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의 권유로 브런치를 시작한 지 두 달이다. 이곳은 광고가 없어 수익은 없지만 정말 글쓰기에 자신 있고 승인해 준 사람들만 글을 쓸 수 있어서인지 수준이 높다. 이곳에서 @시인과 아나운서라는 작가를 만났다. 사실 나는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 아니라서 내 글을 라이킷 해주는 사람 위주로 그분들의 글을 읽고 있다. 윤슬이라는 낱말을 알고 있었던 터에 댓글을 남겼는데 너무나 시적인 답글을 정성스레 써줘서 감동을 받았다. 하여 오창석이라는 아나운서를 알게 되었다. 그는 이미 등단 시인이었다. TV와 담을 쌓고 산지 오래라서 아나운서라 해도 잘 알지 못한다.
예전에는 책을 잘 사서 읽었는데 집과 도서관이 가까운 다음부터는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런 면에서 작가들에게 미안함이 있다. 책은 사실 많이 팔려야 작가분들에게 도움이 된다. 그것을 알고부터 약간 미안함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방식대로 책을 읽어왔다. 그런데 오창석 시인을 알고 우리말에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내가 모르는 우리말이 있다는데 좀 화가 날 정도였다. 그분이 댓글에 "라온 하루!" 하고 썼을 때 라온은 이란(오창석 전공) 말이거나 다른 나라말인 줄 알았다. 사전을 찾아보고서야 '즐거운'의 순수 우리말임을 알아 깜짝 놀랐다. 나 자신에게. 그토록 우리말을 사랑하고 글을 쓴다는 내가 그 말도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요 근래에 내 돈을 주고 산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비 오는 날 사서 책이 젖을 새라 남편 호주머니에 넣어온 귀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시를 잘 알지 못한다. 늘 산문형식의 글만 써온 터라. 또 읽는 것은 주로 소설을 읽었기에 시는 나와는 좀 무관하다고 생각했지만 이 시집에는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다.
<사랑으로 물들다> 시집이다. 이 책(오창석 글, 더꿈 펴냄)은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인터넷 구매해도 되지만 집에 있는 문화상품권을 이용하고 남은 돈은 현금으로 결제하려고 동네 서점에 예약을 했는데 며칠이 걸려서야 겨우 내 손아귀에 들어왔다.
하늬바람, 윤슬, 시나브로 등은 내가 익히 아는 말이지만 그린비나 또바기, 발밤발밤 등은 사전을 찾아 메모해 보았다. 대략 스무 개가 넘는 낱말을 어학사전에서 찾아야 했다.
그린비는 그리운 선비의 준말인 우리말로 그리운 남자를 뜻한다고 한다.
또바기는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
발밤발밤은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이란다.
참 멋진 말이다. 아나운서이고 시인이지만 우리말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 같다.
멀리서 보기
가까이에서가 아닌//가끔씩/멀찍이 서서/당신을 응시합니다//꽃잎 같은 세월/ 나를 위하여/ 고스란히 불 밝혀// 이제는/나목처럼 다 떨구어 내고도//지친 내가 쉬어갈 수 있게/'비인 의자' 하나/펼치어 놓은/ 당신의 마음결//언제나 그 자리에서/고요한 눈빛으로 암시하는/ 당신의 인생이란//더 관대하게/ 더 유쾌하게/더 따스하게//당신을 멀리서 보기,// 서붓서붓/ 깊어지는 행복// 하지만/ 눈물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