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할 일 목록’에 익숙하다. 꼭 먹어봐야 할 것, 꼭 가봐야 할 여행지, 20대에 꼭 해봐야 할 것 등이 유행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겪는 많은 문제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기 때문에 벌어진다. 예를 들어, 건강을 해치는 것도 운동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것은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해야 할 것을 안 해서 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해서 문제가 발생할 때가 많다. 특히, 말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 말아야 할 말,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혹은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경우들이 있다. 그렇다면 어떤 말들이 조심해야 할 말일까?
사람을 무시하는 말은 상당히 좋지 않은 말이다. 듣는 사람의 기분을 아주 빠르게 무너뜨리는 말이고, 말하는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무시하는 표현을 조심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종종 나타나는 표현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네가 몰라서 그래”이다.
“네가 몰라서 그래”는 다소 명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현실에서는 더 길게, 그리고 더 완곡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알고 보면 결국 “네가 몰라서 그래”로 귀결된다. 이런 표현이 사용되는 이유는, 말하는 사람이 이것을 ‘무시’라고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모르는 것을 내가 알려주는 것이니까 오히려 ‘도움’으로 인식하기 쉽다.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시’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이 표현은 또한 대화를 중단시킨다. 상대방이 주제에 대해 모른다고 단정하는 순간, 그 자리는 일방적인 ‘가르침’의 자리가 된다. 상대방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선언과 동일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따라서, 대화를 하고자 한다면 절대로 이런 식의 표현은 꺼내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이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에도, “네가 몰라서 그래”보다는,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그런데, 내 생각은 이래.”라고 하면서 내 생각과 그 생각의 근거를 풀어내는 것이 좋다. 상대방이 내 생각을 수용하도록 만들고 싶다면, 먼저 상대방의 생각과 말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여기서의 핵심은 ‘맨날’에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실수를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표현에 ‘맨날’이 들어 있으면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실수를 지적하는 말은 보통 행동에 집중한다. 축구에서 수비수가 사람의 위치를 놓쳤을 때, “공격수를 놓친다”라는 말은 사람을 놓친 행동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공격수를 맨날 놓친다”라는 말은 행동에 집중하지 않는다. 바로 ‘사람’에 집중하고 있다. 즉, 행동을 지적하는 말이 아니라, 사람을 비난하는 말이 된다는 것이다.
같은 실수를 매번 반복하는 사람이 실제로는 많지 않다. 다만, 다른 사람들보다 같은 실수를 여러 번 하는 사람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때 “맨날”을 사용해서 그 사람을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 한 달에 다섯 번 지각하면 맨날 지각하는 사람이 되고, 회의 자료를 세 번 빠뜨리면 맨날 자료를 빠뜨리는 사람이 된다.
사람을 공격하는 말은 좋지 않다. 감정적으로 불편함이 생길 수도 있고,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동을 수정하는 것보다 자신을 방어하는 데 더 몰두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맨날’을 사용하기보다는 실제로 기억하는 횟수를 얘기하고 그 행동을 수정해 주기를 요청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무언가를 속단하는 말들이 있다. 세상 일을 다 꿰뚫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감이 있는 것도 좋고, 확신에 찬 표현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다고 느껴지는 말들이 있다. “보나 마나다”, “척 보면 안다” 같은 말들이다.
이런 표현은 대화를 중단시킨다. 대화만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까지 중단시키려고 시도한다. 내가 말한 것이 정답이니 다른 사람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의나 토론 같은 자리에서 특히 안 좋은 표현이 된다.
스스로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런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학습과 성장에 열심이거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확실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 둘 늘어난다. 그리고, 자신이 확실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관해 대화가 이루어질 때, 자신도 모르게 이런 표현을 쓰게 된다.
이런 표현을 조심하려면 말만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부터 조심해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물론, 이런 인식을 갖는 것이 쉽지는 않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확신을 더하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경계해야 한다. 특히 학습에 열심인 사람들은, 자신이 알게 된 사실을 언제든지 버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지하철에서 어떤 사람이 통화를 하고 있다. “잘 됐다”, “다행이다”, “나도 기뻐” 같은 말들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통화를 하고 있다. “짜증 나”, “내가 뭐라 그랬어?”, “열받아” 같은 말들을 반복한다. 두 경우에 지하철 내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질까?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의 통화 내용인데도, 그 말의 종류에 따라 내 마음이 다르게 영향받는다. 좋은 말을 들으면 왠지 내 마음도 가벼워진다. 반면, 나쁜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고, 그 사람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말이 미치는 영향이 이렇다. 모르는 사람의 말에 의해서도 사람의 마음은 흔들린다. 하물며, 아는 사람이 하는 말에는 더 그럴 것이다. 따라서, 가급적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말은 피해 보자. 내가 하는 말이 기분 좋게 들려야, 나 자신 또한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1. "네가 몰라서 그래"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은 상대방의 기분을 빠르게 무너뜨린다.
말하는 사람에게는 무시하는 마음이 없어도 상대방에게는 무시로 느껴질 수 있다.
상대방이 모를 수밖에 없다고 단정하는 순간, 진정한 대화는 불가능해진다.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면서 내 생각을 말하기만 하면 된다.
2. "너는 맨날 실수해"
실수를 지적하는 말에 '맨날'이 포함되면 사람을 비난하는 말이 된다.
몇 번의 반복된 실수를, 늘 실수하는 것으로 과장하기도 한다.
사람을 공격하는 말은, 행동을 수정하는 반응이 아니라 자신을 방어하는 반응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3. "보나 마나야"
속단하는 말은 대화를 중단시킬 뿐만 아니라 생각의 중단까지도 요구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있을 때 이런 표현을 쓰기 쉽다.
속단의 표현을 조심하려면 말만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도 조심해야 한다.
학습과 성장에 열심인 사림일수록,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의 불확실성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