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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펀투 Oct 20. 2023

존엄

맹장수술 후기

수술실 천장의 램프가 마치 연근 모양 같았다.

마취과 여선생님은 어딘가 유쾌하면서도 능수능란했다.


“마지막 식사, 몇 시에 뭐 드셨나요? “

”오전 11시, 죽이랑 청포도요. “

”샤인머스켓! 죽은 반그릇? 한 그릇? “

”반그릇요. “

”많이 드셨네.”

“많이 먹은 거군요.”

“4시간 밖에 안돼서 지금 위 속에 죽들이 가득가득할 거예요. 아주 간혹 마취 중 환자분들이 먹은걸 그냥 다 토하기도 해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

“뭘 어떡해, 우리가 다 치워야지. 자, 마스크 대고 숨쉬기 크게 열 번 하세요. 후-하-”

“후-하-”

딱 4번 하고 나니 감각이 페이드아웃 된다. 게임의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듯 회복실이 보인다.


다행히 나는 존엄을 유지하며 수술을 마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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