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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토끼 Jan 21. 2024

KTX를 타고 달까지 간다면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우주와 관련된 문제를 하나 내도록 하겠습니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는 약 38만 4천 km입니다. 평균 시속 300km인 KTX를 타고 달까지 가려면 며칠이 걸릴까요?”

갑자기 이게 무슨 문제냐고요?

사실 이 문제는 제가 만든 건 아니고요.


지난 국립청소년수련원 활동 지도자 워크숍에서 나온 퀴즈입니다.




국립청소년수련원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수련 기관을 이야기합니다.

총 6개의 기관으로 천안, 평창, 고흥 김제, 영덕 그리고 봉화에 있습니다.

각지에서 레저, 우주, 농·생명, 해양 등 서로 다른 특색으로 청소년 활동을 만나고 있습니다.

지도자 워크숍은 함께 모여 현안을 공유하고 친목을 다지는 시간입니다.

그중 ‘교류의 밤’은 멀리 떨어져 일하는 동료들과 친해지는 행사죠.

이 시간은 어색한 분위기를 녹이는 레크리에이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다년간 활동 현장에서 일한 담당자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빙고 게임도 하고 선물 추첨도 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습니다.




정점은 팀 대결이었습니다.

팀별로 게임판에 적힌 종목에 도전하여 성공하면 점수를 얻어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한 팀이 우승하는 경기였죠. 팀은 기관을 섞어 입사 시기에 따라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농·생명] 퀴즈였습니다.

“국립청소년농생명센터 역대 원장님 이름을 쓰세요!”

문제가 공개되자 책상 가운데 놓여 있는 화이트보드가 자연스럽게 농생명센터 선생님 앞으로 옮겨졌습니다.

선생님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옆에 두고 차분히 기억을 더듬어 써 내려갔습니다.

그동안 저는 속으로 우주 센터 역대 원장님을 되뇌었습니다.

혹시 우주 문제를 골랐을 때 나올까 해서요.




넌센스 문제, 절대 음감, 아이돌 노래 맞추기 등 몇 개의 문제들이 지나가고 대망의 우주 문제가 나왔습니다.

바로 처음 제가 여러분에게 보여드린 그 문제 말입니다.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는 약 38만 4천 km입니다. 평균 시속 300km인 KTX를 타고 달까지 가려면 며칠이 걸릴까요?”

자, 여러분은 문제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바로 문제를 푸셨나요?

현장에선 갑작스러운 수학 문제에 장 내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센터랑 관련된 문제 아니었어?”

“이게 무슨 문제지?”

“갈 수 없다. 아니야?”

소란을 틈타 문제를 해결한 팀이 정답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제 옆에 앉아 있던 국립청소년해양센터 선생님도 재빠르게 핸드폰 계산기로 풀어냈습니다.

제한 시간이 끝나고 정답이 공개되었습니다.

“정답은 53.333일입니다! 53일도 정답으로 인정하겠습니다!”

“와아아아!!” 우리 팀도 점수를 얻었다는 기쁨에 찝찝함이 묻어졌습니다.




함께 웃었던 시간이 지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기관 차 안. 흩어졌던 우주 센터 직원들이 모였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즐거웠어요! 바쁘셨을 텐데 행사 준비를 열심히 해주신 것 같아요.”

“맞아요!! 문제들이 예상치 못해서 너무 웃겼어요.”

“그런데 우주 문제 좀 이상하지 않았어요?”

던져진 의아함이 꼬리를 문 듯 이어집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거 아니죠?”

“답도 53.33일이면 사실상 53일이 아니라 54일로 봐야 하지 않아요? 53일보다 시간이 더 필요한 거니까요.”

“에이, 그렇게 따지만 ‘갈 수 없다'가 답 아니에요?”

“맞아요! 저 속도로는 탈출 속도*에 도달하지 않죠”

*물체가 천체를 벗어나 특정 위치에 있기 위해 필요한 초기 속도(추가적인 힘을 받지 않고 한 번에 날아간다고 가정했을 때 지구 중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소 11.2km/s가 필요합니다)

‘아, 역시 이게 우주 센터지! 우주 센터답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까지 대화가 매듭지어지지 않았지만, 고향을 찾은 듯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의문처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날입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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