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보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막상 가본 적은 없는 지역들이 있다. 목포가 그렇고, 남해, 안동 등도 그런 곳이다. 그리고, 군산 역시 듣기만 많이 듣고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군산은 어떤 곳일지 호기심이 생겼고, 이참에 한번 방문을 해보기로 했다.
군산을 그냥 평범한 항구 도시로 생각했는데,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수탈한 쌀을 일본으로 수송하는 항구였던 것이다. 철길도 그때 깔리고, 항구도 그때 개발된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일제 강점기의 흔적이 남아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철길마을이었다. 지금은 쓰지 않는 철로의 양쪽으로 각종 상점이 입점해 있는 곳이다. 상점들은 주로 추억의 물건들이나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파는데, 생각보다 구매욕을 자극하는 물건들이 여럿 있어서, 끝까지 저항을 못하고 몇 개 구매했다. 상점들 중에는 옛날 콘셉트로 사진을 찍어주는 곳도 있었고, 그림을 그려주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추억의 군것질거리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가게도 있었다. 우리도 쥐포를 사서 구워 먹었는데, 연탄불에 쥐포를 구워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이 재밌었다. 철길마을은 철길을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는데, 길이가 꽤 되고, 방문객도 꽤 많았다. 연인, 친구, 가족 방문객이 많았는데, 특히 아이들에게는 여러 번 방문해도 재밌을만한 장소일 것 같았다.
근대역사박물관과 진포해양테마공원은 가까운 거리에 있어 한 번에 돌아다니기 좋다. 군산 자체가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역사적으로 두드러진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시 내용도 대체로 근대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오히려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없는 특이한 전시물이 일부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박물관이 큰 규모는 아니어서 관람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는데, 인근에 있는 건축관과 미술관까지 다 본다고 하면 양이 꽤 많을지도 모르겠다.
진포해양테마공원은 진포해전을 기념하기 위한 공원이라고 한다. 진포해전은 최초로 화포를 이용해 왜구를 물리친 해전이다. 그래서 화포 같은 것이 전시되어 있는데, 사실 그것보다 탱크와 전투기들이 눈에 더 들어왔다. 전차, 자주포, 전투기, 수송기, 정찰기, 헬기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관리가 잘 되어서인지 당장이라도 쓸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반대편으로는 군함이 정박해 있고, 그 안에 입장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군함 내부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군산에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에 의해 세워진 건축물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신흥동 일본식 가옥과 동국사다. 일본식 가옥은 일제강점기에 무역업을 하던 히로쓰 기치사부로가 지었다고 한다. 일본식 집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한눈에 알아볼 만큼 전형적인 일본식 가옥인데,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 촬영에도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동국사 역시 한눈에 일본식 사찰임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에 지어진 일본식 사찰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온전하게 남아있으면서 사찰로 쓰이는 것은 동국사가 유일하다고 한다. 참고로 처음 지어졌을 때의 이름은 '금강사'이며, 광복 이후에 이제는 '한국의 사찰'이라는 뜻에서 '동국사(東國寺)'로 개명했다고 한다.
신흥동 가옥과 동국사 이외에도 일제강점기에 건축된 소위 적산가옥(敵産家屋)들이 많이 보였다. 이런 적산가옥들이 카페나 음식점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철거하거나 예전 모습 그대로 두는 것보다 더 좋아 보였다. 분명 아픈 역사이지만, 아픈 역사도 기억해야 할 역사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적산가옥을 현대적 목적에 맞게 활용하면서, 오히려 더 오래 보존하고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군산에는 유명한 빵집도 있다. 바로 이성당의 본점이 군산에 있다. 이성당이라는 브랜드는 수도권에서도 많이 접하기 때문에 익숙한데, 그 본점이 군산에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심지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고 하는데, 검색해 보니 1906년에 영업을 시작한 것 같다. 다만,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다른 이름의 빵집이었고, 1945년에 이석우라는 한국인이 '이성당'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빵집을 개업하였기 때문에, 이성당의 시작은 1945년으로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부분적으로 남아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있는 거리에서 근대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어떤 면에서는 테마파크보다 그 시절의 모습을 더 엿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지역들처럼 군산도 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 같은데, '역전의 명수'라는 군산상고의 별명처럼 예전의 활기를 다시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