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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Jul 16. 2024

차(茶)를 좋아하십니까?

아는 분 중에 ‘차’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권위자로 계신 분이 있다. 그분께 어느 날 다양한 차가 들어있는 꾸러미를 선물 받았다. 사무실에서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티백으로 된 것을 담아 주셨는데, 일하면서 그 꾸러미의 보물을 하루에 하나씩 꺼내어 마셨다. 그렇게 마시다 보니 내가 마신 차에 대해 글을 쓰고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사진 속에 본의 아니게 특정 업체와 제품의 이름이 포함되었지만, 특별히 협찬을 받은 것은 아님을 밝힌다.



<웅녀차>

이름을 보자마자 물음표가 발생했다. 처음 들어본 이름이기도 했고, 예전부터 있는 이름이 아닌 것 같았다. 나중에 다른 차의 이름들을 보고 나니, 특정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제조하고 이름을 붙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일단 향이 독특한데, 짭조름함이 느껴지는 향으로 개인적으로는 타코야키의 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향이 강한 편이어서, 맛과 향이 거의 하나로 느껴졌던 것 같다. 항상 먼저 향과 맛을 보고 나중에 차에 대해 검색을 해봤는데, 웅녀차의 주재료는 늙은 호박과 피시콜라겐이었다. 아마 이 두 재료 중 하나가 그런 향을 내는 것 같다. 부기를 빼고 콜라겐을 보충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니, 강사 등 사람들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할 것 같다.



<영차>

두 번째로 마신 것은 영차였다. 영차의 향은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계열의 향이었다. 바로 시골이 생각나는 구수한 향이다. 흔한 차 중에서 둥굴레차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7가지 재료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현미, 보리, 귀리, 단호박, 대추, 당근이 그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겼다. 분명히 7가지 재료를 사용했다고 했는데, 나열된 재료가 6가지인 것이다. 혹시 나머지 하나는 ‘정성’인가? 영차의 효능은 갈증 해소와 면역력 증가에 있다고 한다. 향도 내가 좋아하는 향이고, 효능도 나에게 딱 필요한 것들이라서, 나는 일단 이 차를 추가 주문해서 한동안 마실 예정이다.



<인디언 홀리 바질>

‘인디언’이라고 해서 아메리카 인디언을 생각하면 안 된다.(사실 내가 그랬다.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우리와 비슷한 차를 마시는구나 생각했다) 여기서의 인디언은 ‘인도’를 뜻한다. 녹차 계열이지만 향이 조금 독특하게 느껴졌는데, 처음에는 야채향처럼 느껴지다가 나중에는 허브향의 느낌이 났다. 입욕제에 허브향을 많이 써서 그런지, 차를 마시면서 욕조 목욕이 연상되기도 했다. 맛은 녹차 계열답게 쌉싸름한 맛이 나는데, 아래에 다룰 다른 녹차들보다는 쌉싸름한 맛이 좀 더 명확한 편이었다. 재료는 녹차 94%, 툴시 6%로 구성되어 있다. 툴시는 인도인들에게 신성시되는 식물로, 이것이 홀리 바질이다. 



<해장차>

궁금했다. 과연 해장을 하는 차는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티백을 컵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붓자마자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강하게 올라오는 콩나물국의 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검색을 해보니 역시 재료가 콩나물, 고춧가루, 무, 케일이다. 향이 강한 만큼 평소에 마시기에는 호불호가 강할 수 있다. 하지만, 술과 함께 혹은 술을 먹은 이후에 해장용으로는 효능이 확실할 것 같았다. 콩나물국을 들고 다니는 것은 번거롭고 어려운 일인데, 이렇게 티백으로 들고 다니면 어디서든 해장용 콩나물국을 만들어 마실 수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워크숍을 가면 숙취해소제를 챙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다음에는 이 티백을 가지고 가도 좋을 것 같다.



<기운차>

이름부터가 참 기운차다. 그런데, 향에서도 기운찬 느낌이 난다. 이 글에 여러 가지 차가 등장하는데, 이 차와 비슷한 향을 가진 차는 이 차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특이한 향은 아니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향이다. 개인적으로는 재스민차와 비슷한 향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맛에서는 시큼한 맛이 난다. 재료를 찾아보니, 유자, 귤피, 청귤, 페퍼민트, 카모마일이다. 이름만 들어도 상큼함과 시큼함이 느껴지는 재료들이다. 그래서 기운찬 느낌이 강하게 들었나 보다. 효능도 이름에 어울리는데, 피로와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는 것이 기운차의 효능이다.



<아쌈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티>

티백에 black tea라고 적혀 있어서 홍차 계열인 걸 알았다. 과연 전형적인 홍차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동시에 맛에서는 약간의 쌉싸름함이 느껴진다. 영국에서는 커피가 유행하기 이전에 먼저 홍차가 유행했다. 그래서, 잉글리쉬라는 단어가 홍차에 있어서는 ‘전통’의 느낌을 강하게 주는데, 실제로 이 차는 특별함 보다는 ‘모범적인’ 홍차의 향과 맛을 추구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개인적으로 홍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차도 많이 마시게 될 것 같다.



<에메랄드 그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녹차 계열이다. 그런데 향이 상당히 은은한 편이다. 그리고 녹차의 떫은 느낌도 덜하다. 그래서 차에 익숙하지 않은 입문자가 마시기에 적당할 것 같았다.



<요가 그린티>

이것도 녹차 계열이다. 그런데, 이 차는 꼭 다시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서 향과 맛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마시다 보니 어느새 다 마시게 되었다. 정말 잠깐의 힐링 타임을 가졌다가 깨어난 느낌이 들었다. 나와 유독 잘 맞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름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렌치 얼그레이 그린티>

역시 녹차 계열인데, 이 차는 쌉싸름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거북할 정도는 아니지만, 평소에 녹차를 즐겨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면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맛은 분명한 녹차 맛이지만 향은 녹차와 다소 다르다. 향에서는 얼그레이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결국 얼그레이 향이 느껴지는 녹차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소에 녹차를 좋아하지만 조금 색다른 차를 찾는다면 이 차를 마셔보면 어떨까 싶다.


차를 좋아하지만 많이 즐기지는 않았는데, 알고 보니 티백으로도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차들이 있었다. 그리고, 같은 계열의 차들도 향과 맛이 조금씩 달라서 그 차이를 느끼는 재미도 있다. 이것저것 마시다 보니 나와 잘 맞는 차가 몇 개 있었는데, 그 차들을 주문해서 한동안은 차와 함께하는 일상을 보낼 것 같다. 매일매일을 도시 환경 속에서 보내는 나에게, 자연으로부터 오는 작은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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