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 업계에서는 신입 채용을 많이 줄인 것 같다. 전반적으로 취업과 이직이 쉽지 않은 분위기인데, 그나마 진행되는 채용도 경력자를 선호하다 보니 대학 졸업자들이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경력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는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경력자만으로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 굳이 경력자가 필요하지 않은 일들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신입 채용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많은 기업이 규모를 줄이려고 하다 보니, 신입 채용 문턱부터 좁아지는 것 같다.
그렇다고 신입이나 저경력자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굉장한 기회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비즈니스 분야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인공지능에 의해 촉발된 변화이다. 그리고, 변화는 대체로 새로운 세대에게 기회가 된다. 기존 트랙에서 앞서 달리던 사람을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트랙이 열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먼저 달리던 사람들과 비슷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다. 심지어 더 유리한 점을 가지고 경쟁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매우 빠르다. 1년 전과 지금의 쓰임새를 보면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미 많은 기업에서 인공지능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더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그러면서 나오고 있는 말이 있다.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다. 최근 있었던 <AI SUMMIT SEOUL 2024> 콘퍼런스에서도 여러 강연자가 이러한 의견을 피력했다.
인터넷이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꿨듯이, 인공지능도 일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과의 협업 능력이 커리어의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과의 협업에 능하면, 1년 차도 10년 차와 동일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더 빨리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업계에 대한 통찰을 인공지능과의 협업에 잘 활용하는 경력자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경력자들 중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게다가, 경력자에게는 이미 익숙한 업무 방식이 있다. 경력이 오래되었을수록 그것이 더 확고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업무 방식의 큰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저항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 저항은 기업의 이익과 충돌하게 된다. 어떤 면에서는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어쨌든 저경력자에게 이런 상황이 기회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방식대로 작업하는 10년 차 아티스트와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하는 1년 차 아티스트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10년 차 아티스트가 2주에 걸쳐 그린 캐릭터는 디테일이 잘 묘사된 훌륭한 결과물일 것이다. 반면, 1년 차 아티스트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하루 만에 완성한 캐릭터는 품질이 다소 부족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품질이 기준치를 넘어간다고 하면 과연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작업자를 선호하게 될까? 물론, 10년 차 아티스트도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결과물에 자신의 작업을 더해서 3일 만에 아주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저연차 아티스트를 선호하는 기업들이 있을 수 있다. 품질이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인건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더 발전해서 창의적인 작업이 가능하다고 하면 연차의 차이는 더 줄어들 것이다.
인공지능의 활용이 반드시 새로운 세대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작업자들과 신규 작업자들을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게 만들 수는 있다. 나이나 경력으로 구분되는 ‘시니어’, ‘주니어’의 호칭은 사라지고, 숙련도만으로 규정되는 ‘숙련자’, ‘초심자’의 호칭만 남게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저명한 경제학자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에 있는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기업 경쟁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IBM과 시어스, 메릴린치가 졸고 있었을까? 절대 아니다. 이들은 모두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다. IBM은 후지쯔와 지멘스를 방어했고, 시어스는 몽고메리워드와 싸웠으며, 메릴린치는 J.P. 모건과 난투극을 벌였다. 그러니까 졸았던 게 아니라 '한눈을 팔고' 있었다. 그러다가 순진하게도 오히려 새로운 도구와 새로운 기술,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 잘, 더 빠르게, 더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바로 어제 태어난' 갓난아이(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 찰스슈왑)에게 어이없이 당하고 말았다.”
<summary>
변화의 시기에는 경력의 가치가 줄어든다.
인공지능이 모든 비즈니스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일하는 방식 자체가 크게 바뀔 수 있다.
인공지능과의 협업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새로운 세대가 더 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