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의 활약을 기억하시나요? 당시에는 ‘한국 축구는 끈기와 체력, 투지의 축구’라는 의견이 주류였고, 히딩크 감독 영입으로부터 바란 것은 전략과 전술, 선수들의 기술 훈련이었습니다. 감독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 축구의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체력’이라고 말했고,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주류 의견이나 비난에 물러서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 인터벌 트레이닝, 유산소 운동, 적극적 휴식을 적절히 배합하여 한국 축구의 강인한 체력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 한국 월드컵 최초로 4강 진출의 신화를 이끌어냈죠.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의 문제를 기술이 아니라 체력으로 재정의했습니다. 오늘은 기존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새롭게 정의하는 방법이 B2B 영업 전략으로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세일즈 1.0은 전통적인 영업 방식으로, 보통 고객에게 제품의 기능과 특장점을 설명하는 일방적인 소통을 취합니다. 그보다 더 발전된 세일즈 2.0의 경우, 고객에게 질문하고 경청하면서 근본적인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합당한 해결책을 제안합니다. 1.0에 비해 고객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쌍방향적 소통이죠.
그러나 더 나아간 세일즈 3.0은 고객과의 ‘건설적인 긴장 상태’를 유지합니다. 고객의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차원으로 이동시키며, 잠재 고객의 빠른 행동을 촉진하죠. 그 결과, 고객은 영업 담당자와 그가 속한 회사에 높은 신뢰도와 충성도를 갖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챌린저 세일’입니다.
챌린저 세일(Challenger Sale)은 2011년에 Matthew Dixon과 Brent Adamson이 발표한 책에서 소개된 개념으로, 고객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끝나는 전통적인 영업 방식과 달리 고객이 갖고 있는 문제와 기존 사고방식을 재정의하고 바꿔나가는 B2B 영업 전략을 말합니다. 챌린저 세일을 이루는 핵심 개념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챌린저 세일의 3T 중 가르치기, ‘Teach’는 고객의 문제를 재정의하고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한국 축구의 문제를 기술이 아닌 체력으로 재정의했던 히딩크 감독의 방식이죠.
2.0 세일즈는 쌍방향 소통으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라면, 그보다 한발짝 더 나아간 챌린저 세일은 니즈 뿐만 아니라, 조사했던 고객의 산업과 시장,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문제나 기회를 식별해내야 합니다.
‘상업적’ 가르치기인 이유는 단순 교육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고자 하는 방향이 솔루션 공급사 고유의 강점과 가치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직면한 혹은 재정의한 문제에 대해 우리의 서비스나 제품으로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내러티브를 만들어두시길 추천드립니다.
‘Teach’는 지난 그로스 클래스에서도 강조한 사고 리더십(Thought Leadership)과 같은 맥락입니다. 따라서 영업 담당자라면 고객만큼 고객의 비즈니스를 잘 이해하고, 고객보다 고객의 문제를 잘 정의할 수 있어야 해요. 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돕고, 찾아내지 못한 문제까지 짚어주는 담당자가 있다면 신뢰를 쌓고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될 거예요.
빠르게 구매와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B2C와 달리 B2B 영업에는 최종 도입까지 훨씬 더 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합니다. 예컨대, 배우자의 생일 선물을 고르기 위해서는 예산만 충분하다면 다른 사람의 의견과 상관없이 즉각적으로 선택이 가능하지만, 실무자인 입장이라면 사내에 SaaS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상급자나 의결권자의 동의가 필요한 것처럼요.
하지만 기업 내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권자, 즉 키맨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하는 내부 챔피언, 솔루션을 사용하게 될 실무자인 유저의 동의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보통 세일즈에서는 강력한 의사결정권자만 설득하면 성공이라 여기기도 합니다만, 가장 큰 의사결정권을 쥐고있는 키맨이라 할지라도 기업 내 담당자들의 동의가 없다면 구매 결정의 명분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얽힌 사람이 다양할수록 그에 맞는 맞춤형 메시지를 전달해 최대한 많은 이가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위 자료를 통해 같이 도입 과정과 연관된 내부 챔피언과 최종 유저들은 영업 담당자가 얼마나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하는지를 거래 동의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관계중심형 영업 담당자는 고객에게 ‘돈’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곤 합니다. 혹여나 돈이나 거래에 관련된 이야기가 잠재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해 관계를 망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반면, 챌린저형 영업 담당자는 가격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앞서 고객에게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하는 데 성공해 각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도를 확보하고 거래의 주도권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상업적 가르치기’와 ‘맞춤형 제안 전달하기’에 이어 확실하게 주도권까지 획득했다면, 거래 과정에서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때에 따라 고객이 결정을 미루거나, 거래에 있어 우유부단 태도를 보인다면 직접 방향을 제시하고 선택을 유도하는 것도 가능해지죠.
이러한 상황에서는 과도한 할인이나 혜택 제공 등을 통해 공급사의 가치를 낮춰가면서 세일즈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영업 담당자로서 본인이 제공하는 인사이트와 솔루션에 대한 확신이 있고, 고객이 이를 통해 비즈니스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솔직하게 돈에 대해 이야기하고 거래를 리드할 수 있게 됩니다.
세일즈 1.0에서 챌린저 세일 3.0에 도달하기까지 영업 담당자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는 점점 발전합니다. 고객에게 유의미한 통찰을 제시할 수 없다면, 과도한 가격 할인을 제공하거나 일방적으로 제품을 피칭하는 세일즈 1.0에 머무를 수 밖에 없습니다.
당부드리고 싶은 건 결국 늘 세일즈의 본질은 ‘고객의 성공을 돕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세일즈가 지닌 본질의 가치를 우리의 잠재 고객에게 얼만큼 표현할 수 있고 전달하는지가 클로징의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기억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썸네일 사진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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