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게임업계 초창기에는 게임이 좋아서 이쪽 업계로 진로를 잡은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전공은 게임과 별로 상관없는 사람들이 게임 회사에 많이 모여있기도 했다. 그중에는 전공과 관련된 분야가 게임보다 훨씬 유망한 분야인데도 게임이 좋아서 게임 회사에 온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 당시 최고로 잘 나가던 ㅇㅇ전자를 퇴사하고 게임으로 이력을 변경한 사람들도 있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잡담을 나눌 때도 게임 얘기가 많았다. 새로 나온 화제작을 해보았는지, 그래픽은 어떤지, 밸런스는 잘 맞는지, 게임 엔진의 새 버전은 성능이 어떤지 등등의 얘기가 주요 화젯거리가 되었다.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에 누군가 게임을 하고 있으면, 회사에서 게임하는 것에 대해 논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주위에 모여들어 구경하면서 게임에 대해 이러저러한 평가를 하는 일이 많았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일이 많이 재밌었던 것 같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일이 재밌어서 일에 몰입했던 시절이다. 결과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밤늦게까지 일할 때도 많았고, 내 연봉이나 인센티브보다 내가 만든 게임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도 좋았던 시절로 기억하고 있다.
게임업계가 커지고 산업화되면서,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종사자의 비율도 올라갔다. 그래서, 예전 같은 분위기는 이제 잘 만들어지지 않는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게임회사에서 일한다고 꼭 게임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 막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보는 경험을 가져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유망한 직무를 찾고, 미래를 위해 좋은 커리어를 쌓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1, 2년 정도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곳을 찾아 나서도 크게 무리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한 번쯤 해보라는 것이 '옳은' 조언 일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손해를 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좋아하는 일에 너무 빠져버려서 인생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한 번쯤 해보면 '일이 행복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을 알게 되면 인생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도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삶의 방식은 다양하고, 일이 주는 행복을 아는 것이 좋은 인생을 사는 데 필수 불가결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