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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입주한 알레르기

갈수록 태산

by 윤혜경

알레르기


어원

그리스어 allos(의미: 다름)는 '다름'을 의미한다. 독일어로 Allergie로 표현하며, 우리나라 면역학 전문용어로는 '알레르기'로 표기한다. 영어로는 'allergy 앨러지' 또는 '알러지'라고 발음하며, '과민반응'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영어발음의 '알러지'와 독일식 발음의 '알레르기'가 혼용되나, 표준어는 '알레르기'이다.


나는 몸의 두드러기나 호흡기 천식 또는 아침마다 온도나 습도 변화로 인한 재채기 정도를 '알레르기'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알러지'라는 발음을 호주에 발을 디딘 후 처음 들었다.


의미

'알레르기'는 보통 사람에게는 별 영향이 없는 물질이 특정한 사람들에게서 면역 시스템 오작동으로 두드러기, 가려움, 콧물, 기침 등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심하면 아나필락시스와 같이 호흡곤란, 급성 저혈압 및 쇼크로 생명이 위험하거나 사망의 경우도 나타난다.


이에 무지했던 나는 동생 결혼 직후에 제부의 '사과 알레르기'를 과소평가했다. 샐러드에 여러 사람이 선호하는 '사과'를 넣었다가 제부의 입술이 부풀어 올랐던 경험이 있다. 호흡기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었으면 어쩔뻔했나 소오름이 인다. 사과 알레르기 용어를 그때 생전 처음 들었다. 다시 한번 무지했음에 미안함을 표한다.


이후 땅콩, 호두 등 넛트류, 키위, 망고 등에 대한 알레르기 관련 사고도 언론 뉴스 등을 통해 보다 널리 알려지며 국민들의 경각심을 키웠다.


역사

"알레르기"라는 개념은 1906년 오스트리아 빈의 소아청소년과학자 클레멘스 폰 피르케가 환자들 중 몇 명이 일반적으로 무해한 먼지나 꽃가루, 특정 음식 등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고 소개한 데서 시작되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알레르겐' 또는 '항원'이라고 하며 꽃가루항생제를 예로 들 수 있다. 종류로는 식품 알레르기(유제품, 과일, 넛트류 등), 한냉 알레르기, 햇빛 알레르기 등이 있으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항체가 형성되어 항원항체반응으로 알레르기 증세가 나타난다.


알레르기는 접촉성 피부염이나 과민 반응, 혹은 독반응이나 부작용과 구별되어야 한다. 가장 많은 항원물질은 '단백질'이다.

(참고문헌: 위키백과, 방문일자. 2025.09.07.)



질병관리청의 국가정보포털(https://health.kdca.go.kr/)에서는


" • 알레르기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특정 물질에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식품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주요 알레르기 질환은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식품 알레르기 등이며, 유전원인(가족력)과 환경 원인(항원 노출, 식품 등)이 상호 작용하여 발생합니다.

• 대부분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 등 가벼운 증상을 보이며, 원인 물질(항원)을 피하면 증상이 좋아집니다.

• 심한 경우 아나필락시스(과민성 쇼크)를 일으켜 혈압저하, 호흡곤란, 실신 등이 나타나며, 심하면 사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 치료는 공통적으로 원인 항원에 대한 노출을 피하거나 줄이는 것이 중요하며, 항히스타민제, 부신피질 스테로이드제, 류코트리엔 조절제 등의 약물치료 면역요법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와 같이 알레르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하에 입주한 알레르기 증세


플라스틱 알레르기가 생긴 지는 10년이 넘었다. '알레르기'가 면역학의 공식용어이나, 일반적으로 짧게 사용하여 '알러지'란 표현도 사용한다. 생소한 알레르기(Allergi)로 인한 괴로움을 줄이고자 숙대 인근의 유명세가 큰 피부과를 힘들게 여러 차례 들렀다. 적지않은 비용으로 각종 검사를 했지만 니켈과 요오드에 아주 약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왔을 뿐이다.


니켈은 이미 30여 년 전에 경험으로 확인되었다. 결혼 전엔 예쁜 이미테이션 귀걸이도 복장에 맞춰 즐겨 착용했으나, 첫 애 출산 후 14K 반지나 귀걸이에 대해 피부접촉면에 가려움증이 생겼다. 귀의 피부가 붉어지다가 부풀었다. 아직 가난한데 몸은 부자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거다.


'가짜 말고 진짜를 착용하라고.'


나중엔 점점 심해져서 18K 이하에선 피부가 붉게 부풀어 오르거나 염증이 생겼다. 사실 이미테이션 장신구가 예쁜데... 아쉽다.


이제는 될수록 공식석상에서 흰색이나 검은색과 같은 단순 복장 시에 가끔 단조로움을 피하고자 귀걸이를 착용하게 된다. 이제 남편의 귀걸이 선물들은 거의 장신구함에 담겨 있다. 딸들은 취향이 다르고 이 또한 유행이 지나서 엄마 장신구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불편하지만 귀걸이 착용 땐 알코올로 잘 소독하고, 귀에는 소독 연고를 바르고 귀걸이를 한다. 이와 같이 미리 소독을 하면 종일 무사하다. 예쁜 척 하기에도 공짜가 없다. 소소한 수고가 따른다.


