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멸의 길에서 생각하는 소설의 힘
인간이 매우 불안전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존재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를 가장 비극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전쟁일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대규모로 죽이는 일은 죽은 자나 살아남은 자 모두에게 비극이니까요.
그런데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라는 말이 있듯이 어리석게도 인간은 이런 비극을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2023년 지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비극적 전쟁에 소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소설은 무기력한 시대에 희망이 될 수 있을까요? 비록 전쟁을 겪고 있는 당사자는 아니지만 전쟁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전쟁의 참혹함을 간접경험하게 되고 반전의식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인류에게 전쟁은 공멸이라는 의식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오 닌의 소설 ‘전쟁의 슬픔’은 전쟁에 대한 소설의 존재 이유를 환기시킵니다. 더구나,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로 전쟁의 슬픔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정말 슬픈 것이다. 가정도 뿌리도 없이 끝없이 가련하게 떠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남자도 여자도 없고 감정도 욕망도 없이, 오직 슬픔과 절망밖에 없는 세상을 가져다주었다.’
‘전쟁 때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거꾸로 서 있었고, 괴팍한 행동과 죽음을 부르는 위험한 짓들이 모두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정말 전쟁이 슬픈 것은 사람의 내면을 파괴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토록 건실했던 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헌 걸레조각처럼 변해버릴 줄 누가 상상했겠는가? 사람들은 그가 멀미를 심하게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보다 더 심각했다.’ “차를 타기만 하면 온통 세상이 흔들렸어. 특히 진흙탕이나 물렁한 땅을 지날 때는 구토가 나고 숨이 막혀 견딜 수가 없었지. 누군가 내 목을 조르는 것 같아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곤 했어, 그때부터 술을 마셨어. 술을 마시면 고통이 사라졌어. 차를 몰고 시장길을 지날 때는 특히 참을 수가 없더군. 자전거나 행인들을 보면 달려들어 깔아뭉개고 싶은 충동을 다스리기 힘들었어.”
이처럼 소설은 인간내면을 파괴하고 삶을 파괴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니 살아남은 자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합니다. 더 나아가 작가는 소설에 적극적 기능을 부여합니다.
'그때 끼엔은 빨리 전쟁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이제는 과거로밖에 남지 않은 전쟁을 불러와 사람들의 가슴과 영혼을 다시 깨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실제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일지라도……'
이처럼 이 소설은 우리가 읽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즉, 인간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 가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비극의 재생산을 막기 위함임을 밝히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인간성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일 것이고요. 카프카도 말한 적이 있지요. "책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여야 한다." 라고요. 다만, 허탈한 것은 저 먼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났고 그 전쟁을 지원할 수도 있다고 하는 대통령을 둔 나라의 국민으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