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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지혜 Jun 22. 2024

엄마의 사랑이 느껴지는 순간들

Photo by Eldar Nazarov on Unsplash


해외에 거주하는 나는 가족을 일 년에 한 번 만난다. 딱 한 번은 아니고 한국을 보통 일 년에 한 번 방문해서 몇 주 동안 머무른다. 해외살이 10년이 되니 이제 한국을 오고 가는 것도 익숙해졌다. 갈 때의 설렘은 조금씩 줄어든다, 안 좋은 것은 아니고 2-5년 차에는 설렘이 컸던 거 같고 이제는 적당히 좋다. 몇 주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낸다, 거의 주말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른 약속을 잡지 않는다. 첫 몇 년 동안은 주말에도 친구들을 만났었는데, 재미가 없거나 내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경험들을 하다 보니 점차 주말은 가족들과만 보내게 되었다. 


가족에게서 느껴지는 애정과 사랑은 항상 느꼈지만 이렇게 제대로 생각을 해본 건 처음이지 싶다. 


한국 집에 도착한 다음 날에 엄마가 "지혜가 오니까 집이 꽉 차고 환해지네!!"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엄마는 최소 하루에 1-2번 정도 먹을 것에 대한 질문을 한다: 내일 뭐 먹을래? 먹고 싶은 거 없어? 있으면 주문해~ 생선이랑 나물 해놨으니까 내일 점심에 먹어~ 순대 트럭 있던 데 사갈까? (다양한 음식들을 가져오면서) 먹어~ 고사리 맛있네 고사리 맛있어 맛있지? 많이 먹어 천천히 먹어, (운동하고 오면) 사과 줄까? 떡 줄까?, (그냥 얼굴 보면) 밥은? 냉장고에 호박식혜 있다 먹어~


나는 가끔 웃으면서 엄마 먹는 거 그만..이라고 말한다. 한국에 있으면 매 끼를 잘 챙겨 먹는다. 한국이니까 미국에서는 잘 안 먹는 쌀도 거의 매 끼 먹고, 배부르게 먹는 거 같다 매 식사를. 엄마는 내가 말랐다며 더 먹이려고 하는 것 같다. 요즘 특히 건강하게 먹고 싶은 나는 종종 엄마의 먹을 것과 관련된 질문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먹겠다고 해야 할 것 같고 좋다고 해야 할 것 같고 그 엄마의 기대를 많이 먹음으로써 충족시켜줘야 할 것 같다. 그러면서도 온전한 애정이 느껴진다. 해외에서 사는 딸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은 마음. 요리와 음식을 챙겨주는 것은 엄마가 나에게 가장 잘해줄 수 있는 것들 중 하나이다. 할머니 집에 가면 트렁크가 가득 차도록 이것저것 챙겨주시듯, 우리 엄마도 내가 한국에 갈 때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주고 싸주려고 한다. 


이모가 만들어서 보내 준 쑥 떡이 맛있다고 하니까, 인절미 콩고물을 묻히고 한 입크기로 잘라서 내가 가져가서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냉동실에 두었다. 또 이모가 만들어준 찹쌀고추장으로 만든 소고기 양념 고추장을 만들어 주었고, 마늘종, 오징어 채, 검은콩장, 김치 등을 만들어주었다. 더 만들 수 있었지만 내가 그 정도만 가져가겠다고 했다, 많이 가져가서 겨우 다 먹거나 다 먹지 못했던 경험들이 있었다. 이마트에 같이 가서 내가 미국에 가져갈 것들을 사주고, 외식을 할 때도 내가 결제를 하지 못하게 한다. 또 항상 자기 전에 내 방 앞에 와서 엄마 잔다~ 하고 간다.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내는 나는 이 해외살이가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쉽게 답이 내려지지 않는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후회하게 될까 봐 두렵다. 성인으로써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의 책임인데 유한한 시간을 생각하면 조금 슬프다.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부모님과 같이 살 지 않을 것이지만 언제든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큰 장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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