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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아침에 태극기를

이젠 걸 수 있다

by 윤혜경


광복 80주년 전야제


어젯밤 MBC TV방송으로 국회잔디광장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전야제 음악회]를 시청했다.


리딩독과 동물교감치유를 소개하고 자료를 찾느라 국회와 국회도서관을 몇 차례 방문해서 눈에 익은 잔디광장이다. 그곳에서 열린 한밤 음악회는 친숙함과 함께 2025년 8월 14일 자정의 수면 리듬을 흔들었다.


멋진 출연자들ㆍ혜안을 지닌 연출ㆍ멋진 시민들의 동참으로 열린 음악회에서 한밤중에 청량감 가득한 '거미'의 노래를 들었다. 땀을 비 오듯 쏟으며 축제를 마무리하는 에너제틱한 가수 '싸이' "소리 질러"와 함성에 방안 시청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자정이 아니라면 나도 함께 '소리 질러'에 끼고 싶을 만큼.


한밤 자정 시간에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내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맞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희생하신 선열들과 힘들게 삶을 꾸려온 후손들께 국민으로서 마음 가득 감사하고, 미안해하고, 덕분에 얻은 내 나라의 광복과 자유를 신나게 축하하는게 당연하다.



이제 태극기를 걸 수 있다


2025년 8월 15일 광복절 80주년 아침이 특별했다. 간밤의 전야제 음악회 덕분이다. 뒤편 아파트 두 개 동의 창문을 베란다를 통해 바라보았다. 이는 국경일의 내 습관이다. 언젠가부터 여행가고 쉬는 날로 새겨진 국경일에 태극기를 창턱에 거는 집이 거의 없다. 건너편 아파트는 1동에 1개씩 태극기가 걸렸다. 초등학생이 있는 집일까? 초등학교 선생님 댁인가? 내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모범적인 태극기 게양 가정이다.


작년엔 태극기를 내걸지 못했다. 태극기라는 이름 끝에 따라붙는 광화문의 '~부대'라는 용어에 오염된 까닭이다. 작년 겨울에 광화문과 시청역 부근 미팅에 참여차 탄 지하철에서 노인석의 남성들은 군복차림에 배낭을 메고 있었다. 그 배낭에는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이스라엘기가 꽂혀 있었다.


그들의 의기양양하고 무례 가득한 시선을 피해 나는 경로석 빈자리를 포기하고 지하철의 임산부석 앞으로 이동했다. 무릎이 부어있었지만 선 채로 시청역까지 갔다. 누군가의 무례한 태도는 어떤 상황이나 이유라도 싫다.


설령 학교에서 도덕이나 윤리를 배우지 못했어도 가정교육에서 어려서부터 귀가 닳게 들었을 예의와 상식인데, 소통이 안되게 안하무인인 그들은 무슨 생각으로 사는걸까? 나는 청문회건 뉴스에 나오는 사건에건 간에 무례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도가 아주 낮다.


광화문과 서초동, 그리고 용산에서 우리나라 정치 구호에 성조기와 이스라엘기가 등장해야 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태극기' 용어의 오염 느낌에 국가 기념일에도 태극기를 여전히 장식장 속에 눕혀두고 머뭇거렸었다.


8월 14일, 어젯밤의 축제열기로 그동안 무거웠던 태극기에 대한 단상이 씻겨갔나 보다. 오늘은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태극기를 내걸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기대하며, 이제 광복절 아침에 태극기를 편안하게 내걸 수 있다.


사진: 2025.8.15 우리 집 태극기 게양/ 큰딸이 1995년 초6에 학교에서 만든 국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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