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사람들은 잘못이 드러날수록 더 큰 목소리를 낼까?
최근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여인형의 영상에서는
① 질문을 받자마자 언성이 높아지는 버럭하는 장면과
② 분위기가 불리해지자 "맞네…"라며 급속히 톤을 낮추는 수긍 장면이 이어졌다.
이 장면은 책임을 회피해야 하는 순간 사람들이 선택하는 가장 빠른 방어 시나리오가 체계적으로 드러난 장면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t5lWteRv3M
인간의 기본 반응 체계인 Behavioral Activation System(행동 활성화 체계)과 Behavioral Inhibition System(행동 억제 체계)이 사람마다 민감도, 우세성, 활성화 속도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 BAS가 강한 사람: 위협을 '즉시 되받아쳐야 하는 신호'로 읽고 반격을 빠르게 선택한다.
- BIS가 우세한 사람: 동일한 위협을 '멈추고 평가해야 할 신호'로 해석해 과도한 언성 상승 없이 침착하게 대응한다.
즉, 적반하장은 모든 인간의 보편적 반응이 아니라, 특정 기질 프로파일(BAS 우세, 정체성 민감성 높음)이 결합될 때 나타나는 행동 패턴이다.
이 점을 전제로 아래 내용을 읽으면 ‘버럭 → 급수긍’이라는 전환이 왜 특정 사람에게서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지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의 죄나 책임을 묻는 말을 들을 때 사실 여부보다 자신의 정체성이 공격받는 것을 먼저 감지한다. 이때, 뇌에서 가장 먼저 활성화되는 것은 이성적, 논리적 사고 체계가 아니라 동물적인 자기보호 시스템(Ego-defense system)이다.
이 시스템이 발동되면 논리적으로 해명하기보다 즉각적이고 짧은 방식으로 위협을 차단할 행동을 우선시한다. 그게 바로 반격이다.
"무슨 소리입니까?", "말이 안 되잖아요.", "그게 어떻게 제 책임입니까?"
반격은 ‘옳은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정체성 위협을 빠르게 차단하는 ‘가장 즉시적인 방어 동작’일 뿐이다.
① 앞서 설명한 Behavioral Activation System(행동 활성화 체계)가 Behaviral Inhibition System(억제 체계)보다 우세하기 때문이다.
책임 추궁은 우리 뇌에겐 위협 자극이다. 위협 상황에서는
- BAS → 빠른 행동(말 공격 포함)
- BIS → 천천히 판단, 해석, 설명으로 구분되는데, 위협시에는 BAS가 BIS보다 강한 사람은 언성이 먼저 올라가고, 설명은 그 다음이다.
② 책임부담이 클수록, 반격은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단기 방어기제다.
인간이 정체성을 방어하는 전략은 여러 가지다.
- 부인(설명 필요)
- 합리화(논리 구성 필요)
- 전가(상황 재구성 필요)
- 침묵(손실 가능성 있음)
- 반격(짧은 문장 + 강한 톤만 있으면 됨)
이 중, BAS가 강한 사람일수록 비용은 적고 본인 성향과 유사한 반격이라는 기제를 쓰기 쉽다.
“응? 당신 말이 이상한 거 같은데요?” 이 한 문장이면 방어가 시작된다.
③ 반격은 상대를 ‘검증자 → 공격 대상’로 전환시키는 기능을 갖는다.
이 단계가 적반하장의 본질이다. 원래는 내가 검증받는 입장이지만, 반격을 통해 상대를 검증받는 위치로 역전시킬 수 있다. 이렇게하면 도덕적, 논리적 초점이 순간적으로 이동하면서 책임 압박이 완화되는 효과가 생긴다. 이런 장면은 의도적이고 계산적인 전략이 아니라, 인간이 생존적으로 익힌 자동적 커뮤니케이션 패턴이다.
영상을 보면, 처음엔 격하게 반발했지만 이내 “맞네…”라고 인정하는 순간이 나온다. 이 두 행동은 서로 반대가 아니라 하나의 절차다.
① 반격이 통하지 않으면 Ego-defense 시스템은 두 번째 선택지를 찾는다.
② 그게 바로 ‘급수긍’(빠른 인정)이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개념은 자기보존(Self-preservation)이다.
