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삶은 부모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기 탓이 아님에도 부모 운명의 일부를 고스란히 떼어 받는다. 그것이 풍요와 안정, 이해와 사랑으로 감싸져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그와 반대되는 대물림이라면 너무 가혹하다.
여기 세 명의 고2 청소년이 있다.
1.
지우는 엄마와 엄마의 동거인과 함께 살았지만 엄마가 사망하고 아저씨와 어색한 시간을 보내다가 가출한다. 유일하게 사랑하는 도마뱀 용식이를 친구 소리에게 맡겨 두고 독립할 자금을 모으기 위해 공사판으로 뛰어든다. 지우는 웹툰 <용식일기>, <베리 베리 내 처지>, <내가 본 것> 이야기를 쓰는 작가다. 자신의 상황과 타인에 대한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든 이 이야기에 채운이 담겨있다.
2.
소리의 엄마는 항암치료를 받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소리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어느 날부터 생겼다. 자신이 어떤 사람의 손을 잡았을 때 그 사람이 뿌옇게 흐려져 보이면 얼마 못 가 그 사람이 사망하는 것이다. 활발하고 명랑했던 소리는 그때부터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고 결벽증이 심하며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유별난 아이로 낙인찍힌다.
3.
채운이는 엄마를 때리는 아빠를 돌발적으로 칼로 찌른다. 엄마는 채운의 죄를 뒤집어 쓰고 교도소에 수감되었고 이 비밀을 절대 발설하지 못하게 한다. 그 공격은 채운이의 탓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모 집에 살게 된 채운이 의지할 수 있는 건 골든레트리버 뭉치다.
지우와 소리, 채운이는 같은 반이다.
선생님에게는 특별한 자기소개 룰이 있다.
자신에 대해 다섯 가지를 말하여 돼 그중 하나는 거짓말이어야 한다.
진실이 핵심일까 거짓이 핵심일까?
내가 가지고 있는 비밀을 말할까? 사람들은 그것을 거짓으로 알까 진실로 알까?
상처와 비밀을 안고 사는 아이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환경, 부모의 한계와 포기하지 않고 지켜주고자 하는 의지, 성장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자신들의 노력이 뒤엉켜 있다.
아... 여전히 삶은 무겁다.
나는 이 소설을 읽고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은 미대를 준비하는 고3 아들 수시 입시일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고사장 앞에 도착하니 수많은 차들이 제 주인의 귀한 자제분을 모셔 오느라 바쁘게 들이닥치고 있었다. 아이 하나에 부모 둘, 혹은 부모 하나, 아이만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차가 없고, 부모가 없다면 너무 슬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리바리 챙겨 온 미술도구 가방을 들어주며 아이를 격려하고 고사장 입구 문이 닫힌 후에도 그 앞을 한참 동안 서성이며 아이의 건투를 빌어주는 수많은 부모들 속에 나도 있었다.
나는 너에게 어떤 부모일까?
너는 나와 함께 살며 어떤 상처와 비밀을 갖게 되었을까? 이 중 하나는 거짓말이었으면 하는 비밀이 있을까?
아니면 우리 모두는 그런 비밀 하나쯤은 안고 사는 운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