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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펑크마녀 Jan 17. 2024

발이 젖은 채 계속 걸었다.

집을 나섰더니 또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유독 눈이 많이 내리는 올겨울. 눈이 내리는데도 우산 쓰고 그냥 걸었다.

춥지 않아 도서관까지 괜찮을 줄 알았는데 땅이 얼어 몹시 미끄러웠고, 컨버스에는 물이 새 발이 젖어 차가워졌다.

그런데도 어째서 나는 걸음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일까 생각하며 내내 걸었다.

읽고 싶은 책이 대출 중이라 예약하고 오려고 했는데 예약은 딱 한 명밖에 안 되는 거구나, 그리고 나는 차례를 잃었구나.

집에 돌아오니 입주 작업실 지원사업은 선정되지 않았다고 하고, 다른 입주 지원사업 서류를 쓰려고 앉았더니 여기는 절차가 무척 복잡하고 제출해야 할 확인서, 증명서가 너무 많다.

당장 처리 안 되는 게 너무 많아 창을 끄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잠시 생각해 본다.

일단 내일은 잠깐 일을 하고, 다음 날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연수를.

매일 무언가를 부지런히 해나가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삶, 그런 걸 내가 원한  맞는데 그래서 이제 돈은 어디서 나오느냐 하는 문제가 남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느긋하게 아침을 먹거나 피곤함에 쓰러져 낮잠을 청할 때면 이런 형태가 아닌 삶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현상인지 의지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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