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성격은 운명일까, 아니면 새롭게 설계할 수 있을까?

by 박진우

“같은 동네, 같은 학교... 그런데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한 중학교를 졸업한 동갑내기 금동과 은동. 둘 다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고, 성적도 비슷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금동은 지역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며 청소년 멘토가 됐다. 반면에 은동은 두 차례 절도와 사기죄로 실형을 살고 있다.


"결국 인생은 통제할 수 없는 운일까?"


심리학의 최신 연구는 ‘운’이 아닌 '성격'을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HEXACO 6가지 요인 중 3가지 요인이 같은 사회적 배경에서도 다른 범죄율을 만들었던 것이다. 최근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린 대규모 패널 연구가 그 증거다(Bader, M., Lilleholt, L., Schild, C., Hilbig, B. E., Moshagen, M., & Zettler, I. (2025). Basic personality and actual criminal conviction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덴마크 1만 2,496명, 41년 판결 데이터가 말해준 것


연구진은 덴마크 국가 형사DB에 보관된 41 년간 모든 유죄 판결을 HEXACO검사에 참여한 성인 1만 2,496명의 성격 프로필과 일대일로 매칭했다. 그 뒤 연령·성별·교육·소득·거주지 등 인구-사회학 변수를 단계적으로 통제하며 로지스틱 회귀를 돌렸다. 결과는 깔끔했다.


Honesty–Humility(H), Emotionality(E), Conscientiousness(C) 삼각축은 인구통계학적 배경을 넘어 독립적으로 범죄를 예측했다. Agreeableness(A)는 A만 볼 때는 통계적으로 유의했지만, 인구-사회학 변수를 넣자 힘을 잃었다. 연구가 내린 결론은 명쾌했다.


성격은 살아온 환경과 배경을 넘어선다.


HEXACO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위에 설명한 변수만 아래에 요약한다.


금동과 은동, 두 사람 다 저소득, 남성, 청년이라는 위험 요인을 공유했다. 하지만 H·E·C 세 축의 성격적 내적 리스크 버퍼가 달랐다. 금동은 사소한 유혹에도 '괜히 문제 만들지 말자'는 성격적 내적 제동장치가 작동했다. 반면 은동은 ‘들키지만 않으면 속여도 된다’,‘이득에 비해 위험이 작다’,‘눈 앞의 이익과 현재 쾌락이 중요하다’는 삼중 신호에 노출됐고, 결국 한탕을 선택했다. Agreeableness(원만성)는 둘의 차이를 설명하기엔 약했다.


그렇다면, 성격은 타고난 운명일까, 새롭게 설계할 수 있을까?


위 연구만 보면 <성격 = 운명>이라는 결론에 이르기 쉽다. 하지만 성격의 예측력이 곧 불변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학계에서는 정반대 메시지의 메타 분석도 있다. 207편의 연구를 통합한 결과, 평균 24주 성격 변화 프로그램만으로 Big Five/HEXACO 점수가 약 0.37 표준편차가 움직였다. 1년 이상 추적해도 0.15‑0.25 표준편차는 남았다. 개과천선 정도로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자기 평가나 타인 평가에도 '사람이 달라졌다'는 평판을 들을 수 있는 변화다(Roberts, B. W., Luo, J., Briley, D. A., Chow, P. I., Su, R., & Hill, P. L. (2017). A systematic review of personality trait change through intervention. Psychological bulletin, 143(2), 117.).


다른 연구를 보자. 독일 훈련병 3,000여 명을 10개월 추적한 연구를 보면 성격 변화 훈련 프로그램의 효과는 5년 후에도 유지됐다. 또, 스스로 성격을 바꾸겠다며 구체적 목표‑행동 계획을 세운 대학생들은 16주 만에 변화를 일으켰다(Jackson, J. J., Thoemmes, F., Jonkmann, K., Lüdtke, O., & Trautwein, U. (2012). Military training and personality trait development: Does the military make the man, or does the man make the military?. Psychological science, 23(3), 270-277.).


성격의 변화는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천천히 움직인다. 평균 변화 폭은 통계적으로 작거나 중간 수준지만, 당신의 건강과 학업 성적, 직무성과를 흔들 만큼은 된다. 다시 말해, 작아 보여도 교육 성취나 재범률을 줄이는 데 의미 있는 크기다. 또, 성격 변화 속도는 개입 강도, 인생사건(취업,출산), 연령대에 따라 달라진다. 군복무와 같은 강한 개입으로는 비교적 빠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종합하면, 성격은 하루아침에 뒤집히진 않지만 생애 전반에 걸쳐 목표에 따른 훈련 속에서 조금씩, 그러나 실질적으로 달라진다.


따라서, 성격에 관한 질문은 두 가지로 나눠야 한다.


1. "지금 내 성격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현재 당신의 성격 진단을 통한 예측력(validity)은 당신이 살아온 환경과 배경보다 중요하다.


2. "내 성격은 변할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개입(intervention)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느리지만 변화(plasticity)만들 수 있다.


두 질문은 모순이 아니라 동전의 앞/뒷면이다. 오늘 측정한 고혈압 수치는 여전히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사건을 예측해 주는 중요한 지표이지만, 약물 복용, 생활 습관 교정, 정기적 모니터링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면 혈압은 충분히 낮아지고, 그에 따라 위험도 함께 줄어든다.


성격은 예측력과 가소성의 ‘이중 전략’이 답이다


'성격은 타고난 운명'이라는 숙명론과 '누구든 마음먹으면 완전히 변화할 수 있다'는 낙관론 사이에서, 심리학이 답하는 과학적 진실은 보다 입체적이다.


오늘 측정한 성격은 사람들이 살아온 환경을 넘어 내일의 성과,건강,학업,범죄를 예측한다. 내일 이후의 성격은 목표와 훈련에 따라 조금씩, 그러나 의미 있게 움직인다.


따라서 조직은 단기적으로는 현재 조직 성과와 태도 예측력이 높은 성격 요인들을 진단해 관리하고,기적으로는 성격과 태도를 업그레이드할 프로그램에 투자해야 한다.


내가 최근에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CARAT은 조직의 이 고민에 대한 좋은 답이 될 것으로 믿는다. 성격은 운명처럼 예측력을 발휘하지만, 결코 바꿀 수 없는 운명은 아니다.

keyword
이전 27화당신의 성격이 당신의 직업을 결정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