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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진 Jul 04. 2024

사라지는 것들

두부 3주기를 맞아 혼자 안국에 갔다. 그 시절 하던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음악을 들으면서 멍하니 앉아 커피를 마시고 끝없이 동네를 걷기만 했다. 오랜만에 정독 도서관도 가고(휴관일이었지만). 가는 길에, 지난번 갔을 때 공사 중이던 우드 앤 브릭이 오늘 보니 사라져 있어서 충격.

그 시절 동네에 딱 하나 있던 빵집이 우드 앤 브릭이었다. 가난한 자취생이 지불하기에 녹록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주머니를 털어 매일같이 궁금한 빵을 하나씩 먹어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한옥 느낌의 멋진 외관도 동네와 잘 어울렸었는데 이제 완전히 미니멀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정독도서관 간 김에 커피 방앗간도 아직 하나 싶어 내려다보았더니 사장님은 여전히 앉아 계시는데 이름이 커피 하우스로 바뀌어 있었다. 정독 도서관 자체도 많이 변했고.

두부랑 같이 살던 때와는 이제 완전히 다른 느낌이 되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서운했다. 이렇게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과거가 되어버리는구나.

단 하나 여전히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국제 갤러리에 위안을 받으며 예정에 없던 전시를 보러 갔다. 어두운 전시장에 외계 생명체인지 해파리인지가 떠다니는 영상이 틀어져 있었는데 잠깐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한 묘한 기분이 들어 무척 인상적이었다. 별다른 것 없는 날이었다. 그저 평소보다 두부 생각을 조금 더 많이 했다. 그것뿐이었다. 이제는 빵이든 뭐든 먹고 싶은 만큼 잔뜩 다 살 수 있는데 그것으로 더 즐거워졌을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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