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디즈니랜드
인원 : 41세 남자, 10세 여자
기간 : 2015. 5. 20. ~ 6. 6. (17박 18일)
일정 : 파리(5박) - 런던(4박) - 암스테르담(2박) - 인터라켄(3박) - 파리(3박)
이 날은 파리 디즈니랜드에 다녀왔다. 원래 일정에는 디즈니랜드가 없었다. 하지만, 워낙 여유 있게 일정을 잡아놓기도 했고, 아이가 디즈니랜드를 무척 가고 싶어 해서 일정을 조금 수정했다. '파리 디즈니랜드'라고는 하지만, 파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파리 디즈니랜드를 가려면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야 한다.
아이와 둘이서 홍콩에 갔을 때도 홍콩 디즈니랜드에 갔는데, 그때 아이가 테마파크를 즐기는 방식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아이는 사진을 찍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놀이기구 타는 것을 좋아했다. 심지어 퍼레이드 구경도 생략할 때가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놀이기구 타는 것에 집중했다. 캐릭터와 사진 찍는 것은 당연히 하지 않았고, 아이의 모습도 처음에 조금 찍다가 중간부터는 아예 사진 촬영을 포기했다. 그보다는 둘이서 온전히 놀이기구를 즐기는 것에 몰입했다. 그래서 사진이 별로 없다. 디즈니랜드에서 하루를 보내면 보통 수 백장의 사진은 기본적으로 쌓일 테지만, 이날 디즈니랜드에서 찍은 사진 개수를 세어보니 35장이 전부다. 덕분에 놀이기구는 많이 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있었는데 총 14번을 탈 수 있었다.
지금 중학생이 된 아이는 에버랜드 T 익스프레스 같은 것도 잘 타지만, 이 때는 아직 무서운 것은 타지 못할 때여서 아이가 탈 수 있는 것으로 이용했다. 몇 가지는 기억이 나고 대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데, 그중 인상적이었던 것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영화 촬영지처럼 꾸며진 공간을 열차를 타고 한 바퀴 도는 놀이기구였다. 이름을 다시 찾아보니 'Studio Tram Tour'인 것 같다. 오래 걸리지 않고 어른에게는 다소 시시할 수도 있었지만, 아이에게는 꽤나 볼만했던 것 같다. 사실, 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불과 물로 이루어진, 꽤나 스펙터클한 특수 효과를 보여주는데, 아이는 무언가 터지기만 하면 반사적으로 바닥에 납작 엎드리기 때문에, 특수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결국, 제대로 보기 위해 이 놀이기구를 한번 더 타야 했다.
두 번째는 우주선 느낌의 2인용 탑승물을 타고 가면서, 외계인을 향해 총을 쏘는 'Buzz Lightyear Lazer Blast'다. 토이스토리를 기본 테마로 하고 있는데, 두 명이 한 우주선에 탑승하여 각자의 총으로 표적을 맞추면 각자의 점수가 점점 누적된다. 총을 쏘는 것도 재밌지만, 두 명이 대결구도가 되기 때문에 더 즐거웠던 것 같다. 처음에 적당히 쏴서 져줄 계획이었지만, 아이가 못해도 너무 못하는 바람에 이겨 버렸다. 그래서, 이것도 한번 더 탔고, 두 번째에는 다행히 아이가 이겼다. 인기 있는 어트랙션이어서 줄을 조금 서야 했지만, 충분히 재미있었다.
중간에 어떤 어트랙션을 타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뒤에 서 있던 여성 분이 말을 걸어왔다. 기억에는 스웨덴에서 왔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인사를 한 마디씩 주고 받은 뒤에 속사포처럼 한탄을 내뱉었다. 내가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어서 알아 듣기가 힘들었지만 대강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었다. 우리 딸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였는데, 한 마디로 딸 아이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딸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표현도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이 정신 나갈 것 같다는 얘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보기에도 무척 활달한 아이였다. 그에 비해 우리 아이는 같이 다니기 참 편한 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루 종일 테마파크 안에 있으니, 아이를 데리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보다 편한 점이 있었다.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되었고, 아이가 심심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고, 화장실 위치를 미리 파악해 놓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날씨가 더워서 이동하거나 대기 중일 때 조금 힘들었다.
놀이기구를 모두 타고, 마지막으로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중간에 장애인들을 위해 따로 마련해 둔 구역이 있었다. 그 구역에는 장애인과 동반인만 들어갈 수 있었는데, 퍼레이드를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구역이 마련되어 있었다. 한국의 테마파크에도 이런 구역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러 번 테마파크를 방문했어도 장애인 전용 구역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누구나 탐내는 좋은 구역을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해 놓은 디즈니랜드의 배려가 더 인상적이었다.
5시 30분쯤에 퍼레이드를 보고, 간단한 저녁식사를 마친 후에, 기념품 쇼핑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이에게는 어쩌면 여행 중 가장 만족스러운 하루였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테마파크에 가면 많이 서있고, 많이 걸어 다니게 되기 때문에 이날도 다리를 많이 아파했다. 어쨌든, 파리 디즈니랜드를 방문함으로써 아이는 도쿄, 홍콩, 파리의 디즈니랜드를 한 번씩 방문하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디즈니랜드 있는 곳만 다니게 되어 세 번의 해외여행 만에 세 군데의 디즈니랜드에 가게 되었다. 참 복 받은 아이다. 이제 미국에 있는 디즈니랜드만 가면 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