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 많이 던지는 질문으로 강점과 단점에 관한 것이 있다. 회사에서 직원을 평가할 때도 강점과 단점을 많이 구분한다. 회의에서 여러 의견을 비교할 때도 강점과 단점을 비교한다. 강점과 단점은 무언가를 평가할 때 상당히 유용한 도구이다. 그런데, 간혹 이런 질문을 만나게 된다. ‘강점을 강화하는 게 먼저인가? 단점을 보완하는 게 먼저인가?’
나는 이 질문이 썩 좋은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점도 골라서 강화해야 하고 단점도 골라서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강점이 모든 단점보다 우선되거나 모든 단점이 모든 강점보다 우선되는 것이 아니라, 각 강점과 단점의 성격에 따라 다른 강점과 단점들보다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이 있는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는 강점에 비중을 두는 이야기가 호응을 많이 얻었다. 단점을 보완하는데 집중하지 말고 강점을 강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강점만으로 성공을 만들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떤 단점들은 강점으로 상쇄하지 못할 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예로 들어보자. 5승을 하면 우승하는 단판 토너먼트라면 확실한 강점만으로도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수십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는 강점만으로 우승하기가 쉽지 않다. 농구의 신으로 불리는 마이클 조던도 시카고 불스를 여러 해 동안 우승시키지 못했다. 마이클 조던은 NBA 최고의 선수였지만, 조던이 있는 팀은 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시카고 불스의 단점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결국, 단점을 보완하고 나서야 조던의 시카고 불스는 우승을 한다. 그것도 3년 연속으로.
그렇다면 어떤 강점을 강화하고 어떤 단점을 보완해야 하는 것일까?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공통적으로 생각해 볼 만한 요소가 있다.
먼저, 강점을 생각해 보자. 강점을 강화하는 이유가 뭘까? 그것이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강점으로 경쟁자들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강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강점은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잘하는 것을 남들도 잘한다면 그것은 강점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강점을 강화해야 할까? 당연히 남들보다 우월할 수 있는 것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우월하지만 그것이 경쟁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그것은 강화할 필요가 없는 강점이다. 경쟁 결과에 영향을 미치면서 남들보다 우월할 수 있는 강점이 바로 강화해야 할 강점이다. 그림 잘 그리는 프로그래머를 생각해 보자. 그것은 분명 강점이고,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프로그래머를 압도할 수 있는 강점은 아니다. 따라서, 그림을 더 잘 그리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보다 프로그램 설계 능력을 키우거나, 코드 품질을 높이는 것이 더 좋다.
이번에는 단점을 생각해 보자.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어떤 단점은 강점으로 상쇄가 되지 않는다. 시카고 불스는 조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플레이오프에서 상대하는 팀은 조던만 집중적으로 괴롭혔다. 그 전략이 몇 년 동안 먹혔고, 시카고 불스는 매번 고배를 마셨다. 조던이라는 강점을 아무리 강화해 봐도 그 단점을 상쇄할 수는 없었다. 결국, 다른 선수로 득점을 올리는 방법을 장착한 후에 NBA를 제패하게 된다.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단점을 그냥 놔두어서는 안 된다.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찾거나, 혹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얻어서라도 단점을 상쇄시켜야 한다. 많은 프로스포츠 구단이 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들이 강점의 중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다. 적어도 치명적인 단점은 없는 상태여야 강점도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과거에 같이 일했던 어떤 프로그래머가 있다. 그 프로그래머에게는 커다란 단점이 있었다. 바로, 오류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단점이었다. 그 프로그래머가 만든 프로그램에는 많은 오류가 존재했고, 테스트 팀에서 해결을 요구해도 잘 수정되지 않았다. 어떻게 수정을 했더라도, 다음 버전에서 다시 그 오류가 발생했다. 그 프로그래머에게는 강점도 있었을 것이다. 다른 프로그래머들보다 경험도 많았고, 3D 게임에 대한 이해도 깊었다. 하지만, 오류 투성이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단점이 프로그래머에게는 너무나도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결국 조직은 그 프로그래머를 내보냈다. 기회를 주었지만 단점이 보완되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점을 강화하는 것이 좋을지,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좋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강점과 단점을 나열하고, 지금 어떤 것에 집중하는 것이 결과를 가장 크게 바꿀지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은 강점 강화도 아니고 단점 보완도 아니다. 그것은 수단이나 과정일 뿐이고,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은 보통 따로 있다. 프로젝트의 성공이든, 커리어의 성장이든, 이루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수단과 과정에 매몰되는 것은 언제나 경계해야 할 일이다.
<summary>
1.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2. 결과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강점 혹은 단점은 무엇인가?
3. 그것이 먼저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