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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 Nov 06. 2024

[책서평] 김대중 육성 회고록

김대중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김대중 육성 회고록



97학번인 나는 김대중 대통령 집권 기간인 97년부터 2002년까지 재임기간 동안 대학생 신분이었다. 이때 이미 대학은 정치로부터 꽤 많이 멀어져 있었고, 데모는 희귀한 구경템이었다. 게다가 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개인적 삶에 매몰돼 정치를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어떻게든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목표였다.

김대중 육성회고록을 읽으며

지금 이때, 이런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들었다.

이제 제법 나라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는데 현실에서 이런 철학과 사상, 경험으로 무장되어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복지에 역량을 갖춘  준비된 대통령을 보고 있었더라면 내 나라 사랑하는 마음도 조금은 강력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780여 페이지의 묵직한 책을 숨을 고르며 천천히 읽었다. 육성회고록인 만큼 읽기에 부담이 없다.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기록되어 묻고자 하는 것과 답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다. 문장에서 들려오는 육성에서 그의 생각과 의지가 가깝고 분명하게 묻어났다.


1924년생으로 일제강점기와 6.25를 직접 겪어내며 민족의 고통과 서러움 그리고 직면한 죽음의 위기를 극복한 그의 삶 자체가 일단 진정성이 크다
1961년부터 2003년 2월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기까지 그리고 2009년 85세 나이로 서거하기까지  근 50년 가까이 정계에 몸 담고 있었던 그의 경력 또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5번의 죽을 고비, 6여 년의 감옥생활, 3여 년의 망명생활, 지속적인 감시와 연금은 그의 정치생활이 얼마나 고단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의 삶이 타협 없이 일관적이었음을 알려준다.
때문에 내게 가장 전율을 일으키는 것은 그의 직관적 통찰과 신념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탄탄한 고민과 연구를 기반으로 나왔는가 하는 것이다.

7대 대통령 선거  포스터


1971년 7대 대통령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운 3단계 통일론, 4 대국 안정보장론, 대중경제론, 각종 사회정책은 그 시절에도 센세이션 했지만 이후 그가 대통령이 되는 1997년까지 깊은 연구와 고민을 거듭하며 그 기틀을 탄탄히 다졌고 당대뿐만 아닌 후대까지 고려한 혜안으로 놀라움을 준다.

김대중대통령의 소원은 민주정부 수립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정의 인간존엄성을 보장한 사회를 만들고 북한과 공존하는 통일의 길을 열어 자손들이 다시는 전쟁위협과 분단의 슬픔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 꿈 아래 추진하고 만들어간 정치, 경제, 사회, 안보, 복지는 지금 우리에게 강력한 영향을 주고 있다.

자신을 탄압한 적(사형선고, 납치, 망명등)들을 용서하고, 합당과 등용을 통해 사람을 쓰는 것은 그가 이루고자 하는 것이 개인의 이로움이 아니라 더 큰 목표를 이루고자 함이었음을 보여준다.
(자신에게 이롭고, 소탐대실하는 결정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그런 행동과 저의를 모두가 알고 있는데 본인만 모른다는 것이다)

모든 정부가 각자의 노력으로 자신들의 업적을 이루고자 한다. 때로는 당대에 공과 실이 명확하여 논란이 이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것은 당대와 다른 평가를 후대에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결과론적 결론을 떠나 내가 감탄하고 감탄하는 것은 과정이다. 그의 깊은 고찰과 연구 그리고 오랜 기간 지켜 온 철학과 사상이 바로 그것이다.
준비되었다는 말은 감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리더는 그 책임이 막중하고 크다.
그의 권력은 조직과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때로는 죽이기도 한다.  옳은 철학과 바른 이해를 위해 먼저 자신이 공부하고 학습해야 한다. 특정 분야에 역량과 경험이 부족하다면  그 분야에 오랜 기간 고민해 온 사람들을 잘 사용해야 한다. 침묵하고 긍정적 동조만 하는 캐비닛이 있다면 경계해야 한다.  철학과 신념이 없는 독재는 오래가지 못한다.

김대중 육성 회고록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바란다. 정치 성향을 떠나 오늘 우리에게 말하는 그의 도전이 책을 읽는 각자에게 큰 울림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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