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도?ㅋㅋ
그 사람이 혼자가 됐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살아오면서 나를 그 누구보다 사랑해줬던 그 사람.
나에게 일어났던 그 일만 아니었으면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 사람.
그 사람이 갑자기 생각난 건, 아니 생각은 거의 매일 했으니까 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내가 소개팅에서 거절당하고 온 그날이었다. 이상하게 나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거나 속상해서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면 그 사람이 생각이 난다. 내 손보다 훨씬 크고 따뜻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그 손길이 그리웠다. 그 손길 한 번이면 아픈 내 마음이 괜찮아질 것만 같은 그런 막연한 기대 아닌 기대를 품고 살았다. 그날도 나는 마음에 들었고 상대는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속상했었다. 그래서 또 난 그 따스한 손길이 그리웠다.
나를 위로해주겠다고 같이 술잔을 기울여주던 언니에게
"난 이런 날이면 그 사람이 생각나요. 그 사람이 보고 싶어요."
하고 말했다.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사랑해 줬었는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이야기하니까 언니가 그 사람이 궁금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 사람의 sns를 찾아 언니에게 보여줬다. 그러다 발견했다. 그 사람이 혼자라는 걸.
우리는 헤어진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았고 종종 만났지만 다시 이 사람과 연인사이가 되기엔 내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이 사람이 주는 위로를 받고 싶었던 건지 이기적이게 나는 연락을 끊지 않았다. 친구들도 주변 사람들도 다 그러지 말라고 말렸다. 서로에게 좋지 않다며 다들 뜯어말렸지만 나는 그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그 끈을 놓은 건 그 사람이었다.
결혼을 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랑.
남자 여자가, 더구나 마음이 있는 남녀가 아무 진전 없이 이따금씩 연락만 하고 지내는 건 아니었다. 확신을 주지도 않았고 사랑한다 말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나를 떠나는 건 너무 당연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손을 놓아야만 했고, 시간이 흐른 후에는 나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연애도 하고 내 일상을 살았다. 그렇지만 한 번도 잊은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정말 내 첫사랑이었으니까.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 사람이었으니까. 마음속에만 품고 있으면 별 일이 없을 거니까. 하며 나는 내 속의 끈은 놓지 않았다. 끊어내지 않았다.
그런데 혼자가 됐단다. 이제 그 사람 옆에는 아무도 없다는 걸 알게 됐는데, 나도 옆에 아무도 없는데 나는 뭘 망설이는 걸까? 그동안 내가 붙들고 있었던 건 그 사람을 향한 내 마음이 아니라 추억이었던 걸까?
당장 달려가서, 아니 냉큼 전화해서
"나도 혼자야. 기다리고 있었어."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거 아닐까?
아니 이런 말은 내가 둘이 헤어지길 바란 것 같으니까, 난 적어도 그 사람이 행복하길 바랐지 헤어지길 바란 적은 없다. 그러니까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그렇다면 뭐라고 말해야 하지?
"헤어졌다며. 나도 아직 혼자인데" 이렇게 말하면 될까?
나 누군가의 위로가 엄청 필요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