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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diary jenny Jan 13. 2022

생각 양식 81 - 한스 발둥 그리엔 2

벌거벗겨짐과 나체



지난번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인에게 책 한 권을 소개해 드렸다. 아우슈비츠 관련 책, [운명 (임레 케르테스)]이었다. 소개 덕분에 책을 잘 읽었다고 인사하시길래 나도 뿌듯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행한 많은 악행의 기본 중 하나가 벌거벗김이다. 어떤 이유로든 벌거벗겨짐은 수치심을 동반한다. 아이들도 4~5살이 되면 옷을 갈아입을 때 몸을 돌리거나 숨긴다. 요양원의 거동 불편한 어르신도 누군가가 옷을 벗기고 입혀주는 것을 힘겨워하신다.



그때, 갑자기 아침에 포스팅했던 '한스 발둥 그리엔'의 작품과 [운명]이 겹쳐졌다. 한스의 그림에는 나체, 특히 여자의 나체가 많다. 성차별의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음과 소녀', '마녀' 등 유쾌하지 못한 제목의 여성 나체 작품이 가득하다.



벌거벗음/벌거벗겨짐은 적나라한 수치심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상처 입기 쉬운 무방비 상태임을 나타낼 수 있는 표현이다. 관능이 아닌 뭔가 찝찝한 표정의 작품 속 그녀들을 바라보자면 나체의 상태가 불쾌해 보인다. 보는 우리들 역시 그렇다.



한스는 '아담과 하와' 이야기도 여러 작품으로 남겼다. 창세기 3장부터 뱀이 등장하면서 수치심을 알게 되는 내용 전개의 작품 등이 몇 된다. 여러 작품 속의 여성 나체에서 나약함과 수치심, 덧없음과 불가능함을 말해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벌거벗기는 게 무엇이고, 벌거벗겨진 상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바꿔 말하면,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을 벌거벗겨 수치심을 줄 수 있는지도 안다는 말이다. 남을 해치려는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한스의 작품을 보며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 이야기까지 연결되었다. 벌거벗겨짐은 상상만으로도 버겁고 고통스럽다. 내가 거북스러운 만큼 타인에게도 그런 괴로움을 줘선 안 되겠다. 꼭 옷을 벗겨서가 아닌 그 어떤 것으로든 말이다.




(한스 발둥 그리엔의 여러 작품 속 여성 나체들 모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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