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지혜 Dec 29. 2021

해외 입국자가 한국에서 자가격리 하는 법

두 번째 자가격리

Photo by Shane on Unsplash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자가격리를 하게 되었다. 약 2주 차이로 하게 되었지만, 작년에는 14일이었고 올해는 10일이라 4일이나 줄었다! 나가고 싶다 여행 가고 싶다. 숨이 차는 등산도 가고 싶고 바닷가 가서 파도 구경하고 싶고 그렇다. 부스터 샷을 맞았고, 입국 직전에 음성결과를 받고 오자마자 검사를 해서 또 음성을 받았지만 10일간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 백 신접 종자에 한해 자가격리 기간을 5일로 줄여야 한다는 뉴스 기사를 봤다. 불 확실한 것이 많은 상황이라 어떤 방법이 좋은지 전 세계가 다 같이 알아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두 번째 여서 조금은 익숙해진 자가격리하는 방법(?)을 공유한다.


1. 격리기간 동안 집에만 있어서 근육이 손실되지 않도록 운동을 한다.

: 작년에도 그렇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가만히 집에만 있다가 근육이 다 없어지면 안 되겠다! 였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 운동 영상은 운동기구가 필요 없는 짧고 굵은 운동들이다. 5분에서 20분 사이이고 팔과 하체 위주로 하고 있다. 영상들을 보고 따라 하게 된 지는 3주 정도 되었는데, 첫날에는 너무너무 근육이 아프고 곡소리가 나왔는데, 지금은 적당히 힘들고 할 만하다. 몸에 열이 확 올라오고 숨이 가빠진다. 같은 영상을 3-4번 만 따라 해도 몸이 적응해서 근육이 훨씬 덜 아프고 적응이 되어가는 느낌이 참 신기하다. 근육이 잘 생기는 몸인 건지 누구나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빠르게 근육이 생기는 몸을 생각하면 참 쉽다고 느껴지고, 꾸준함의 힘을 느낀다. 3-4 가지 종류의 영상을 돌려가면서 하면 골고루 근육이 발달되는 거 같아서 좋다. 매일매일 슈퍼맨 포즈로 팔에 힘을 주어 거울을 보면 근육이 조금씩 느는 게 보여 재미있다. 다리와 엉덩이의 탄탄해지는 느낌도 좋다.


2.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 밖에서 있는 걸 좋아하는 나는 집에 오랫동안 있는 게 쉽지는 않다. 하루에 2-3번 정도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바깥공기를 마신다. 얼굴에 차가운 공기가 닿는 느낌도 좋다. 여름에 격리할 때는 오랫동안 밖을 보고 있었는데 지금은 추워서 잠깐만 얼굴을 내민다. 또한 환기를 안 하면 꿉꿉한 냄새가 생길까 하는 적당히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하여 창문을 연다.


3. 영화를 본다.

: 감사하게도 kt 이달의 무료 영화들이 꽤 괜찮다. 어디 갔어 버나뎃, 그리고 몇 편의 크리스마스 영화들을 아침에 보았다. 잔잔하니 재미있었다. 과하지 않고 현실에 가까운 영화들이 좋다.


4. 먹는다.

: 이번엔 가족과 함께 있다 보니 먹을 것이 넘쳐난다 말 그대로. 압도당하는 느낌이랄까. 집에 있는 음식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음식들이 들어온다. 가족의 회사에서 지인분들께서... 좀 자극적인 음식이 당겨서 시켜먹을까 했지만 집에 음식이 너무 많아서 안 되겠다 싶어 시키지 않았다. 미국에 있다 한국에 오니 집에 있는 평범한 간식과 음식들이 더 귀 해 보인다. 봉지 커피우유, 빨대 꽂아 먹는 편의점 커피, 예감 과자, 카누 디카페인 라테, 카카오 초콜릿 등.. 미국에는 없거나 잘 보지 못한 것들. 내가 거의 다 먹고 있는 듯하다 심심할 때마다. 음식을 나누는 문화는 한국의 최고인 것 같다. 엄마 친구분이 주신 김치, 우리 할머니가 재배한 마늘, 삼촌이 준 오골계 계란, 아빠의 회사에서 보내준 가래떡, 엄마 친구분께서 방금 무친 시금치 등 엄청 다양한 음식들이 며칠에 한 번 꼴로 집으로 들어온다. 아빠는 우리 집 음식에 대해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고 한다. 부족함 없다.


5. 영어 공부를 한다.

: 약 6주 동안 한국에 있는데 영어 연습 및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는 느낌이 엄습한다. 20분 간 소리 내서 읽기. 오늘은 말하는 것은 녹음해서 들어보았다. 왜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확 와닿았다. 말하는 게 조금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들고 전반적으로 말하는 게 편안하지는 않은 것처럼 들렸다. 신경 써서 발음을 하는 것과 한국 억양이 섞여서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도 루틴에 추가해야겠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튜터와 체험 수업을 시작한다. 느낌이 좋은 튜터. 이 전 튜터는 효과 측면에서는 괜찮았지만 성격과 태도가 별로라서 솔직한 리뷰를 쓰고 회사에게 사과를 받고 그만두었다. 이번에는 소개 영상에서부터 좋은 사람인 느낌이 전해진다. 오랫동안 함께 하길 바란다.


6. 집 정리를 한다.

: 매년 올 때마다 하는 것. 필요 없는 물건들을 버리거나 기부하거나 팔거나 지인들에게 주기. 지금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창고나 보이지 않는 곳에 넣어두기. 가족들이 받은 선물들이 주요 타깃이다. 당근 마켓 어플을 다시 다운로드하였다. 격리가 끝나기 직전에 물건들을 올릴 예정인데 핸드폰 번호가 바뀌었더니 내 전 계정으로 로그인을 할 수 없다. 아쉽다 리뷰도 생겼고 평가도 좋았는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작년에 읽었던 책들 사놓고 잘 안 읽혔던 책들은 모두 알라딘 중고마켓에 팔 예정이다. 독서교육 전문가 분의 영상을 보고 난 뒤 책 읽기에 대한 내 관념이 바뀌었다. 도움이 되는 책보다는 내가 읽고 싶은 재미가 있는 책들을 읽을 것이다. 중고마켓에 보낼 크기의 박스가 없어서 택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물건들을 비울 때의 가뿐함과 시원함이 좋다.


7. 집안일을 한다.

: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시키는 사람이 없었다. 엄마 아빠는 내가 공부에 집중하는 것을 바랐고 그 외에는 딱히 바라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친구들이 이런저런 집안일을 한다고 들을 때마다 나는 안하 는데라고 속으로 생각했었다. 이제는 독립해서 살다 보니 집안일을 자연스레 배우게 되었고 내가 조금 참여하여 엄마 아빠가 조금 더 쉴 수 있기에 한국에 오면 설거지, 빨래 개기, 약간의 정리, 음식 사 오기 등을 한다. 여전히 아무도 나에게 집안일을 시키지 않고, 내가 무엇을 한다고 했을 때 하지 말라고 자주 말한다. 내가 설거지를 하면 내가 빨리 쉽게 끝낼 수 있도록 엄마 아빠가 다른 일들을 옆에서 한다. 내가 다 해도 괜찮은데 말이다. 이런 면에서는 귀하게(?) 자란 것 같다. 목적 없이 계속 핸드폰을 보는 것보다 집안일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


어느새 8일 차다. 격리가 끝나는 오후 12시.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나가서 풍경을 보고 커피를 마시고 올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미국과 한국, 나의 선택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