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즐기고 오다

by 취한하늘

아들과 가까운 곳에 한 번 다녀오고자 했다. 처음에는 경기도로 갈까 했는데, 생각해 보니 아들과 충청도를 여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충청권의 시작으로 가까운 대전을 선택했다. 젊은 시절에 대전을 방문했던 추억도 있어서, 언젠가는 꼭 방문하고 싶었던 대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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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사적공원은 한가롭게 거닐기 좋은 곳이었다.>


대전에서 처음 방문한 곳은 ‘우암사적공원’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를 꼭 방문하는 편인데, 대전에 우암 송시열 선생과 관련한 장소가 있어서 방문해 봤다. 송시열 선생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제대로 알고 있지는 못했다. 사적공원에 송시열 선생에 대해 알려주는 곳이 있어서 이번에 조금 알게 되었다.


송시열 선생은 인조, 효종, 현종, 숙종 때 벼슬을 했던 성리학자다. 병자호란 때는 청나라에 항복하는 것을 반대했던 것 같고, 소현세자와 소현세자빈에 대해서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쪽에 있었다. 효종은 특히 송시열을 중용하였는데, 북벌계획의 중심인물로 송시열을 생각했던 것 같다. 효종과 얼마간의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송시열도 북벌에 대한 생각은 있었던 것 같다.


우암사적공원은 생각보다 넓었다. 송시열이 학문을 닦고 후학을 양성한 곳이라고 하는데, 운치 있는 연못도 있었고, 한가롭게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책 한 권 들고 산책을 하다가, 적당한 곳에 자리 잡아 책을 보면 참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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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많고 볼 것 많은 중앙시장>


사적공원을 나와 이동한 곳은 성심당이 있는 거리였다. 바로 성심당 근처까지 이동하지 않고, 대전역으로 가서, 대전역 인근에서 성심당까지 걸어갔다. 가는 길에 먼저 재래시장을 지났다. ‘중앙시장’이라 불리는 곳이었는데,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았다. 우리는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지만, 시간을 내서 구경하기에 괜찮은 곳인 것 같았다. 재래시장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재래시장이 잘 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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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사진 찍는 행동이 민폐가 될 만큼 사람이 많았다.>


중앙시장을 지나면 다리를 건너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로 이어진다. 먹을거리와 놀거리가 많은 곳으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놀러 나오는 것 같았다. 인근에 부대가 있는지 군복을 입은 사람들도 더러 있었는데, 20대 초반의 군인들이 해맑게 웃으며 거리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오락실에 잠깐 들러 놀기는 했지만, 우리의 목표는 ‘성심당 본점’이었다.


성심당 본점에는 대기줄이 꽤 길게 형성되어 있었다. 아들은 줄 서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 정도 줄이면 보통 포기하고 다른 곳을 간다. 그런데 성심당 빵의 맛이 궁금했는지, 이번에는 줄을 서자고 했다. 줄이 길었지만 생각보다는 빨리 줄어들었다. 그래서, 힘들지 않게 성심당 본점에 입장할 수 있었다. 정작 힘든 것은 그때부터였다. 작은 가게 안에 엄청 많은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 그래서, 빵을 천천히 둘러보기도 어려웠고, 계산대 앞에서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성심당 대전역은 사람이 훨씬 적었는데, 월요일 아침에 방문했을 때는 아예 줄을 설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성심당 본점에서 빵을 7개 정도 샀다. 가격으로는 2만 원어치 정도 샀는데, 그날 저녁과 그 다음날 아침에 먹었다. 꽤 큰 빵도 있었지만, 맛이 괜찮아서 다 먹어치웠고, 그 바람에 점심 한 끼는 건너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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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페 하나 만으로도 대전에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둘째 날 오전에는 회사 사람이 추천해 준 ‘엑스포 타워’에 갔다. 38층에 스타벅스가 있고, 39층에 폴 바셋이 있는데, 우리는 스타벅스에 갔다. 일요일임에도 오전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고, 편하게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38층 스타벅스에서 보는 대전의 전망은 상당히 멋진 것이었다. 앞에 강과 수목원이 있고, 그 옆으로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멀리 산등성이들이 보이고, 날씨가 좋아 하늘 색도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N서울타워에서 보는 전망보다 좋았고, 그것도 편하게 쉴 수 있는 카페에서 본다는 것이 더 좋았다. 카페에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엑스포 타워’를 가보고 나서, 대전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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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관과 수목원이 가까워서 한 코스로 돌아보기에 좋았다.>


엑스포 타워를 나와서는 국립중앙과학관과 한밭수목원에 갔다. 국립중앙과학관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재밌었다. 과학관이라 일컫는 곳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다녀본 곳 중에서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이 가장 볼만했다. 콘텐츠도 많았지만, 시설 관리도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유료 입장 시설은 가지 않고 무료로 입장 가능한 곳만 갔는데도 꽤 오랜 시간을 재밌게 보낼 수 있었다. 특히, 미래기술관과 자연사관이 재밌었는데, 미래기술관에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많아서 아들에게 여러 가지를 설명해 줄 수 있었다.


한밭수목원은 반 바퀴 정도 둘러보기만 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오래 머물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수목원 규모가 상당하고, 조경이 잘 되어 있어 산책하기에 좋은 공간인 것 같았다. 수목원 중간에 있는 엑스포 시민광장도 인상적이었는데, 날씨만 괜찮으면 자전거나 인라인을 타기에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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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유잼도시였다.>


대전에 ‘노잼도시’라는 별명이 있다는 것을 대전 가기 며칠 전에 알았다. 오죽하면 빵집이 유명하겠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아들과 나에게는 2박 3일의 일정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재밌는 곳이었다. 대단한 관광 명소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재밌게 즐기려고 하면 얼마든지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도시처럼 보였다. 게다가, 맛집도 상당히 많다. 이번에는 성심당 빵과 맛집 두 군데를 방문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아직 못 가본 곳이 많아서 맛있는 것을 먹으러 또 대전에 가지 않을까 싶다. 재밌고 맛있는 도시, 그것이 대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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