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토끼 Aug 24. 2023

어쩌다 그 일을

이곳은 나의 꿈의 직장이었습니다.

이름도 생소했던 청소년지도사를 꿈꾸고 이루게 된 건 지금 내 옆에서 일하고 있는 과장님, 대리님 덕분이다. 직장인이 되기 전 방문했던 기억이 나의 직업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무려 10년도 전, 대학 시절 겪었던 이야기. 아차차,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 일러둘 것이 있다. 청소년은 법적으로 만 9세에서 24세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나이의 대학생도 청소년에 해당된다.


처음 방문했던 건 대학교 2학년 ‘답사’ 때. 개인적 사유로 기나긴 휴학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처럼 뒤늦은 2학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사범대학에 재학 중이었고 ‘답사’는 교사가 되기 위한 관문 중 하나로 ‘지질’, ‘천문’과 관련된 현장이나 기관을 전공 수업의 일환으로 방문하는 것을 말한다.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건 아름다웠던 건물에 수 많았던 별. 그리고 청소년 기관이라 술기운조차 빌릴 수 없어 생생한 20살 사이에서 지쳐 잠든 이층 침대 두 개가 놓인 좁은 방. 그곳에 근무 중이던 학교 선배님.


본격적으로 할 이야기는 두 번째 방문이다. 두 번째 방문한 것은 그다음 해 여름. 기관 실습생을 모집한다는 학교 게시판에 붙어있던 공고문에 지원하고 나서다. 무려 한 달을 당시 편의점도 하나 없는 학교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지 용기를 낸 건 별이 가득했던 아름다운 기억과 얼굴을 아는 학교 선배가 있다는 묘한 위안 때문이었다.


이 사업의 담당자는 앞서 언급한 대리님이다. 실습은 천문대 망원경으로 관측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처리하여 결과물을 산출하는 과정이었다. 과학자가 하는 과학 과정을 그대로 따라는 것. 난생처음 접했고 모든 과정이 생소했다. 이곳은 이 생소한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을 정리하여 활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청소년에게 적용했다. 몸을 움직이고 체험하며 우주를 배운다는 점이 정해진 교육 과정의 틀이 아닌 자유로운 곳에서 창의적인 교육 활동을 하고 싶다는 내 생각과 맞닿아 있었다. 그때 나는 다양한 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어 선생님의 꿈을 접고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었다.


이곳에 와야겠다고 생각한 확실한 계기는 그때 본 과장님의 표정이었다. 과장님은 3D 프린터로 과학적 원리를 이해해야 풀 수 있는 트릭 퍼즐을 만들고 있었다. 모든 활동 프로그램이 끝난 밤늦은 시간에 작업을 하는 데 피곤한 기색이 하나 없었다. 완성된 결과물을 가지고 나타나 한 번 풀어보라고 했을 때 어린아이보다 더 기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 나도 이런 일을 해야겠다. 내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나도 하나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이름도 생소했던 ‘청소년지도사’라는 직업으로 별이 잘 보이는 이곳에서 일하게 될 날을 꿈꾸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어느 날, 실습생이 모여있는 단체방에 공지사항이 하나 올라왔다. 대리님 왈, 기관에서 사람을 채용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으면 지원 바란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 다시 왔다. 그렇게 꿈을 이루었다. 음,  그래서 그렇게 바라던 직장에 다니는 기분이 어떻냐고? 그 이야기는 다음에 풀어보도록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잼버리,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