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변할 수 있어.”
연애나 결혼 초기에 자주 듣는 말이다. 상대의 헌신적인 사랑 덕에 드라마 속 주인공은 차갑던 마음을 녹이고, 불안했던 사람은 안정감을 찾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람은 절대 안 변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과학의 대답은 무엇일까?
미국과 독일의 연구진은 1,036쌍의 커플을 20개월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추적 관찰했다(Traut, A. C., Gander, F., Uhlich, M., Weidmann, R., Chopik, W. J., & Grob, A. (2025). Examining change in attachment in romantic couples: The role of relationship characteristics and codevelopment between partner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핵심 질문은 두 가지였다.
- 연애, 결혼 생활 속에서 애착 불안과 애착 회피가 변하는가?
- 변화가 있다면, 어떤 관계 특성이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 결과, 여성의 애착 불안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파트너가 헌신적이고, 힘든 순간에 즉각 반응하며, 일관되게 지지할 때 나타나는 변화였다. 예를 들어, 연애 초기의 효영은 연락이 조금만 늦어도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남자친구 진우가 항상 약속을 지키고, 힘든 날이면 밤늦게라도 데리러 오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자, 그 불안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변화 폭은 크지 않았다. 더 흥미로운 점은 남성의 경우, 애착 불안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한편,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고 애정 표현에 인색한 회피 성향은 남녀 모두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애정 표현에 서툰 사람은 끝내 서툴었다. 즉, 사랑이 불안을 일부 누그러뜨릴 수는 있지만, 회피라는 벽은 쉽게 허물지 못한다.
사람들은 연인과 부부는 서로 닮아간다고 믿지만, 적어도 애착 불안은 그렇지 않았다. 효영이 불안을 줄인다고 해서, 진우의 불안이나 회피도 덩달아 줄어든 건 아니었다. 둘 사이의 한번 형성된 애착 불안은 매우 안정적으로 지속된다. 비록 남성의 헌신적 노력으로 여성에게 일부 변화가 나타나더라도 남성의 애착 불안을 바꿀 수는 없었다. 심리 변화는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따른다.
연구진은 관계 만족도, 친밀감, 자기노출, 지지 등 다양한 변인을 분석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대부분의 특성은 애착 변화와 큰 상관이 없었다. 게다가 관계 기간이 길수록 변화 폭은 더 줄었다. 오래된 커플의 경우, 남성의 지독한 헌신에도 여성의 변화는 없었던 것이다.
이 연구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1. 사람은 부분적으로만 변한다. 애착 불안은 조금 줄일 수 있지만 회피성향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2. 변화는 강요로 오지 않는다. 일관된 행동과 안전한 공간 속에서만 가능하다.
3. 같이 변할 거라는 기대는 버려라.
4. 관계의 질은 변화를 만드는 힘이 아니다. 평강공주가 온달장군을 변화시키는 일은 현실에선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랑은 사람을 완전히 바꾸는 마법은 아니다. 하지만 사랑은 불안을 완화하고, 조금 더 안전하고 편안한 나로 살아가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사랑이 바꾸는 것은 전부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그 일부의 변화가, 때로는 관계를 지켜주는 전부가 되기도 한다.
팀장의 일관된 지원과 신뢰가 구성원의 불안을 줄일 수 있지만, 사람들의 근본적인 대인관계 스타일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 사람의 성장 곡선이 다른 구성원과 자동으로 맞춰지지도 않는다. 사랑이든 조직이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변화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지탱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