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아들과 여행을 할 때는 늘 내가 계획을 다 짰다. 볼 것, 먹을 것, 놀 것을 다 준비하고 가이드처럼 아들을 안내했다. 그런데, 아들이 이번에는 자신도 계획을 짜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둘이 함께 여행을 설계했다. 여행지로는 여러 후보가 있었지만, 예전에 함께 간 적이 있는 부산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아들이 처음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기 때문에 익숙한 곳이 좋을 것 같았고, 부산은 갈 곳과 먹을 것이 많기 때문에 계획이 좀 엉성해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 될 것 같았다.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해운대였다. 정확히는 해운대에 있는 아쿠아리움이다. 아들은 아쿠아리움을 좋아한다. 몇 번을 가도 질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선정한 장소도 아쿠아리움이었다. 서울에도 여러 개의 아쿠아리움이 있고, 다른 지역에도 여러 군데 존재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아쿠아리움을 방문해 봤다. 해운대에 있는 아쿠아리움은 규모가 크지는 않았고, 어종도 크게 돋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래도 아쿠아리움답게 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해룡과 문어가 인상적이었는데, 아들과 여러 아쿠아리움을 구경했지만 문어는 처음 봤던 것 같다.
아쿠아리움 입장 전과 후에 해운대도 구경했다. 개인적으로 부산을 열 번 가까이 방문했는데, 한두 번 빼고는 항상 해운대를 찾았던 것 같다. 해운대 주변은 몇 년 전부터 크게 바뀌었다. 지하철 역에서 해변까지 큰길을 만들고 그 길 양쪽으로 상가를 형성하였는데, 그 덕분인지 예전에 비해 젊고 트렌디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큰길 가운데는 사람만 다닐 수 있게 한 것도 좋았다. 해변에는 사람이 많았는데, 번잡한 느낌보다는 활기찬 느낌이 강했고, 각자 자기 방식대로 해변을 즐기는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해변이 깨끗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둘째 날에는 과학관을 방문했다. 아쿠아리움과 함께 아들이 무척 좋아하는 장소다. 대전에서도 과학관을 방문했고, 런던에서도 과학박물관을 다녀왔다. 과학관에는 여러 장소가 있는데, 우리는 상설전시관만 구경했다. 상설전시관은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쉽게도 우리가 방문한 일요일 오전에는 체험 시설이 대부분 운영되지 않고 있었는데, 운영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몇 시간을 재밌게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점심 식사 후에는 산책을 했다. 몇 년 전에 아들과 방문했을 때 해변 열차를 탔는데, 그때 걸어가는 사람들을 봤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도 일부 구간을 걸어 보기로 했다. 해변 열차 정거장은 총 세 군데로, 송정, 청사포, 미포 정거장이 있다. 우리는 송정에서 청사포까지 걸어서 이동했고, 청사포에서 미포까지는 스카이 캡슐을 이용했다.
산책로는 나무 바닥으로 만들어져 있어 걷기에 편했다. 약 30분 남짓 걷는 코스였는데, 옆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면서 한가롭게 거닐기 좋았다. 불꽃축제 때문인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지만, 보행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산책로 중간에 스카이워크 같은 것도 있고, 풍경도 조금씩 바뀌기 때문에 30분이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다.
청사포 정거장에서 미포 정거장까지는 스카이캡슐을 이용했다. 운행시간이 왜 30분이나 걸릴까 생각했는데, 사람이 걷는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걷는 것과 비슷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캡슐은 크기가 작은 편인데, 다른 일행과 섞이지 않고 일행마다 하나의 캡슐을 쓰게 되어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캡슐을 타면서 맞은편에서 오는 캡슐을 계속 만나게 되는데, 걷는 사람은 대부분 한국 사람인데 반해 캡슐 이용자에는 외국인이 굉장히 많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날 오전에는 감천문화마을을 방문했다. 이곳은 여러 해 전에 가족 여행으로 방문했던 곳이다. 그때는 주요 관광지는 아니었고, 시간이 남으면 한번 방문해 볼 만한 정도의 장소였다. 예쁜 마을 정도의 느낌만 있었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방문해 보니 느낌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일단 방문객이 엄청 많았는데, 외국인 방문객도 상당히 많았다. 일본인, 중국인뿐만 아니라 서양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라틴계로 보이는 사람들을 여러 번 만났던 것 같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주요 도로 양쪽으로는 상가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여러 가지 간식 가게들과 소품 가게들이 있어 구경하고 먹는 재미가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길 자체는 예전부터 있던 길이지만, 예전에 비해 콘텐츠가 풍부해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예전에 비해 활기차고 세련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예전에는 '마을'의 느낌이 강했다면, 이제는 '관광지'의 느낌이 강해진 것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다.
부산을 여러 번 방문했지만, 늘 여행지로서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부산에서 살아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가 있어서 좋았고, 활기가 느껴지는 공간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도 좋았다. 언젠가 더 여유 있는 일정으로 부산을 방문할 수 있게 된다면, 부산의 더 다양한 모습들을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