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암에 걸려야 한다면 이 암으로!

얼마나 감사한 일이니?

by 윤혜경

연꽃( 4월 27일 탄생화, 꽃말 : 아름다운 당신은 마음도 아름답습니다)(출처: 꽃나무 애기 Band).




그날은


2015년 4월 28일로 예정된 수술의 전일에 입원한 4인실 병실은 마치 호텔방에 들어선 듯 다소 낯설다. 빨리 제거해야 혈관을 타고 암이 번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의료진의 권유에 최대로 서두른 날짜였다. 제2 제3의 진단을 받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수술이 아주 간단해서 일주일 후엔 정상생활이 가능하다던 갑상선외과 수술 집도의와 수술관련 상담사의 설명이 있었지만 엄마도 큰누나도 갑상선전절제 수술 후 회복이 기대되고 딱 그만큼 불안하고... 입원 그리고 수술은 대형병원이라 의지도 되지만, 신체 일부를 제거하는 일이니 다소 긴장될 일이다.


질병정보에 무지함 그 자체로 심지어 인터넷도 펼쳐보지 않고 그저 대학병원 의사의 처방만 따랐던 엄마는 자신의 학창 시절 편도선 제거 경험을 바탕으로 그쯤 가볍고 가볍게 생각을 털었다. 그리고 마음이 편치 않은 딸에게 넌지시 강조했다.


"독감처럼 생각하자. 그래도 일찍 발견하였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니?"


그 입원실에서는 서른을 갓 넘긴 큰누나가 가장 어린 나이의 환자였다. 여러 군데에 암 수술을 한 50대, 60대, 방문객이 많은 70대 환자와 눈인사를 나누었다.


날씬해진 큰누나 "예뻐졌네"


3년 전 어느 날부터인가 친지와 큰누나의 교육대학원 지인들이 큰 누나에게 '예뻐졌다'라고 덕담을 건네기 시작했다. 가까운 친지들도 이구동성으로 요즘 부쩍 예뻐진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날씬해져 있다. 그리고 동네 내과에서 얻은 진단이 갑상선 항진증이었다. 워낙 정보가 없어 당황하는 엄마에게 동네 내과병원의 접수창구 직원은


"요즘 중고등 학생도 '갑상선 항진증' 걸린 애들이 많아요."


한다. 정말 마치 편도선염쯤으로 치부하며 대수롭잖아 하는 그네들의 반응에 누나와 엄마는 조금 무안했다. 별일이 아닌데 호들갑을 떠는 환자가 되지 않으려고 누나의 엄마는 누나 손을 꼬옥 잡아주며 미소까지 얹어서


"그래요? " 했다.


갑상선 항진증은 심장이 보통사람보다 훨씬 일을 많이 하느라 에너지 소비가 많고 몸의 모든 장기에 과로를 유발하는 일중독쯤으로 이해하고...


진찰 후 엄마가 서툴게 잡아본 누나 손목의 맥박은 엄마보다 훠얼씬 빠르게 뛰었다. 이렇게 몸의 기관들이 열심히 쉬지 않고 뛰니 누나 체중이 빠질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이해가 될 만큼. 그렇게 동네 내과에서 갑상선 항진증 치료를 시작했다. 3개월에 한번 혈액검사를 하고 약을 처방하는 방식으로.


3년째 갑상선항진증 치료약을 복용 중인데 목이 점점 답답하다는 큰누나의 하소연이 잦아졌다. 동네 내과에서는 괜찮다고 했다. 육안으로도 구별되게 목이 두꺼워진 큰누나를 보며 "괜찮고 아무 일이 없다"는 내과의사에게 엄마는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마지못해 의사는 초음파 검사와 X-Ray를 의뢰했다. 그리고 검사 결과 판독에서는 별다른 변화나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1개월쯤 지나고 여전히 목에 이물감이 심하다는 큰누나의 하소연에 엄마는 동네 내과 의사에게 종합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의뢰서를 부탁했다. 다 큰 딸에 대한 엄마의 극성쯤으로 치부하며, 내과병원에서는 마지못해 의뢰서를 써주었다.



3mm 크기의 작은 암


집 근처의 대학병원에서는 검사 결과 큰누나의 갑상선에 암으로 여겨지는 3mm 크기의 결절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위치가 혈관벽에 가까이 있어서 상황이 좀 좋지 않다고 했다. 목이 부어있나를 확인하려던 큰누나네 가족에게는 예상치 못했던 진찰 결과였다. 그리고 작은누나가 권하는 상급대학병원으로 갔다. 작은누나 친구들이 그곳에서 의료진으로 근무중이었다.


결과적으로 동네 내과에서는 초음파와 X-ray 판독을 제대로 못한 거였다. 두 곳의 대학병원에서는 같은 자료를 보면서 금세 3mm의 수상한 결절을 발견한 거고.


그렇게 엄마는 큰누나의 아주 작은 암과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그리고 갑상선 항진증을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지 않고 동네 내과병원을 열심히 다니며 호르몬 약을 처방받게 한 자신의 아둔함에 속상했다. 큰누나에게 얼마나 미안했던지. 하여 유명대학병원으로 옮겨서 명의를 소개받아 여러 차례의 검사를 거쳐 수술 날짜를 정했다.


주변에 넌지시 물어보니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에요."

"수술하고 일주일 후부터 거뜬하던데요."

"65세인 누구네 시어머니는 갑상선 수술하셨어도 여전히 날아다니세요."

라고 했다.




다행히 누나를 찾아온 암은 의사들이


"제가 암에 걸려야 한다면 이 암으로 주세요!"


하고 기도한다는 인기상종의 '갑상선 유두암'이라고 했다.


그래, 크기가 워낙 작고 맹장처럼 제거되고도 그다지 영향이 없다니 그만하기가 다행이다.'라고 마음을 먹기로 했다.


세상에 엄마는 이 말을 큰누나앞에서 입밖으로 내어 위로했다.

"얼마나 다행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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