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_갈대(Phragmites australis) / 다시 일어날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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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회사에서의 일. 업종 성격상 그리고 회사 방침상 한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0에서 10까지 전부해야 했기에 야근이 많았어요. 시급으로 보면 최저시급이었지만, 야근을 해도 수당이 없는 포괄임금제였기에 따지고 보면 최저시급도 되지 않았죠. 한 사람한테 걸리는 업무가 많다보니 예민해지기 일쑤였고 사람이 가진 본연의 인상은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해갔어요. 나를 숨쉬는 사람이 아닌 인적 리소스로만 치부하는 상사와 부딪치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인간혐오까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만두지 않고 다녔던 이유는 '확실한 나의 성장' 때문이었어요. 모르는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을 하고, 존재조차 몰랐던 기술을 알게 되고 활용하며, 작은 회사에서는 할 수 없는 대기업의 업무방식을 간접적으로 경험했어요. 익숙치 않거나 전혀 해본 적 없던 미지의 업무들을 수행하면서 스스로 헤쳐나가는 방법을 배웠고, 사람들의 서로 다른 업무방식을 겪으며 배우기도, 맞춰가기도 했답니다. 그 과정에서 나를 고수하거나 변화에 고집부리지는 않는 말랑한 마인드를 가슴 속에 넣어보기도 했어요. 이 모든 경험들이 다음 경험의 기준치가 되어 계속해서 다음 성장을 불러오더라고요.
일은 어디나 힘들잖아요. 하지만 사람이 힘들게 만드는 건 견딜 게 아니었어요. 이건 무식하게 버틸 게 아니라 내가 지금 가진 단단함으로 잠시 누웠다가 적당한 때에 다시 일어날 시점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머지않아 퇴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해가 지날 때마다, 그 회사 시절이 떠오를 때마다 느껴요. 그때 그렇게 계속 버티며 다녔다면 성장 이전에 중요한 무언가를 잃었을 것 같다고. 곧게 잘 얻었던 것도 삐뚤어질만큼 어긋났을 것 같다고.
지금도 이전 회사를 생각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먼저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반면에 그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해요. 정확히 말하면 그때의 경험들과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습득한 나만의 잘 흔들리는 방법이겠지만요. 코어 힘이 세다면, 그리고 충분한 유연함이 있다면, 우린 모두 원복할 탄력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바람에 누울지언정 언제고 원할 때 다시 일어날 힘을요.
7월은 어떤 경험을 했나요?
7월의 모든 바람들이 유연한 경험이 되어 8월로 나아가는 탄력을 만들어주었기를 바라요.
7월엔 소서(小暑)와 대서(大暑)가 있었답니다. 모가 뿌리를 내리고, 24절기 중 12절기에 다다랐어요. 양력, 음력으로 모두 일 년의 절반을 넘어섰네요.
그동안 어떤 경험으로 새로운 유연함을 얻었을지, 또 앞으로 어떻게 기존의 유연함을 단단히 다지면서 나아갈지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