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를 100미터 달리기에 비유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대부분 마라톤 같은 장거리 경주에 비유한다. 20년, 30년의 일이니 긴 호흡으로 생각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긴 호흡으로 봐야 하는 것에 있어서는, 순발력보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달리려면 잘 쉬는 것이 중요하다.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채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체력도 회복하고, 정신력도 회복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혼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쉴 수도 있다. 운동을 하면서 쉴 수도 있고, 여행으로 휴식을 채울 수도 있다. 그리고, 각각의 휴식 방법은 누군가에게는 효과가 있고, 누군가에게는 효과가 없다.
휴식은 결국 에너지를 채우는 과정이다. 일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소진되는 에너지를 계속 채워주어야 한다. 그런데, 에너지가 채워지는 과정이 사람마다 다르다. MBTI의 I와 E만 해도 에너지를 채우는 방식으로 구분되고 있는데, 실제로는 더 복잡한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채운다. 하지만, 나 혼자 청소를 한다고 해서 에너지가 채워지지는 않는다.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고 나면 에너지가 충전된 것을 느낀다. 반면, 어떤 사람은 청소를 통해 에너지를 채우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해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효과가 있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이때, 단순히 ‘쉬었다’는 느낌으로는 부족하다. 몸의 에너지를 채운 것과 마음의 에너지를 채운 것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에너지를 제대로 충전했다면 일터로 복귀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고,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면 에너지가 잘 충전되어 있는 것이다. 반대로 휴식을 취했는데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휴식을 취하는 다른 방법을 더 찾아보는 것이 좋다.
한 가지 생각해 볼 만한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특성이나 신념에 어울리는 휴식 방법을 찾는 것이다.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운동이 휴식이 될 수 있다. 지식에 목마른 사람이라면 독서를 통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내 자아와 상관없이,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거나 유행을 따라갈 수도 있는데, 그런 것으로 온전히 에너지를 보충하기는 쉽지 않다. 그보다는, ‘내 삶을 온전히 살았다’는 느낌의 활동을 더 추천한다.
일을 할 때 계획이 중요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휴식에도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걷다가 힘들면 잠시 앉아서 쉬는 것처럼, 힘들 때 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힘들다고 느껴질 때 쉬는 것은 나쁘지 않다. 문제는, 괜찮은 것 같아서 휴식을 뒤로 미루는 경우다. 자신에게 휴식이 필요한 지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상태에서, 당장의 해야 할 일 때문에 휴식을 보류한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신체적, 정신적 피로가 누적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거나, 삶을 점차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다 마침내 번아웃에 이르게 된다.
운동을 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계획한다. 몇 분의 운동을 하면 몇 분을 쉬고, 몇 km를 뛰고 나면 몇 km를 걸어야겠다고 미리 생각한다. 휴식 없는 운동이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어느 정도의 운동마다 어느 정도의 휴식이 필요한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이런 것이 부족하다. 과한 운동이 근육을 어느 순간 파열시키는 것처럼, 정신도 소모가 지나치다 보면 어느 순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너져 버린다. 그런데, 그 과정이 운동처럼 과학적으로 분석되고 공유된 것이 아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괜찮을 거라는 착각을 가지고 휴식을 멀리한다.
휴식의 계획은 ‘번아웃을 예방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좋다. 근육이 파열되면 회복이 어렵고 후유증이 남는 것처럼, 번아웃도 회복이 더디고 회복되더라도 후유증이 남는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이다. 그리고, 번아웃을 예방하려면 힘든 상황 속에서 휴식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휴식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휴식 계획을 찾아야 한다. 운동에 비유하자면, 처음부터 10km를 달려보고 휴식 계획을 세우지 말고, 1km마다 휴식을 취해보고 달리는 길이를 점차 늘려보는 접근이 더 좋다는 이야기다.
특히, 일이 많을 때일수록 휴식 계획을 먼저 세우기를 권한다. 해야 할 일이 많을 때는 휴식을 뒤로 미루기 쉽다. 그런데, 일을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휴식을 계속 보류하다가 탈이 난다. 따라서, 할 일이 많으면 일의 계획을 세우기 전에 먼저 휴식의 계획부터 세우자. 그리고, 휴식의 우선순위를 높게 잡아 놓자.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일할 때는 일에 집중하고, 쉴 때는 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아마 많은 사람이 이런 얘기를 이미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알면서도 그렇게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주말에 나들이를 나가서도 월요일에 해야 할 일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일이 주는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크면, 주말에도 일 생각에서 멀어지기가 어렵다. 이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쉬어야 할 시간에 일 생각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에너지가 충분히 충전되지 않은 상태로 다시 일터에 나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휴식은 휴식대로 부족하고, 업무 효율은 업무 효율대로 낮은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노력이 필요하다. 쉴 때는 쉬는 것에 집중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일 생각이 나면 의식적으로 그것을 멀리하고, 빨리 휴식에 대한 생각으로 돌아가야 한다.
휴식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내가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볼링을 좋아하는 사람은 볼링을 할 때 온전히 휴식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여행 중에 다른 생각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을 것이다. 온전히 휴식에 몰입하기 위해서도, 자신에게 맞는 휴식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일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쉴 때 확실하게 쉬기 위해서는 일할 때도 확실하게 일해야 한다. 일의 집중력이 낮아서 충분한 성과를 만들지 못한다면, 쉬어야 할 시간에 휴식에 집중하는 것이 무척 어려울 수 있다.
몸의 휴식만큼 마음의 휴식도 중요하다. 어떤 면에서는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회복하기 더 어렵다. 따라서, 마음 건강을 미리미리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때로는 조금 무리를 해야 할 때도 있다. 평소보다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도 있고, 인간관계의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휴식은 보류할지언정 장기적인 휴식은 보류하지 말자. 당장의 휴식을 건너뛰어야 한다면, 그다음의 휴식은 더 확실하게 챙기자. 그래야 더 오래 달릴 수 있고, 삶의 속도를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1. 나만의 방법을 찾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충전해야 에너지가 온전히 채워진다.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면, 일터로 복귀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된다.
'내 삶을 살았다'는 느낌이 드는 휴식 방법이 대체로 좋다.
2. 휴식도 계획이 필요하다
휴식을 자꾸 보류하다가 번아웃에 빠지게 된다.
번아웃을 예방하려면, 충분히 쉬면서 휴식을 조절해 나가는 것이 좋다.
일이 많을 때일수록 휴식 계획을 먼저 세워야 한다.
3. 쉴 때는 확실하게 쉬자
쉴 때 일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의지를 가지고 쉼에 집중해야 한다.
몰입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
일할 때 온전히 일에 집중해야 쉴 때도 쉼에 집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