20년 전쯤 건조증 치료차 다니던 안과에서 전문의가 처방해 준 눈물보조제를 사용하고 나서, 이 보조제가 흘러내린 얼굴 피부가 벗겨지고 발그레하게 부풀었다. 그때 '요오드알레르기'란 얘기를 처음 들었다.


'그럼 나는 응급상황의 상처에도 요오드 소독을 못하게 되는 건가?'


잠깐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의사는 가격이 더 있는 1회용 눈물보조제를 처방해 주었다. 약국에서는 왜 비싼 1회용 보조제가 처방되었지를 심지어 내게 물었다. 아마도 흔치 않은 경우였나 보다. 나는 당시 눈물보조제가 흘러 지나간 양볼의 눈밑 피부가 붉어지고 벗겨지면서 흉했었는데.


젊어서는 경험하지 못한 병증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더해지기 시작한다. 그렇더라도 이 나이에 그 정도의 불편함은 당연히 감사한 건강상태이다. 그렇지만 유감이다. 우주탐사 시대에, 인공지능 시대에도 이런 작은 일의 연구발전은 경제성이 없어서 더딘가 보다.


내가 겪는 이 불편함은 일단 전문의사가 실행한 알레르기 검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내 알레르기는 영화 <기생충> 속에 나오는 지하의 가족처럼 지하에 숨어 산다.


그 영화에서는 주인이 지하에 숨어 사는 가족으로 인한 불편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나는 지금 내 몸에 숨어 사는 알레르기 가족으로 인해 많이 불편하다.


딸의 병원 치료와 모녀학위 취득 기간이 합해서 십 년이 넘은 동안 옆지기가 집안일을 맨손으로 하며 점점 더 맡기 시작했으니, 집안일로 인해 내 손가락 알레르기가 심해진 건 아닐 게다.


더구나 주부습진도 아니라며 어쨌건 원인불명의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했다. 아토피류 증상도 피부과 전문의는 자가면역질환 범주로 내게 설명했다.


나는 손이 필요한 곳은 순간 맨손으로 시도했다가 통증을 느끼면서 속장갑과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처리하고, 설거지 정도는 젊은 시절 남편이 봉사했듯이 이제는 내가 봉사하는 입장이 되었다.


세수 비누나 샴푸를 만지면 심하게 아려온다. 세제를 만지면 손가락 피부가 정말 아프다. 샴푸세제를 사용할 땐 속장갑에 고무장갑을 끼고 어설프게 하니 편치 않다.


가끔은 용기를 내어 빠르게 맨손을 사용한다. 대신 끝나자마자 머리엔 수건을 두르고 손부터 로션을 바른 후 피부 연고를 발라준다.


다행히 날마다 이 정도는 아니다. 어떨 때는 심하고 어떨 때는 모른 척 넘어가기도 한다. 알레르기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얼굴피부가 아주 곱다고 소문난 탤런트는 샤워 후 급하게 얼굴에 수분과 로션을 발라준다는데... 내겐 손이 제일 상석의 손님이다. 손가락이 건조해서 피가 흐르는 갈라짐은 바셀린과 베이비오일 덕분에 최근엔 멈추었다.


부엌에서 놓여나지 못한 시어머님은 겨울이면 글리세린병을 찬장 한쪽에 놓아두고, 맨손 설거지 후 글리세린을 물과 섞어서 바르시곤 했다.


당시 시아버님은 집에 계셨는데도 전기밥솥조차 사용하지 못하셨다. 자신의 밥 만들기를 노년에도 아내에게 일임하고, 거드는 일은 상상도 안 하셨다. 어머님도 기대도 안하셔서 평화로웠다. 1930년대 생의 노년 삶 이었다.


나는 바셀린을 선호한다. 병원에서 손가락을 보드랍게 해주는 유**크림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다. 하루 종일 손가락 건조느낌이 오면 바셀린과 베이비오일을 섞어 부드럽게 발라주곤 한다. 언젠가부터 손가락 안쪽 피부가 세로로 갈라지는 문제는 해결된 듯하다.


단,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바셀린 바르는 일이 등한시되면, 어김없이 재발한다. 손가락에 이니스** 알로에 크림도 자주 발라준다. 외출 시엔 핸드크림도 병행 중이다. 이젠 악수를 피하지 않을 정도로 손가락 상태는 정상이 되었다.


보통은 마우스를 맨손으로 만지면 손가락이 건조해지며 쭈글거리고 예리하게 아프다. 손가락과 손바닥 속 열감이 점점 증가한다. 그래서 면장갑을 끼고 마우스를 사용한다.


스트레스가 주원인일 수 있다며, 충분히 잘 자고, 잘 먹고, 마음을 편하게 다스리는 게 필요하다는 신문 기사들이 많다. 어제 새벽 결국 일이 났다.


*추신:

- 발행 후 확인하니 맞춤법 검사 중 비교용어로 제시한 용어 '알러지'를 교정 시 부주의로 모두 표준어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용어의 차이설명에 필요한 '알러지'로 고쳤습니다.

- 질병관리청 정보는 두번 올려져 있었네요. 이제 정리했습니다.

먼저 들르신 작가님들께 죄송함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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