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업의 최종 면접이다.
두 명의 지원자가 남았다. 스펙, 포트폴리오, 직무적합성 평가 점수는 거의 동일하다. 최종 결정 단계에서 면접관 중 한 명이 말했다.
“그래도 고객 대면 직무인데, 이미지가 좀 나은 쪽이 낫지 않을까요?”
다른 면접관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A 후보는 탈락했고, 이미지가 더 깔끔한 B 후보가 최종 합격했다. 하지만 아무도 이 결정을 불공정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지원자 A 역시 자산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만약 동일한 상황에서 남성만, 혹은 특정 인종만 합격했다면, 사람들은 즉시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사람들은 외모(attractiveness)가 기준이 되었을 때, 대부분 침묵한다.
사람들은 외모의 영향을 알면서도 묵인하는 걸까?,
처음부터 인지하지 못한 걸까?
외모 편향(attractiveness bias)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주로 다음 사실을 반복적으로 확인해 왔다.
- 예쁜 사람은 더 유리하다(고용, 승진, 임금, 리더 선발, 법정 판결, 교사 평가까지).
- 사람들은 외모를 능력, 성격의 단서(cue) 로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다(후광효과 등).
- 이런 편향은 사회적, 제도적 격차로 이어진다.
그동안의 설명은 주로
- 외모에 기대는 판단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 외모가 실력 평가에 개입하면 차별이다를 입증했다.
하지만 최근 성격 및 사회 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외모 편향을 살폈다. 외모 편향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파고든 것이다.
사람들은 외모 편향을 용인하는 걸까,
아니면 편향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알아채지 못하는 걸까?
이 논문은 기존과 달리, 외모 편향이 관대하게 다뤄지는 이유가 인지 실패(blind-spot) 때문일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총 5개의 주요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외모 편향을 왜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지 검증했다.
실험 1: ‘편향된 결과’를 보고 얼마나 공정하다고 느끼는가?
참가자들에게 비슷한 스펙을 가진 지원자 여러 명의 사진(candidate pool)을 보여준 다음, 그 중 일부가 선발된 결과(outcome)를 제시했다.
출처: Jaeger, B., Paolacci, G., & Boegershausen, J. (2025). Social bias blind spots: Attractiveness bias is seemingly tolerated because people fail to notice the bia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29(6), 1037–1053.
조건은 네 가지였다.
- 성별 편향 결과(예: 대부분 남성이 선발됨)
- 인종 편향 결과(예: 대부분 백인이 선발됨)
- 외모 편향 결과(예: 대부분 외모가 매력적인 후보가 선발됨)
- 무편향 결과(네 기준 모두 균형잡힌 선발)
참가자들은 단순히 결과만 보고 공정성을 평가했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성별이나 인종 편향 조건에서는 불공정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외모 편향 결과 조건에서는 공정성 판단이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외모 편향이 있었다는 사실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즉, 같은 강도의 통계적 편향(statistical bias)인데도 사람들은 외모 편향을 감지하지 못했고, 문제라고 느끼지 않았다.
실험 2: 외모 편향을 감지하도록 힌트를 주면 어떻게 달라질까?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위 실험 조건을 다시 보여주되, 결과 전에 다음과 같은 안내문을 추가했다.
"특정 특성을 가진 후보가 과다 선발되고 있습니다. 후보자들의 특성에 주의를 기울여 평가해주세요.”
이후 참가자에게 다시 공정성을 평가하게 했다. 단순히 ‘과다 선발이 있다’ 는 사실을 알렸을 뿐인데, 외모 편향 조건에서도 불공정하다는 평가 반응이 높아졌다. 어떤 특성이 있을까에 주목하다보니, 외모에도 주의를 기울일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사람들은 외모 편향에 관대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보질 못해서 반응이 없었던 것이다. 외모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면 그제서야 편향을 감지한다.
실험 3: 왜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는지 직접 쓰게 하기
또 다른 실험에서는 참가자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왜 공정/불공정하다고 생각했습니까? 자유롭게 기술하세요.”
실험결과, 성별 편향 조건과 인종 편향 조건에서는 대부분 성별과 인종을 명시적으로 언급했지만, 외모 편향 조건에서는 ‘매력’, ‘외모’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외모가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요인이라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
외모 편향은 사람들이 알고도 용인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다.
이는 외모 편향이 가진 가장 위험한 구조이다. 인식되는 차별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외모 편향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무비판적으로 지속, 재생산되는 구조적 편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성원 누구도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고, 불만이 제기되지 않고, 수치화된 근거도 없다. 따라서 제도 개선 요구도 없다. 즉, 문제의 부재가 문제인 상황이다.
그리고 외모로 인한 blind-spot bias는 조직 내 신뢰를 무너뜨리고, 조직 몰입을 약화시키며 다양성과 창의성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내가 쓴 브런치의 글에서 이 주제에 관해 다뤘었다.
https://brunch.co.kr/@crethink/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