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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llara Dec 11. 2024

어머머, 이 남자도 은행잎을

문득 초겨울을 보여준 남자들


읽기 도우미견 (Reading to Dogs)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리딩독연구소> 설립과 발전 재능기부로 도움을 주분들과의 미팅을 위해 동창회 사무실에 자주 가게 된다.


재능기부로 봉사가 몸에  은퇴자이자 훨훨 나는 개인사업자인 사무총장은 동창회일에도 자원봉사로 열일 중이다. 나이가 있는데 도우미 없이  컴퓨터 사용도 능숙하다, 부러울 만큼.


내게 리딩독문해 프로그램과 관련한 로고 사용을 허락해 준 미국 리딩독 최대 기관의 홈피에 드디어 우리 태극기가 올려져 있다. 그 페이지를  사무총장은 금세 카피해서 복사해 준다.  


태극기가 다른 25개국과 나란히 등장한 자료를 건네받고  여러 생각을 하며 돌아서는데 언뜻 노랑 은행잎들이 스친다.  다시 보니  스카치테이프로 유리창에 붙여져 있다.


"어머, 낙엽을 주우셨네요. "

"네, 저도 초겨울을 느껴봅니다. "


워낙 일이 빠르고 직선적 표현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라 멈춰 서서 낙엽을 주워드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아 웃음이 나왔다.


귀가해서 남편 서재에 들어가니 뚜껑 덮인 피아노 위에 은행잎들이 놓여있다.


* 초겨울 맨드라미


직선적인 남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서정적이 되는 건가? 나는 다니는 병원 앞의 맨드라미가 초겨울을 겪는 걸 보며 마음이 애잔해서 잠깐 멈췄을 뿐이다.

 

나는  가을에  은행잎을 줍지 않았다. 아마도 못했다. 그런데  사무실에서도 집에서도 가을잎을 초겨울에 주워 든 남자들이라니.


 내가  너무 달렸나 보다,  도로 바닥에 누운 은행잎에 시선도 두지 않고.  아, 이미 책 속에 들어있는 잘 마른 나뭇잎을 코팅해서 책갈피로  선물해야겠다. 


(사진출처: 코미디닷컴)



남자들이 노란 은행잎을 주워 들어 유리창에 붙이는 계절에  나는 동쪽서쪽 도시로  달리느라...


12월 여의도에서 시렸던 마음으로 밤을 새우며 우울했는데, 낙엽을 주워 든 노년의 남자들 덕분에  초겨울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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