘과 나트륨 조절장애에서 비롯된 만성신부전을 치료하는 동안 어안이 벙벙했던 온 가족이 감정의 기복을 경험하며 만난 고마운 인연들과의 이야기를 소재로 합니다.


누나의 투병기는 유기견에서 큰누나의 든든한 반려견이 된 3kg 체중 말티스 수컷 '수리'의 시점으로 기록합니다.




* 내일은


2015년 4월 28일 큰누나의 갑상선암 제거를 위한 갑상선 전절제 수술 그리고 수술 시 생긴 의료사고로 부갑상선 4개를 모두 소실한 큰누나의 수차례에 걸친 의식소실과 부상, 칼슘조절장애, 사구체여과율이 18로 떨어졌던 급성신부전, 만성신부전 진단과 환자수첩을 받고 기립성빈혈, 부정맥 진단 등으로 수술 전 의료진의 장담과 다르게 낯선 응급 병동과 응급실 입원이 친숙해지게 잦았다.


전국 팔도의 환자들이 모여든다는 그 유명대학병원이 우리 집처럼 익숙해졌을 때 엄마와 큰누나는 바닥에 떨어진 자존감과 불안심리가 극에 달해 함께 미술심리치료사 과정에 등록했다. 그리고 6개월쯤 다녔을 때 심리치료사는 모녀에게 동물교감치유 대학원 과정을 권했다. '공부'로 심리치유를 해보라고?


한 달만 피크닉 다니듯 새벽에 KTX로 딱 1시간 거리의 대학원을 다녀보기로. 마침 엄마는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으니 석사학위가 있다. 그리고 큰누나는 암수술 직전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 전공 석사논문이 통과되었다. 두 사람 모두 "공부가 자신들의 취미는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1일 20알이 넘는 약을 복용하게 된 큰누나는 입덧보다 심한 매스꺼움과 어지러움으로 침대 위에 희망 없이 늘어져 sleeping beauty처럼 잠만 잔다. 엄마는 대학원에 등록을 해서 큰누나를 잠깐이라도 일으켜 세울 결심이었다. 만성신부전환자가 된 큰 누나와 동행 보호자인 엄마가 주 2회 가는 학교와 주 1~2회의 잦은 병원 외래를 위해 아빠는 새벽 4시에 기상해서 큰누나와 엄마의 아침, 점심, 저녁 도시락을 준비한다. 그리고 지하철 역까지 병원까지 안전한 운전을 책임졌다.


누나엄마는 누나를 일상생활이 어려운 진짜 환자로 만들어버린 갑상선외과와 이후 치료과정에서 만난 의료진들의 중복 약처방, 오진 등 잦은 시행착오에 대한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했다.


위태위태한 시간이 흐른 뒤 많은 사람들의 격려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리고 엄마와 큰 누나는 대학원 박사 논문에 돌입했다. 보다 매끄러운 논문 쓰기를 위해 엄마는 2022년 2월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큰누나의 엄마는 큰누나의 보호자로 8년째 24시간 큰누나 옆에 머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마음 깊이 품고 있다.


세상 간단하다는 '갑상선 수술' 후 삶이 흔들거리는 큰누나로 인해 해가 뉘였 거리는 하늘만 보아도 엄만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뛴다. 아마도 엄마의 눈물샘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깊은가 보다. 컴퓨터 화면 앞에서도 수시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걸 보면...


그리고 '사건 발생 후 3년 이내'라는 소송이 가능한 기간의 마감일을 20여 일 남겨두고 2017년에 의료소송을 신청했다. 뜻밖에 의료소송 전담 변호사들은 자신들의 모교병원을 대상으로 소송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힘들게 연결된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의 변호사가 큰누나 편이 되어주었다. 법원이 지정한 서울소재 병원들은 누나의 신체감정을 거절했다. 누나를 수술한 대학병원의 위용 탓이었을까? 드디어 법원은 원고 측이 병원을 찾아보라고 했다. 일단 누나의 미래 노동력 손실에 대한 감정을 받아야 했다.


2015년 수술로 시작한 의료 소송의 1심 결과가 2022년 1월 큰누나 측 변호사를 통해 날아왔다. 한국에서 최고라는 대학병원을 상대로 한 "계란으로 바위 치기" 의료소송은 무책임한 병원과 수술진에 대한 누나와 누나엄마의 분노를 치료하는 심리치료과정이었다. 역시 최고대학병원의 힘은 세서 병원의 잘못을 인정한 판사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비용도 안 되는 아주 소액의 위로금으로 합의권유를 받았다.


그동안 기록해 온 의료기록들과 큰누나와 엄마네의 고통을 서류로 들여다보는 일을 변호사에게 일임한 대신, 엄마와 큰누나는 대학원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환자의 건강과 경제를 망치고도 역시 대학병원은 힘이 셌다.


하느님은 누나의 치명적인 의료사고대신 두 여자에게 박사학위를 예정하신건가... 65세 엄마의 박사학위 그리고 여전히 편치 않은 상태의 큰누나는 매일 약을 한 줌씩 먹으며 박사학위를 품고 어떤 희망을 꿈꿀까?



누나네의 내일은 어떤 색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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