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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토끼 Jun 27. 2024

만남이 있어야 이별이 있는 거겠죠

그 남자 이야기(2), 우리의 처음

조수석에 앉아 적당히 신나는 노래를 선곡하고,

어색하지 않게 틈틈이 말을 섞어주고,

운전하느라 고생이 많다며

휴게소에서 산 따뜻한 커피를 건네준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


자꾸만 그 사람에게 눈길이 갔지만 티 낼 순 없었다.

작은 챙김은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호의일 테니.


여행지에 위치한 펜션에 도착했다.


"운전하느라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발랄한 그녀의 선창으로

동승자들의 감사 인사가 전해진다.


차에서 각자 챙겨 온 짐을 꺼낸다.

내 짐은 비교적 간단했기에

모임을 운영하는 그녀의 짐을 꺼내는 데 도왔다.


"팀장님 첫날부터 너무 잘해주시는 것 아니에요?

이거 이거, 마지막 날까지 잘해주셔야 해요! 알겠죠?

중간에 도망가기 없기!입니다?"

그녀의 말이 당혹스러우면서도 당돌하게 들렸다.


"아, 절대. 네버. 그런 일 없을 겁니다."

"그럼 손가락 걸고 약속하세요!"

그녀는 들고 있던 짐을 내려두고 내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꼭꼭! 약속해!!"

손가락 도장까지 꾹 찍고 나서 그 손을 놓아주었다.

"여러분 팀장님 도망 안 가신다고 약속하셨어요!!"

주변 사람들이 그녀와 내게 몰려들며 정말이냐고 되묻더니

맞다고 대답하자 웃으며 박수를 친다.


, 재밌는 사람이다.


넓은 펜션에서 쾌활한 그녀의 목소리는 어딜 가도 들렸다.


첫 여행은 1박 2일 동안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끝났다.




[잘 들어갔어요?]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네, 잘 들어갔습니다. 잘 들어가셨나요?

처음이라 어색했는 데 감사합니다.]


[네, 저도 잘 들어갔어요!

다음 모임도 꼭 나오셔야 해요.

우리 손가락 걸고 약속했잖아요, 도망가지 않기로.]


[네, 시간 내어서 꼭 참석할게요.]


개인적으로 주고받는 메시지가 생겼다.

욕심이 생겼다.

처음 만난 사람인데 말이다.


일을 하다가도 그녀의 환했던 얼굴이

유쾌했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바쁜 일정을 쪼개 동호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레몬 마들렌을 구웠어요.

이 메시지를 읽을 쯤이면 저는 퇴근이겠죠?]

단 둘이 주고받는 메시지의 수가 늘어갔다.


[아직 퇴근 전이죠?

레몬 마들렌이라니 오늘 날씨와 잘 어울리네요.

금요일이라 조금 일찍 일어났습니다.]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게 되었다.


동호회 모임에서는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내 삶에 봄이라는 색이 들어왔다.



우리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건 초여름.

초저녁이지만 밖은 환하고 해가 길어진 시기.


동호회로 여행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대로 헤어지기 아쉽다며 둘이 한 잔 더 하자고 말했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4캔에 만원 하는 맥주를 샀다.

더위를 피하러 나온 사람으로 북적이는 공원 벤치에 앉아 기다리는 너에게 다가갔다.


내가 보이면 손에 닿을 거리 훨씬 전부터

항상 먼저 웃으며 장난치던 그녀가

차가운 캔이 볼에 닿을 때까지

벤치에 앉아 신발 끝만 바라보며 말이 없었다.


"앗, 차가. 언제 다녀왔어요?

내가 좋아하는 맥주들이네! 신난다."

애써 웃고 있지만 평소와 다른 모습에 걱정이 되었다.


한 캔, 두 캔.

말없이 빠르게 사라져 가는 술.

술에 취해 보이던 애교는 사라지고

시끄러운 매미소리 사이로

혼자 말없이 눈물을 감추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손에 내 손을 포갰다.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너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


누구에게 먼저 말을 건네 본 적 없지만,
그날은 누구보다 먼저 용기를 냈다.

그녀는 그제야 눈물을 닦으며

내게 가게 이야기를 꺼냈다.


나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내가 가게를 일궈왔던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용기 내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우리의 연애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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