이때의 인정은 도덕적 성찰이 아니라 손실 최소화 전략(minimization strategy)이다. 즉, 더 싸우면 손해다, 더이상의 공격은 효력이 없다, 지금은 물러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갑작스러운 태도 전환은 논리적 판단 때문이 아니라 이어지는 상대의 공격으로 인한 자신의 정체성 손실량을 줄이기 위한 전술일 뿐이다.
1) BAS가 강한 사람에게 피드백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정체성 위협’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이들은 설명보다 반격(적반하장)을 먼저 선택한다.
2) 반격이 실패하면 ‘급수긍’ 패턴이 반복된다. 이 과정은 뉘우침이 아니라 손실을 줄이려는 체계적 전략이다.
3) 공개된 자리에서 비난하면 반격, 회피가 반복될 뿐 학습과 개선은 일어나지 않는다.
4) 정작 중요한 것은 정체성을 건드리지 않는 피드백 설계다.
- “틀렸다”가 아니라 “이 행동의 기능을 보자”
- “왜 그랬냐?”가 아니라 “어떤 선택이 더 나았을까?”
- 책임자 누구냐”가 아니라 “문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이런 구조가 갖춰지지 않으면 조직은 <버럭 → 급수긍 → 방어 → 갈등>의 반복 루프에 갇힌다.
A. 권력 인지(Power Perception)
지위가 높을수록 비판을 위협으로 해석하고 반격도 더 빠르고 강하다. 하지만 반대로 판이 불리하다고 느끼는 순간 태도 전환도 매우 빠르다.
고지위자가 보이는 ‘버럭 → 갑작스러운 인정’ 패턴은 권력 인지가 만든 고전적 반응이다.
B. 감정 예측 실패(Affective Forecasting Error)
버럭하는 순간 '이 말이면 분위기 뒤집힌다'는 과잉 확신이 생긴다. 그러나 실제 반응이 다르면 감정 예측 실패가 발생하고, 태도 급전환(급수긍)이 나타난다. 이러한 패턴은 특히 공개적인 갈등 상황에서 매우 빈번하다.
C. 체면위기 & 면목 회복 전략(Face-saving)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특히 강하다.
- 초반: 공격(Fight)로 체면 유지
- 후반: 불리해지면 빠르게 인정해 체면 손상 최소화
“맞네…”는 패배가 아니라 손실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체면 회복이다.
D.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정체성 위협이 발생하면 부조화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언성을 높이고, 질문의 전제 자체를 부정하고 감정이 논리를 압도한다. ‘버럭’은 부조화 상승의 초기 피크에서 나타나는 반응이다.
E. 위협 반응 시스템(Fight → Freeze → Fawn)
책임 추궁은 뇌가 ‘위협’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위협에 대한 무의식적 반응인 Fight(공격) → Freeze(정지) → Fawn(수긍)으로 감정 스위치가 전환된다. Fight → Freeze → Fawn는 사람들이 스트레스가 큰 상황에서 반응하는 세 가지 주요 방식에 대한 이론적 모델이다. 이는 주로 생리학적 반응과 관련된 심리적 메커니즘을 설명하는데 사용된다. 이 모델은 동물의 생리적 반응에서 유래되었으며, 인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나는 행동적 반응 패턴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Fight (싸움): 위협에 직면했을 때 공격적으로 반응하거나 싸우려는 본능적인 반응이다. 상대방이나 상황에 대해 저항하거나 대항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 반응은 위협을 물리치려는 생리적인 필요에서 비롯된다.
- Freeze (얼어붙음): 위협을 당했을 때 몸이 얼어붙고 움직이지 않으려는 반응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거나, 어떻게 반응할지 모를 때 발생한다. 이 상태는 종종 위험한 상황에서 생존 본능에 의한 반응으로, 자원을 절약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Fawn (아첨): 위협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거나, 상황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협조적인 행동을 취하는 반응이다. 이 반응은 '갈등을 피하려는' 본능적 성향에서 비롯된다.
이 세 가지 반응은 각기 다른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위협적인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감정적으로, 신체적으로 반응할지를 설명하는 유용한 모델이다.
“버럭 → 맞네…”는 Fight → Fawn의 전형적 전환 패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