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한하늘 Sep 06. 2021

기획서도 제품이자 서비스다

기획서는 프로젝트의 중심이다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 기획자는 상세한 내용이 담겨있는 기획서를 작성한다. 그 기획서에는 제품에 대한 모든 것이 명시되어 있다. 프로그래머도 기획서를 보고 프로그래밍을 하고, 아티스트도 기획서를 보고 아트 작업을 한다. 사업, 운영, 마케팅, QA 등 유관부서도 기획서를 바탕으로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기획서는 제품에 대한 선언이자 약속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앞으로 진행될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늘 기획서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획서의 품질이 프로젝트의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획서를 작성하고 관리해야 프로젝트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기획서를 작성할 때 어떤 것들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까?


좋은 것이 있으면 흉내 내고 모방해라


한때 방송에서 경연 프로그램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다양한 콘셉트의 경연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방송되었다. 그리고 프로그램마다 색깔이 다른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들을 심사했다. 그런데, 어느 프로그램을 막론하고, 곧잘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바로 '자신만의 색깔'에 대한 이야기였다. 참가자에게 자신만이 색깔을 가질 것을 요구하고, 실력이 조금 모자라도 그런 색깔이 있는 참가자가 좋은 점수를 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

경연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제품에도 차별화가 필요하다. 워낙 많은 경쟁작이 쏟아지기 때문에,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 요소가 없으면 고객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획서는 얘기가 다르다. 기획서는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고객을 대상으로 하지도 않는다. 기획서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서다. 그래서 차별화가 필요하지 않다.

기획서를 작성할 때는 오히려 좋은 것을 모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 작성한 기획서가 아주 훌륭한 포맷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 어떤 문서의 도표가 마음에 들면, 복사해와서 내용만 바꾸어 작성하면 된다. 절대로 자신만의 형식에 집착하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의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서도 안된다. 기획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입 기획자라면 경력자들이 작성한 기획서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경력자들이라고 다 기획서를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문서를 보다 보면 잘 쓴 기획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기획서를 발견하고 나면, 그 기획서를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 그것을 바탕으로 본인의 기획에 맞게 필요한 것을 고쳐 쓰면 된다.


이해할 수 있게 써라


어떤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이 다른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일을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평소에 사용하던 용어를 배제하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바꾸어 주어야 할 수도 있고, 아주 기초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주어야 할 수도 있다.

기획자가 쓰는 기획서가 같은 기획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다른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을 위해 작성한다. 게임 기획서라면, 프로그래머나 아티스트, 사업 기획자, 운영자, 마케터, 테스터 등을 위해 작성한다. 당연히 같은 기획자에게 얘기하듯이 문서를 작성해서는 곤란하다.

용어 같은 경우는 그래도, 게임 제작이라는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많이 쓰는 용어에 익숙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기획자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기획서에서 생략되어 있는 경우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기획자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프로그래머에게도 똑같이 당연한 것은 아니다. 기획자가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티스트에게는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 따라서, 기획서에는 상세하고 친절하게 내용을 담는 것이 필요하다.

가끔은 그냥 표현력이 부족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기획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문서를 많이 작성해야 하는 기획자라면 글을 쓰는 훈련도 해야 하는데, 그것을 소홀히 하는 기획자가 간혹 있다. 기획자가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좋은 기획자가 아니다. 기획자는 다른 사람의 작업을 통해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관리에 신경 써라


기획서는 한번 배포하면 신경 안 써도 되는 패키지 게임이 아니다.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고, 기존 콘텐츠를 계속 수정해야 하는 온라인 게임에 가깝다. 그래서, 온라인 게임에 있어 운영이 중요하듯이 기획서도 관리와 운영이 중요하다.

기획서가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간혹 기획자가 작성한 최종 기획서와 다른 작업자가 참고하는 기획서가 다른 경우가 있다. 최종 기획서가 제대로 전파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제품이 만들어진 후에 깜짝 놀라는 일이 발생한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기획자가 보는 기획서와 다른 작업자가 보는 기획서가 항상 일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구글 독스처럼 기획자가 문서를 수정했을 때, 그것을 참조하는 모든 사람이 보고 있는 문서도 같이 수정되는 시스템을 이용하면 편리할 것이다.

문서 내용만 동시에 업데이트된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게임 기획서는 보통 방대한 양의 문서가 되어 있거나, 아니면 여러 개의 문서로 쪼개져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무언가가 수정되었어도 어디가 수정되었는지 기획자가 아니면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자가 수정한 부분을 다른 사람들이 쉽게, 그리고 즉시 알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게임은 출시하기 전에도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치는 게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기획서에서 특정 내용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문서를 직접 작성한 기획자는 비교적 필요한 부분을 쉽게 찾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원하는 내용을 찾기 쉽게 하는 것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느껴지는 기획서는 작업자의 의욕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기획서도 서비스다


기획서는 기획자의 생각을 기록해 놓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획자의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자가 준비하는 서비스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고객의 입장을 중심에 놓고 만들어져야 하듯이, 기획서도 기획서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중심에 놓고 만들어져야 한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기획자라면, 동료들을 위해 만드는 서비스에도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도 충실하게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멀리 있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훌륭하게 만들어 내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전에, 먼저 동료들을 만족시켜 보자.


1. 좋은 것이 있으면 흉내 내고 모방해라

기획서는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문서다. 자신만의 개성이 필요하지 않다.

좋은 형식이나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기획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모방해야 한다.

신입 기획자라면 경력 기획자들의 기획서를 살펴보고, 좋아 보이는 것을 따라 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다.

2. 이해할 수 있게 써라

기획서는 같은 기획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위해서 쓸 때가 많다.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하고,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도 상세히 담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글을 이해하기 쉽게 쓰는 훈련을 해두어야 한다.

3. 관리에 신경 써라

기획서의 내용이 변하면 작업자가 보고 있는 기획서도 동시에 수정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어디가 수정되었는지도 작업자에게 즉각적으로 알려지도록 하면 더욱 좋다.

특정 내용을 찾고 싶을 때 찾기 쉽도록 만들어 두어야 한다.

이전 04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