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해도 우리집 두 아이들은 신기하고 독특하다. 일부러 그렇게 유도한 것도 아니고, 우리집 분위기가 그런 쪽도 아니다. 애들이 워낙 전쟁 및 밀리터리 분야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전쟁 관련 다큐멘터리와 영상 시청을 즐기는 우리 집 두 아들. 남들 눈에는 ‘어린 아이들이 무슨 재미로 저런 프로그램을 볼까?’ 의아할 수 있다. 우리집 아이들을 아는 대부분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진심이며 진지하다.
일부러 말릴 필요는 없어서 하고픈 대로 둔다. 같이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기도 한다. 다른 집과는 다르게 우리 집에서는 볼 수 없는 몇 가지가 있다.그중 굵직한 것들은 각방 침대, 거실 소파, 다양한 주방기구, 군용품 외의 흔한 장난감 등이다. 대부분 가정의 거실에 설치되어 있는 텔레비전도 없다. 아파트단지에서 유일하게 우리집이 없는 집이라는 말을 관리사무소에서 들었다. 텔레비전 없이 산 지13년째, 불편함 없이 잘 살고 있다.
아이들에게 텔레비전 노출을 하지않기 위해 일부러 없앤 건 아니다. 우리나라는 텔레비전을 혼수용품으로 준비하는 걸 당연시 한다. 나도 마련했지만 그 당시에도 ‘거금을 써서 이걸 사야하나? 필요도 없는데 돈 아까워.’라고 생각했다. 그 텔레비전을 아는 분 집들이 선물로 망설임 없이 드렸다.
‘우리 집에는 필요 없는 물건을 치우고나니 속이 시원하네.’ 활용되지 않으면 돈만 아까우니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게 맞다.
그러다보니 아이들도 텔레비전 없는 생활에 익숙해졌고 없다보니 찾지 않는 건 당연했다.“텔레비전 사주세요. 다른 친구들처럼 OO 볼래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어서인지 물건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못하고 살았다. 요즘은 컴퓨터로 뭐든 시청이 가능하니까. 유튜브 영상 역시 넘쳐나는 세상이다. 선택적 시청이 가능해서 육아에는 더 좋다고 생각한다. 육아를 위해 일부러 없애는 집도 많다는 건 이제 기본이다.
우리 집 두 아들이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들이 있다.그 영상들의 공통점은 아까도 말했듯이 전쟁 다큐멘터리와 그에 관한 채널이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 관심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 역시도 이 아이들이 신기하다. 하영이가 좋아하다보니 동생 하성이도 덩달아 익숙해진건지도 모르겠다. 국방TV나 그와 관련된 채널의 내용이 아이들이 즐길만한 콘텐츠는 아니다. 영상 자체도 어두침침하고 내용도 묵직해서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소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우리집 아이는 재밌다니까 신기할 뿐이다. 언제까지 그럴지는 모르겠다.
전쟁 관련 유튜브 채널이 풍부해져서 볼 거리가 많다. 영상들이 아주 화려하고 재밌게 꾸려진 것도 많아서 관심없는 나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어쩌다가 이 아이들은 이런 분야에 빠지게 되었을까. 두 아들이 좋아하는 군가 부르기, 군대관련 영상보기, 군대 물품 수집, 전술 관련 독서 등은 보통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주제는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인지 몇몇 사람들이 이 아이들은 여러 매체에 제보해주었다. 뜻하지않게 국방신문, 국방라디오 그리고 텔레비전 모 프로그램에 출현하는 기회도 가졌다.
밀리터리 덕후, 일명 밀덕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학교밖밀덕형제)을아이들과 함께 운영 중이다. 비슷한 또래의 밀덕들과 서로 교류하며 즐겁게 생활하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 군복을 입고 훈련하는 영상, 전투식량을 먹는 일명 먹방 영상, 군가 연주를 하는 영상, 그리고 무기를 그린 그림과 함께 그걸 설명하는 영상 등 다양한 내용으로 온라인 공간을 꾸며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신나게 해 나갈 수 있도록 곁에서 봐주는 게 부모의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며.
밀리터리를 좋아하면 그걸 좋아하는 만큼 즐기도록 놔두는 것. 공주를 좋아하면 그걸 좋아하는 만큼 마음껏 누리도록 놔두는 것.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면 그걸 좋아하는 만큼 마음껏 보도록 놔두는 것. 내가 생각하는 덕후력을 기르는 가장 멋진 방법이다. 자유로움에서 오는 것 말이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시대에 특히 더 중요한 것, 아니, 어쩌면 가장 필요한 것이 덕후력일지도 모른다.
다른 용어로 바꾸기가 용이하지 않아서 그대로 사용하는 덕후라는 단어! (개인적으로 이 단어를 바꾸고픈 마음이 큰데, 아직은 적당한 단어를 못 찾아서 사용한다.) 덕후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적인 이유는 많다. 자기가 선택한 그 무엇에 흠뻑 빠져보는 경험은 돈으로도 절대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남에게 피해 주지않고 자신에게도 해롭지 않은 선에서의 몰입 경험은 상상만으로도 큰 희열을 준다.
사실 다들 자기만의 덕후력을 지니고 살아왔고 지금도 그럴것이다. 뭔가를 좋아하고 그걸 위해 움직이고 있다면 그게 바로 자기만의 덕후력을 쌓는 과정이다. 우리집 두 아들의 밀리터리 덕후 기질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토록 좋아하는 걸 끝낸다 한들 그게 또 무슨 상관일까. 순간순간을 맘껏 즐기고 행복한 추억이 가득 남아있다면 그걸로 된거다. 다만 그 순간을 잊지 않기위해 아이들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바지런함은 떤다. 오늘도 우리집 두아들은 국방채널을 보며, 군가를 들으며, 또 군대놀이를 하면서 하루를 신나게 보낸다.
아이들이 자기주도생활을 바라는 부모님께 말하고싶다. 자기주도생활은 어디서 갑자기 떨어지거나 솟구치는 게 아니다. 말그대로 좋아하는 걸 스스로 찾아서 그것에 푹 빠져보는 생활을 하는 게 자기주도생활이다. 그러려면 여유시간이 확보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부모의 검열이 없어야한다. 그게 바탕이 된다면 자기주도의 생활화는 너무나도 쉽다. 믿기지 않는다면 한 주 만이라도 아이들을 놔둬보시길. 그리고 이걸 성공했다면 꼭 연락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