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 Aug 28. 2024

너는 도대체 왜 책을 읽는 거야?라고 묻는다면?

책 읽을 잘 읽는 방법과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한  대답

책만큼 가성비 좋은 물건이 있을까?

책을 읽는 일만큼 여러모로 에너지 소모가 큰 물건이 있을까?

사람들은 어쩌자고 책을 읽는 것일까?

책을 한 권 읽어내는 데는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며칠 혹은 몇 주가 걸린다.

물리적 과정으로만 본다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하고, 긴 문장을 읽어내야 하며, 그 문장이 설명하는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

무엇보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가 대략 난감이다.


먼저 꼼짝없이 앉아 있기에는 나를 흔드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편한 의자가 있어야 하고, 알맞은 각도로 책을 내려다볼 수 있어야 하며, 수시로 울리는 핸드폰을 집어 들지 않아야 한다. 정신을 뒤흔드는 소음이 없어야 하고, 충분한 밝기를 가진 장소에 있어야 한다. 눈에 거슬리는 집안 일도 무시해야 하고, 문득문득 말을 거는 귀찮은 주변인도 없어야 한다.


긴 문장을 읽어내야 하는 것  어떠한가?

훌륭한 문장도 있지만 훌륭하지 않은 문장도 많다. 어디서 끊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게 하는 문장이 수시로 튀어나온다. 게다가 시력이 좋지 못하면 문장이 어른거려 머리가 아플 때도 있다.



문장이 설명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 어렵다

기본적인 상식과 배경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책들이 많다. 다른 이유들과 다르게 이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분명 여러 가지 장애를 다 극복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기술되어 있거나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단어와 사람들이 대거 등장하면 읽어도 무슨 말인지 절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읽었으나 읽지 않은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


마지막 난관이 하나 더 있다.

저 어려운 작업을 다 해낼 건데 그러려면 그만큼 중요하고 대단한 책을 읽어야 한다.

무슨 책을 읽어야 나의 저 수많은 노력이 헛되지 않을 수 있을까?




만약에 내게 저 난관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1. 꼼짝없이 앉아 있을 수 없어도 그냥 읽는다.

저런 완벽한 장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포기한다. 충족이 되든 안되든 그냥 읽는다.

집이라면 소파에서도, 침대에서도, 거실바닥에 누워서도 본다. 일부 집안일은 미룬다 (가끔 책을 읽다가 졸리면 그때 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그냥 한숨 잔다^^;;) 핸드폰은 가급적 멀리 두거나 비행기모드로 바꿀 때도 있지만 그것도 귀찮아서 전화가 오는 게 아니라면  그냥 자주 안 본다. 충분한 밝기를 위한 스탠드를 하나 가지고 있고, 책을 올려놓을 수 있는 독서대는 여러 개가 있다. 그래도 그냥 몸에 올려놓고 보는 경우가 훨씬 많다. 옆에서 남편이 떠들면  조용하라고 엄포를 놓는다.

카페라면 의자가 편한 카페를 찾는다. 유명하지 않은 카페도 좋다. 너무 소문난 카페는 시끄럽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아 번잡스럽다. 어둡고 침침한 카페보다는 밝은 카페를 위주로 찾아다닌다.


2. 긴 문장을 읽어내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요즘  급격한 노안이 진행되어 문장이 어른거린다. 할 수 없이 돋보기를 쓰게 되었다. 굳이 버티지 않는다.

훌륭하지 않은 문장도 일단 읽어낸다. 자꾸 그런 문장을 만나다 보면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혹시 여러 버전으로 출판된 책이 있다면 문장이 잘 정리된 책을 고르려고 한다.  똑같은 책이라도 번역자가 다르거나 출판사가 다른 경우가 많다. 고전일수록 더 그렇다. 이렇게 읽다 보면 문장력이 좋은 저자의 책은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  


3. 문장이 설명하는 내용을 이해하려면?

이건 꼼수가 없다. 그냥 많은 책을 읽다 보면 배경지식이 자동으로 쌓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편리한 방법이 있다면 유사한 종류의 책을 연달아 보는 것이다. 가령 2차 세계대전에 관한 소설을 읽었다면 관련 역사서를 함께 읽어보거나 유튜브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리적 설명이 많은 책이라면 사회과 부도나 지도 앱을 켜놓고 보면 훨씬 도움이 된다. 모르는 단어나 역사적 팩트는 위키백과 같은 정보를 수시로 찾아보면 이해가 빠르다. 특히 역사적 내용이 많은 책은 따로 연대표 같은 것을 작게 써보며 읽기도 한다. 메모지에 적어서 책에다가 끼워두면 나중에 다시 읽을 때도 도움이 된다.

4. 책은 어떻게 고르면 좋을까?

예전에는 네이버에 '지식인의 서재'라는 코너가 있었다. 거기서 상위에 올라온 순서대로 사서 무조건 읽었다. 남들이 좋다고 하고 많이 읽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니까 일단 그냥 읽어보자 하고 시작했다.

지금은 방영하지 않지만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프로가 있었다. 거기서 나온 책들도 이미 선별되어 소개된 책들이라 좋은 책이 많다. 최근에는 알릴레오 북스에 소개된 책들을 꾸준히 읽는 편이다.  책에 배경지식이 부족할 이런 프로들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언급하는 책 속의 책들이 있다. 그것도 가능하면 읽어보려고 하고, SNS에 자주 소개되는 책들 중 서평이 좋은 책들을 읽어보는 경우도 많다. 요즘은 책을 진지하게 대하고 진솔하게 서평을 올리시는 분들이 많아 참고도 되고 도전도 많이 된다.


책을 왜 읽는가?

1. 책 자체를 읽어내는 힘을 기르는 건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된다. 읽어내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 시대에 긴 내용을 읽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빠르게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한 차별점이 된다.

2. 경험해 보지 못하고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지식을 쌓는 것에 책만큼 가성비 좋은 도구는 드물다.

특히 소설은 평소에 절대 경험할 수 없는 타인의 상황과 감정을 느껴보며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좋은 훈련을 할 수 있다

3. 무엇보다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책을 읽는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 때문이다. 살다 보면 진짜 말도 안 되는 경우들을 너무 많이 겪는다. 무엇이 옳은지 어떤 게 맞는 건지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럴 때  내 판단이 옳았음을 책에서 확인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때 받는 마음에 위로가 크다. 그러면 책은 온통 밑줄로 가득하다. 희열이 있다. 소설을 읽으며 등장인물이 겪는 감정에 푹 빠져들 때가 있다. 현실을 잠깐 잊고 그 상황에 빠져있다 보면 내 속에 얽힌 문제들이 조금은 잠잠해진다.  받아들이지 못할 타인이 마음이 슬쩍 내 옆에 앉아 이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


책이 주는 이로움이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언급했을 터이니 이쯤에서 그만두겠다

왜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읽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의 일부다.


이제 그 즐거운 나의 소소한 즐거움을 함께 나눠 보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