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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Oct 18. 2021

변경을 고려해야 할 때

변경사항은 반드시 발생한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어, 예정된 일정에 결과물이 '척' 하고 나온다면 참 좋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프로젝트가 세상에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20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그런 프로젝트를 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3개월 정도 진행되는 짧은 프로젝트에서는 본 적이 있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진행되는 긴 프로젝트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고, 다른 팀의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관찰한 적이 없다.

어딘가는 그런 프로젝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는 당연하게도 변경사항이 발생한다. 그래서, 변경사항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프로젝트에 있어 무척 중요한 일이 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고, 변화에 익숙하지도 않으며, 변화를 불안해하기 때문에, 변화를 일으켜야 할 때 잘 대응하지 않으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힘들어지게 된다.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자


사람들은 존중받고 싶어 한다.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프로젝트에 대한 소속감이 올라간다. 반대로, 소외감을 느낄 때 프로젝트에 대한 소속감은 크게 상실된다. 구성원들이 존중받는다고 느끼거나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주 흔하면서 소속감이 크게 달라지는 대표적인 경우가 어떤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때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이루어지는 중요한 결정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최종적인 결정은 의사결정자가 진행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싶어 한다. 아니면 최소한 그 과정을 알고 싶어 한다. 과정에 참여하거나, 혹은 관찰할 수 있었던 사람은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끼고 프로젝트에 대해 소속감을 느낀다. 하지만, 과정을 알지 못하고 결과만 통보받는 사람은 소외감을 느끼거나 혹은 자신과 프로젝트의 관계를 '보상과 노동을 교환하는 관계' 정도로만 생각하게 된다.

구성원들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킨다는 것이, 꼭 투표 같은 절차를 통해 의사결정을 진행한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진행하는 것이 더 좋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구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러면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프로젝트를 주체적으로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이는 이후의 업무 생산성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시간이 조금 들더라도 구성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교환할 수 있는 과정을 꼭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게다가, 의사결정자가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더라도, 혼자만의 생각으로 늘 최선의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좋은 의사결정자라면 많은 의견을 확보한 후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서도, 팀의 사기와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변경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결정은 신속하게 하자


변경사항에는 작은 변경사항도 있고, 큰 변경사항도 있다. 메뉴 버튼에 텍스트를 넣기로 했다가 다시 빼기로 결정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반면, 레이싱 게임으로 설계하고 제작하고 있던 와중에, 액션 게임으로 변경을 하는 것은 매우 큰 변경이고, 그래서 결정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

게임을 제작하다 보면, 이런 정도의 큰 변경사항을 결정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런 변경 사항은 프로젝트 전체의 방향을 크게 바꾸고, 기존에 해왔던 많은 작업을 휴지통으로 던져버리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서는 곤란하다. 의사결정에서 낭비한 시간들이 실무자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전가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게임은 시장의 기호를 맞추어 나가야 하는 제품이라서, 제작 기간이 길어지면 달라지는 기호나 요구사항을 따라가는데 소모하는 비용이 계속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충분한 검토를 하되 가능한 한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신속한 결정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은 채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신속한 결정이란, '올바른 결정 과정'을 빠른 시간 안에 마치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지, 해야 할 것을 생략하면서 시간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다.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구성원들과 충분한 의견을 교환한 후에, 변경을 통해 얻을 것과 잃을 것을 충분히 검토한 후, 더 이상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없다고 판단될 때 결정을 내리면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쓸데없는 시간 낭비가 들어가지 않게 하면 된다.

물론, 결정의 선택지에는 항상 '결정을 보류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레이싱 게임을 액션 게임으로 변경하도록 요구하는 시장의 변화가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고, 트렌드의 변화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을 명확히 알기 위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결정을 보류하고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는 것이 옳은 판단일 것이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가능한 모든 정보를 검토하고 충분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진 후에 '보류' 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그 과정이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일단 내린 결정은 믿고 가자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내린 결정에 대해 모든 구성원이 동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다른 생각을 가진 구성원들도 있을 것이다.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도중에는 그런 '다른 생각'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단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다음에는 얘기가 다르다. 충분한 검토 끝에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모든 구성원이 그 의사결정을 믿고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팀으로서의 퍼포먼스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다.

축구팀의 라커룸에서는, 어떤 전술을 써야 할지 선수들끼리 치열하게 논쟁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어떤 전술이 선택되고 경기가 시작되면, 모든 선수가 해당 전술을 잘 수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팀워크에 문제가 생기고, 경기에서 목적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결정이 내려진 후라도 다른 얘기를 꺼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미처 검토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가 발견되었거나, 혹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근거에 문제가 있음이 발견되었을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빨리 의견을 제시하고, 이미 내려진 결정에 문제가 없는지 재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새로운'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비록 의견을 달리 하는 구성원이라도 그 결정을 믿고 그것이 올바른 결정이 되도록 노력해 줄 필요가 있다.

의사결정은 늘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의사결정의 결과가 좋지 못할 때도 많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고 해서 의사결정이 잘못되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린 최선의 선택이라면, 결과가 좋지 못했어도 그것은 좋은 의사결정인 것이다. 따라서, 합의된 과정을 통해 내려진 결정이라면, 올바른 선택이라 믿고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가 필요할 때 팀의 역량이 드러난다


변화는 익숙한 것으로부터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생각하고 있던 것을 버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야 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변화는 어색하고 어렵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세상이 변한다는 것은 세상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변한다는 것이고 시장이 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시대의 프로젝트에게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미덕으로 요구되고 있다.

그러니 귀찮고 싫더라도 변화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좋은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프로젝트에 중요한 변화가 필요할 때, 올바른 과정을 통해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구성원들이 그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어야 프로젝트가 삐걱거리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을 때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멘붕에 빠지는 것처럼, 프로젝트도 예상과 다른 상황을 만날 때 정체되고 붕괴될 수 있다.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고 무엇을 신경 써야 할지 평소에 잘 생각해 두면 좋을 것이다.


1.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자.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었을 때, 구성원은 소외감을 느끼고 소속감이 크게 상실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만 있어도, 구성원의 사기와 생산성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좋은 의사결정자라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의사결정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것이다.

2. 결정은 신속하게 하자.

중요한 의사결정일수록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는 일은 피해야 한다.

의사결정에서 낭비된 시간이 프로젝트에 부담으로 남는다.

신속한 결정이란, 검토해야 할 모든 정보를 충분히 검토하는 과정에서 낭비되는 시간이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결정을 보류하는 것조차, 빠르고 충분한 검토의 결과로 이루어져야 한다.

3. 일단 내린 결정은 믿고 가자.

결정과 다른 생각을 가졌더라도, 합의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결정은 믿고 따라주어야 팀워크가 살아난다.

결정을 재고해야 할 '새로운 이유'가 발견되었다면, 결정에 대해 다시 이야기할 수 있다.

불확실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결정의 품질을, 결과를 근거로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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