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펑크마녀 Jan 24. 2024

이미 지나 온 과거를 다시 사는 일

요즘 아침에 일어나 환기를 시키고 두두 밥 챙겨주고 30분쯤 스트레칭한 후에 팔팔 끓인 물로 진하게 우린 홍차를 마실 때면, 손에 잡히는 아주 명확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곧이어 두부가 없는데도 행복한 지금의 상태가 몹시 기묘하게 느껴진다.

어떤 사건을 통과한 사람은 결코 그 사건을 경험하기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구나, 특히나 그것이 사랑하는 존재의 영원한 부재라면.

절대 이전과 같은 눈을 할 수 없는 이유는, 내가 이미 미래를 보았기 때문에.

이 작은 생명이 가진 온기의, 보드라움의, 감촉의 부재를 맞닥뜨렸기 때문에.

결괏값으로 산산이 부서져 가루가 된 채 매일 밤 눈물로 그 조각들을 맞추는 자신을 보았기 때문에.

그 미래를 이미 경험하고 나서도 여전히 오늘도 살아있는 나의 다른 고양이를 마주한다.

그러면 나는 결코 그 시간을 통과하기 이전의 눈으로는 두두를 볼 수 없는 것이다.

매 순간 아름답고 매 순간 행복하고 매 순간 애처로운 눈을 하고야 마는 것.

반드시 소멸해 버리고 말 어떤 존재를 사랑하는 일에 따른 책임인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존재하지 않는 어떤 공포에 대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