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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펑크마녀 Jan 23. 2024

존재하지 않는 어떤 공포에 대해

무언가 쿵쿵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눈을 떠보니 사방은 여전히 깜깜하고 그 속에서 흰 나의 고양이만 빛나고 있다.

무언가 망치질하는 듯한 소리, 소리와 울림이 함께 있다.

아마 5분 정도였겠지만 검은 어둠 속 정체 모를 소리는 공포를 동반해 한없이 길게 느껴졌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반경. 누군가 하루를 시작할(한) 시간일 수도 있다.

옆집(할머니가 사셔서 하루의 시작이 빠를 것이다)에서 나는 소리인지, 복도에 철장문과 자물쇠가 있는데 그걸 두드리는 -아마 열쇠를 잃어버려-소리 같기도 하다.

아니면 아예 외부, 건물 밖에서 누군가 건물을 두드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근처에 술집, 음식점, 카페가 즐비해 밤에 취객의 목소리가 몹시 근접하게 들리곤 한다.

우리 집 문에서 나는 소리는 아닌 것이 분명했지만 망치질 소리에 나는 곧장 누군가 망치로 우리 집 문을 부숴 열려고 하는 광경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 이 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은 아마 이렇게 크게 소리가 울릴 것은 생각하지도 않은 채, 그저 집 벽에 못을 박고 있을 뿐일 확률이 가장 클 텐데, 그 소리에 두려움에 떨며 새벽에 깨어나 다시 잠들지 못하는 누군가(나)의 공포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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